살아있는 얼굴들의 향연
영화 “ 해피아워 “
(지금 우리는 정말 행복한 걸까?)
감독 : 하마구치 류스케
배우 : 타나카 사치에, 기쿠치 하즈키, 미하라 마이코, 카와무라 리라
러닝타임 328분, 인터미션 10분.
긴 시간의 물리적인 힘을 가진 이 영화는 네 명의 여성 주인공들이 어두운 터널 입구를 서서히 벗어나며 클래식 음악과 함께 경쾌하게 시작된다. 마치 긴 암흑기를 거치고 자유를 향하여 새로운 세상으로 날아오르는 새의 염원처럼.그 어둠 속의 세상은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없는 복잡하고 삭막한 현실의 세계이자 억압과 고통의 세계이다. 여성 혹은 인간으로서 사회적 구조 안에 머물러야만 했던 관계속의 “정의” 와 “책임감”은 그녀들의 감정을 막다른 길의 무감각한 회색빛 영역으로 밀어 버린다. 그러나 결국 빛날 수 밖에 없는 존재의 충동은 그녀들을 해방을 향한 일탈적 행위와 배설적 언어로 드라이브(그저 향할 수밖에 없는) 시키고 등장인물들의 대상을 향한 결핍 속에서 어긋나거나 상처받거나 틀어지거나 냉소 가득한, 고독한 걸음걸이의 모습들로 존재하기 시작한다. 상처 받은 인간의 몸부림과 충동적 언어들의 발현은 회색빛 무채색 얼굴이 아닌 본래의 살아있는 온기를 지닌 존재의 얼굴로 현존하기 시작한다.
영화 속 준의 대사처럼.
“25년 만에 진짜 내 삶이 시작되는 것 같아.”
긴 러닝 타임을 가진 영화지만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가진 존재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가득하고, 안톤 체홉 적 일상의 뒤엉킨 관계 속 여러 희극적 언어들로 유쾌하게 섞인 영화 해피아워. 긴 시간의 영화를 보고 어두운 극장을 나서는 순간,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