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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방인의 낯선 언어 Jul 24. 2024

창 밖을 바라보는 할머니.

할머니께서는 무엇을 보고 계셨을까?

오늘은 도서관에서 한 할머니를 보았다.

백발이 무성한 할머니는 홀로 의자에 앉아 창문 밖을 보고 계셨다.

그곳은 에어컨이 나오는 시원한 자리였다. 더위를 피하러 오신 할머니는

아무 말 없이 긴 시간 동안 창문 밖을 응시하셨다.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책에 집중하고 있을 때 할머니는 홀로 창문 밖을 바라보셨다.

책을 읽다 슬쩍 할머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흰 백발의 머리카락들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 아래로 깊게 페인 주름들이 얼굴에서 선명히 느껴졌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삶이 인간에게 선사한 고통 속 고단함이 느껴졌다. 나는 순간 할머니께서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은 아닐까

생각을 해보았다. 무엇을 기다리시는지는 모르겠다. 이상하게도 분명 무언가를 기다리신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 할머니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시간을 견디셨다.

뜨거운 여름을 피해 들어온 구석진 도서관 의자에서 에어컨 바람을 쐐며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보내고 계셨다. 더위에 지친 그 눈빛이 담은 희미한 생명력을 보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뭉클함이 느껴졌다.

할머니는 말이 없으셨고, 생기를 잃은 표정으로 그저 창문 밖을 바라보셨다.

나는 할머니께서 바라보시는 창문 밖 풍경이 궁금했다. 할머니의 무표정한 얼굴이 향하는 저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갑자기 지방에 계신 어머니가 생각이 났다. 이상했다. 어머니가 그리워졌다. 급히 도서관 건물 밖을 나와 어머니께 안부 전화를 드렸다. 마침 어머니께서 장염에 걸리셔서 몸이 아프셨다.

병원에 다녀오시고, 푹 쉬라는 말을 전하고 다시 도서관 안으로 들어왔다.

할머니께서는 아직도 말없이 고요히 창문 밖을 바라보고 계셨다.

생수 반 병 정도 남은 물을 조용히 마시던 할머니께서는 다시 시선을 창문 밖으로 옮기셨다.

나는 순간, 할머니의 저 무표정이 생명 가득한 표정으로 변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이 이름 모를 할머니와 내가 이 세상이 끝나기 전 따뜻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나는 순간 용기를 내어 옆에 앉아 계신 할머니께 말을 걸었다.


"저기요. 할머니?"


할머니께서 신기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셨다. 마치 자신에게 말을 걸어온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느끼는 듯한 태도였다. 할머니의 눈빛에서 약간의 생기가 담기기 시작했다.


"더운데, 시원한 차 한잔 갖다 드릴까요?"


할머니께서는 여전히 당황하신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셨다. 나는 다시 한번 할머니께 말씀드렸다.


" 오늘 너무 덥잖아요."


할머니께서, 내 눈빛을 보시더니 부끄러운 표정으로

천천히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고마워요."


순간 생명 가득한 할머니의 미소를 보았다.

그리고 할머니는 이제 더 이상 무언가를 기다리지 않으셨다. 시원한 매실차를 도서관 카페에서 사서 할머니 손에 조심스럽게 쥐어드렸다.

그러자 앉은 의자 아래로 할머니의 닿지 않는 발들이 양갈래로 뻗어나가며 기쁨의 몸짓을 보이셨다.

다시 한번 할머니께서는 나를 보며 미소 지으셨다. 받아 든 매실차를 보고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시더니,

말씀하셨다.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나는 짧게 목례를 전하고는 그 자리를 빠져나와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며 할머니께서 그곳에서 기다린 게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추측해 볼 수 있었다.

할머니께서 창 밖을 바라보며 느끼셨을 보이지 않는 무수한 것들이 나의 마음에 다가왔다.

그것은 기나긴 시간이었을까?

그 세월 속의 남겨진 자신이었을까?

흘러간 청춘이었다가,

지나온 세월이었다가,

건너려 했던 의지였다가,

묵묵히 견뎌냈던 고통이었다가

견딜 수 없는 허무였다가,

누군가를 향한 애틋한 그리움이었다가,

가슴에 품었던 절절한 사랑이었다가,

자신을 받아준 유일무이한 자연이었다가,

아름다운 심장을 가진 소녀의 웃음이었다가,

남은 시간을 기다리는 할머니였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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