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4글자 밖에 안 되는 단어가 사람 참 피 말립니다. 늘 저 녀석을 올려야 한다고 말이죠.
그래서 저는 제 나름의 방법으로업무를 Data화 해줄 외부 솔루션을 찾고 분기 단위로 체크하기 시작했습니다.실시간시각화 기능으로 관리자들은 한눈에 전체 Task의 Status를 확인하는 것이 꿈만 같았고팀원들은직관적인 UI (User Interface)덕에동시다발적으로발생하는 업무들을 관리하는데 편리했습니다.
저는 한 단계 더 나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분기 퍼포먼스 체크 결과를 시각화 기능으로 정리해 전체 메일로 공유하기로 한 것이죠. 어차피 모두 열람이 가능한 기능이고, 막상 팀원들은 본인 것 위주로만 적게 될 테니까요. 전체를 Over View,도울 Task, 도움을 청하고픈 동료의 스케줄, 참여하고픈 Task는 없는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효율을 위해 개개인 별 어떤 유형의 업무가 제일 많은지를 추가해서 공유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며칠 후, 시뻘게진 얼굴로 버벅거리는 저를 목도했습니다.
늘 믿음직스럽고 함께 유의미한 성과를 만들어냈던 한 팀원이 어느 날 저와의 티타임 시간에 이렇게 말하더군요.
이건 아닌 것 같아요. 진짜, 진짜 아닌 것 같아요.
순간 화끈거렸습니다.
그의 의견은 정성적 업무를 시각화 요약으로 공유해주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으나 개인별 어떤 유형의 업무가 제일 많은지를 보여주는 것은 부적절했다는 것이었죠. 여러 항목 중의 하나이지만 그 하나가 개인으로 포커스를 맞춘 것이라면, 결국 사람 심리상 성적순으로 줄 세우는 것처럼 느낄 거라는 것이었습니다. 모두가 그 의도를 순수하게 받아들이지는 않는다고 말입니다.
저는 당황했습니다. 그게 아니니까요. 의도를 설명하며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지만 점점 말을 하면 할수록 다른 의견은 수용하지 않고 목소리 텐션은 고공행진, 오른쪽 관자놀이엔 핏대가 빠직!!! 결국 본인 생각만 합리화시키기게 급급한 지질한 라테 상사의 모습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부끄러움을 인지한 그때, 황급히 태세를 전환해 쿨한 척 "OK.내 판단이 틀렸어요."라고 대화를 수습했죠.
창피했습니다.퇴근 후 씻고 소파에 앉을 때까지 쭉.냉장고에서 캔 맥주 모가지 하나 따고 무심코 자기 도피를 해보려고 Neflix를 켰습니다.
그리고 저는 한 단계 더 성숙해졌습니다. 창피함(취약함)을 드러내는 것은 용기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죠. 바로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말입니다.
브레네 브라운. 그는 어둠을 탐험할 용기가 있어야 빛의 무한한 힘을 알 수 있는 것처럼 우리가 스스로의 "취약점"을 인정하고 솔직하게 터 놓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용기라는 것을 자신의 오랜 연구 결과와 개인적인 경험에 빗대어 유머러스하게 쏟아냅니다. 취약점을 드러내는 것은 두려움에 맞서는 것이니 용기일 수밖에요. 위기는 기회라 했던가요. 인간의 "취약점"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적기라고 말이죠.
하지만 가장 드러내고 싶지 않은 바로 그 내면의 그림자를 아무나에게 털어놓을 수는 없죠. 신뢰할 수 있는 사람, 즉 나를 객관적으로 비판해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내게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사람에게 내 약점을 보일 필요는 없죠.
브레네 브라운의 딸이 학생 수영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꼴찌를 할 게 뻔했고 더군다나 완주는 꿈도 못 꿀 경기였다고 합니다. 친구들과 관중들은 꼴찌에 완주도 못할 자신을 비난할 게 뻔했기에 경기를 포기하기로 했지만, 부모의 권유로 결국 출전했죠. 결과는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꼴찌였습니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뒤뚱뒤뚱 꿀꺽꿀꺽 거리며 완주를 했죠. 욕이 입 밖으로 터져 나왔지만 마침내 딸이 물 밖으로 올라와 한 말은 이거였습니다.
진짜 더럽게 쪽팔리고 그지 같았지만... 내가 이겼어. 완주했으니까.
저는 제 팀원에게 라테 상사가 되어 저를 합리화하는 그 순간 알고 있었어요. 제가 실수한 것이라는 걸요. 그리고 바로 제 판단이 틀렸다고 말했지만, 집에 와서까지 제 모습이 창피하게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그 게 창피한 게 아니란 걸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전체 메일로 제 실수를 인정했습니다.
INFP
제 타입이에요. 서로 필요한 얘기가 있다면 터 놓고 중재하려 노력해야 하니까요.
ESTP
제 타입이네요. 저는 갈등이 있어도 솔직한 게 좋거든요.
ENTP
저는 확신이 있다면 제 생각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 타입의 다큐는 아니네요.
ESFJ
저는 감정 상하는 건 싫어서, 제 타입은 아니네요.
취약점을 용기로 바꿀 수 있는 당신을 위한, 오늘의 추천 노래는 IU의 '어푸'를 커버한 "해리안" 팀의 버전입니다. 출렁이는 바다에서 허우적 대다 꼴깍하고 짠물을 코로 들이마시더라도 다가오는 파도를 만나게 되면 부딪혀가며 또 첨벙 거려야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가지 않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