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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이 Oct 13. 2021

대체 나이가 뭔데요? - 영화 "인턴"

나이 때문에 고민인가요? 혹시 나이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계신가요? 그럼 이거 어때요?


평점

IMDB : 7.1
Rotten Tomatos : 관객 점수 73% (신선도 53%)
다음 : 전문가 6.6, 관객 8.1
CGV EGG 지수 : 관객 평가 97%
씨네 21 : 7.0 이 시대 청춘들이 인생 선배에게 듣고 싶었던 말
박평식 : 6.0 재미와 교훈은 중반까지만
https://www.netflix.com/kr/title/80047616?s=a&trkid=13747225&t=cp&vlang=ko&clip=81036088


직장 생활하면서 나이에 대한 생각을 참 많이도 했습니다. 회사라는 곳에 너무 일찍 들어와 어릴 적 우러러보던 아빠의 모습처럼 회사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저만치 위에 있는 내가 함부로 손 뻗어 다가갈 수 없는 그런 히어로들 같았어요. 시간이 지나 동료 또는 선배들과 유사한 경력과 역량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제일 적다는 이유로 종종 중요 회의 준비와 세미나 준비에서 열외의 대상이 되곤 했습니다. 그분들 말로는 중요 자리이긴 한데 어차피 허드레 일이기에 저를 배려한 것이라 했지만 저는 그게 그리도 싫었어요. 그러다 시간이 흐르고 저는 나이가 가장 적 팀장이 되었죠. 어땠을까요? 네, 쉽지는 않았습니다. 신뢰를 얻기 위해 남들보다 두세 배는 더 역량 검증을 해야 했고 정서적 교감을 위해 애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전에 소개드렸던 드라마 "더 체어"의 지윤처럼 말입니다.

시간이 좀 더 흘러 저는 실장이 되었습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그랬던가요. 우리네 속담에 개구리 올챙이 적 시절 생각 못한다고 나이가 아닌 역량으로 평가하지 않는 사람들이 그렇게나 싫었는데 반대로 실장이 된 그 어느 순간부터 저보다 나이 많은 팀원분들 퍼포먼스가 정체된 것처럼 느껴지면 한숨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나이가 있는데도 왜 저 정도밖에 못하는 걸까, 시니어라면 적어도 주니어보다 연륜이나 경험을 기반 삼아 더 효율적으로 성과를 내야 하지 않을까, 나이가 많은 분들은 아무래도 습관이나 관성이 많이 작용하지, 나이 많은 신입은 아무래도 좀 불편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이요.


저는 최근에도 채용을 적지 않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류를 검토하다 보면 신입이나 주니어 경력사원을 채용하는 공고에 종종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하는 분들이 지원하곤 합니다. 조금 다른 분야에 계셨는데 그래도 공통분모가 있으니 이 분야에 새롭게 도전해 보고 싶다는 분들이죠. 저는 보통 서류는 모든 부서 인원들과 함께 검토하는데요. 저뿐 아니라 대부분의 팀원들이 나이가 본인보다 많거나 너무 많은 분들에 대해서는 협업 우려로 평가하더군요.


더구나 저는 요즘 큰 고민에 빠졌습니다. 요즘처럼 평생직장이 없는 시대에 '나는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요. 이른 나이에 팀장과 실장이 되었지만 언젠가는 다른 동료와 후배들이 나보다 더 뛰어난 역량을 보인다면 기꺼이 박수 쳐주면서 물러날 줄도 아는 사람이고 싶거든요. 근데 그다음은 어떻게 해야 하죠?

그런 인생 2 모작의 일환으로 글쓰기를 시작한 것이기도 합니다. 가죽 공예, 일러스트레이션, 사진 공부, 브런치 작가 신청, 콘텐츠 크리에이터, 드라마 작가팀 들어가기, 미디어 제작 프로덕션으로 이직하기 등등 저의 취미는 더 이상 취미가 아닌 런닝맨 이름표처럼 엄중한 목적을 등짝에 붙이고 돌고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불현듯 스치는 생각.

 

나는 그쪽에서 나이 많은 신입이겠구나.


저는 왜 이리 바보 같을까요. 나이가 뭐 그리 중요하다고. 바보. 바보. 바보.




그런 저를 호되게 꾸짖은 한 영화가 있습니다. 로버트 드 니로와 앤 헤서웨이라는 관람 프리패스 네임드 배우들의  영화 "인턴"입니다.


영화 "인턴" 공식 스틸컷


이 영화는 어찌 보면 클리셰 덩어리입니다. 하지만 휴먼 드라마 소재의 코미디 장르라면 당연한 공식 아닐까요? 그렇기 때문에 영화 전문 평론가나 신선도 지수는 낮지만 관람객 평점은 반대로 높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와 다른 세대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게 됩니다. 거기에 더해 나는 어떻게 나이 들어갈 것인가 생각하게 만들죠.


창업 1년 6개월 만에 큰 성공을 거두는 30대 CEO 쥴스. 그 세대답게 자유로운 분위기와 뛰어난 복지로 직원들의 만족도는 아주 높습니다. 하지만 일만 생각하는 워커홀릭이라고 피곤해하는 직원들도 적지 않죠. 무엇보다 육아와 경영을 병행하는 것이란 인간에게서 초능력을 기대하는 것과도 같죠.


쥴스가 세운 회사가 사용 중인 그 건물에는 수십 년 동안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지금으로 치자면 카카O톡이나 인스★그램과도 같았던 종이책 "전화번호부"를 만드는 유명 회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그곳엔 그가 있었죠. 70세의 벤, 말입니다. 그는 더 이상 전화번호부가 필요 없는 현재의 세상에 그래도 무언가 가슴 뛰는 도전을 해보려 세상의 문을 두드립니다. 그렇게 쥴스의 회사에서 70세의 인턴이 되죠.


사람들은 처음엔 벤을 불편해합니다. 나이가 많다 못해 어마 무시하게 많은 신입이니까요. 하지만 사람들은 그냥 나이 많은 어른이 아닌, 인생의 여러 경험을 통해 다듬어진 "벤"이라는 사람에게 점점 마음을 열게 됩니다. 그리고 쥴스와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죠.


벤이라는 사람을 따라가 보며 가장 많이 생각한 것은 "나는 어떻게 나이 들어야 할까?"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살아보려고요.

사람을 대하는 점잖은 태도

중요할 땐 결단할 줄 아는 판단력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의 중요성

어떤 경험도 허투루 생각하지 않는 것

BTS의 '소우주' 가사처럼 70억 명의 모두에겐 저마다의 역사가 있듯 도 벤처럼 내가 만들어온 나 라는 사람 그대로 사회 속에서 빛을 잃지 않고 여전히 빛나는 존재가 되고 싶거든요.

그저 나이가 많은 사람이 아닌, 사람을 대하는 경험과 노하우로 주변을 두루 품을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영화 인턴은 클리셰 덩어리지만 그만큼 대중적으로 공감이 되기에 자신의 주변을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인데요. 무엇보다 이 영화를 보며 부러운 점이 있었습니다. 노령의 나이에도 일반 회사에서의 인턴 기회가 주어지는 국가적 시스템도 그렇고 그 나이에 다시 세상에 발을 딛으려 하는 70세의 도전정신도 그렇고요.


60대인 저의 엄마는 아직까지도 일을 하십니다. 일을 해야 진짜 사는 것 같다고 말씀하시거든요. 가끔은 경이롭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나는 지금도 매일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저 나이에 엄마와 벤처럼 살 수 있을까?'

현재 엄마는 인생 4 모작을 위한 준비를 하셔야 해서 요즘 들어 저와 많은 대화를 하곤 합니다. 아직 3 모작 중이신데 지금은 조금 막막하신 상태랄까요. 아무리 찾아봐도 사회적 공식 은퇴 연세가 되신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한정적이더라고요. 2 모작 때 오랫동안 장사를 해오신 경험이나 3 모작하며 상담을 해오신 경험 등을 살릴 수 있는 것을 찾아봤지만 결국 남게 되는 것은 이전 경력과는 무관한 일들이었습니다. 앞으로 좀 더 찾아봐야겠지요. 엄마의 인생에서 빛을 잃지 않게 할 그 무언가를요.




ISFP

따뜻한 감성, 인생을 살아가는 겸손한 마음이 느껴지네요. 딱 제 스타일입니다.


ESFP

주변 사람들과 유대 관계는 내 삶을 더 풍요로워지게 하죠. 저도 이렇게 살고 싶어요.


ESTJ

영화는 영화로만 봐야죠. 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높습니다.


ISTJ

아직 현실에서 시니어를 인턴으로 채용한 사례는 많지 않을 거예요. 안타깝게도...





다채로운 인격들을 만나가며 인생의 진정한 깐부들을 축적 중인 모든 분들에게 추천할 오늘의 띵 곡!

연식이 조금 되었음에도 상당히 트렌디한 곡들을 많이 남기신 위대한 분들의 명곡과 라이브 연주!

장기호, 박성식 두 거장으로 구성된 "빛과 소금"의 곡 "오래된 친구"를 이들과 오랜 인연을 맺고 있는 "봄 여름 가을 겨울"과 함께한 유희열의 스케치북 Live 버전으로 공유할게요.

누구든, 언제든, 모두 친구가 될 수 있어요!


성격은 달라도 목소리는 달라도
마음은 아주 잘 통해
진실한 마음 하나로 서로를 이해하네


https://youtu.be/i781dGNPJ6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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