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어린 피터 파커가 마블을 대표하는 차세대 아이언맨이 될 거라는 사실 말이다.
마블 코믹스의 '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
"안녕하세요. OO 마을 여관 주인장 김사원입니다."
이력서 첫 줄을 읽는 순간 나는 눈이 저절로 번쩍 뜨였다. 뭐지 이 청량함은? 이력서의 다음을 읽어 내려가면서청량함을 넘어 부끄러운 느낌이 들었다. 내용을 곱씹으며 계속 생각했다.
'에이 검색했겠지? 전략일 거야.요즘 준비들 철저하니까.'
이력서의 마지막 문장 끝까지 모두 완독을 마치고 나서 나는 확실하게 느꼈다.
'이 친구는 이 일을 진짜 좋아하는구나.'
아니, 면접관 경력이 얼마인데 겨우 이런 문구에 마음이 동하는 건지, 감성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었나객관성이 흐트러졌나모든 것이 의심스러워 다음날 다른 이력서들과 랜덤으로섞어서 다시 읽어봤지만 역시나 내 결론은 하나였다.
"이 친구 매력 있네."
지금 우리 조직에서 2년 6개월째 경력을 쌓고 있는 한 친구의 이력서를 검토할 때의 내 이야기이다. 그 친구는 시간이 흘러 지금은 중요 프로젝트의 리더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내가 그 이력서의 첫 줄을 보고 청량감과 동시에 부끄러움을 느꼈던 이유는 이런 생각들 때문이었다.
'내 이력서는 어땠지?'
'나는 적어도 그 회사에 대해 공부하는 정도의 성의가 있었던가?'
'나는 그때 이 회사가, 이 일이 좋았던가?그냥 어디든 취직하고 싶어서 지원한 것은 아니였나?'
'무엇보다, 24살의 내가 현재의 기준으로 지원을 한다면 나는 과연 입사할 수 있을까?'
얼굴이 붉다 못해 귓불까지 뜨거워졌다. 나는 분명 지금의 입사 시스템에서 광탈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이 있다. 인생살이에서도 서툰 24살짜리 신입이 자신감 하나만큼은 끝내줬다.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즐거운 면접이라는 내 감정은 아직 남아있다."OO 마을 여관 주인장 김사원"을 보며 그때의 나를 떠올리니 뭔지 모를 에너지가 전달되어 가슴 한편이 따뜻해지기도 했다.
나는 15년째한 IT 계열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지내온 시간만큼이나 지난하고 우렁찼던 굴곡들이 한 트럭은 되는 것 같다. 어느 날은 순간의 화끈거림을 참지 못하고 집에 와서 애먼 이불에 니킥을 해대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전우애에속이 타서 소주잔 기울이며 울그락 불그락 한 기억이 수도 없다.
어쨌든 이제는 남들에게 어깨 좀 추켜세우며 평소에 즐겨찾지도 않는 괜한 "라떼"를 들먹이며 농담 아닌농담을 하면 "뉘예 뉘예~"하며 걸르기 일쑤인 팀장이 되었다.
하지만 나 역시 주말을 위해 주중을 살아가는 외로운 현대인이고치열한 경쟁을 뚫고 겨우 한발세상을 향해 내디디는 김사원 같은 친구들도 더 먼 곳을 바라보는 나의 동반자이자 파트너이니괜한 라떼를 들먹이지 않고 함께 재미지게 공생할 수는 없을까?
인간이 살아가는 회사라는 사회. 앞뒤가 바뀌어도 결국은 사회라는 회사.
그 현장에서 우린 수없이 많은 하이에나들과 들쥐와 곰과 장어와 고양이와 박쥐와 호랑이와 베짱이들을 만나고 있지 않은가. 그 사이에서 우린 뜯기고 밟히며 분노하고 힐링받고 사랑하고 실망하고 무기력하고 응원받고 위로하며 버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