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범이 May 22. 2024

면접관이 내 지원서 검토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두괄식"의 함정 (1)

아직도 잊지 못하는 자기소개서 헤드라인이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OO마을 여관 단골손님 OOO입니다.


신선했죠. 네, 이제야 커밍아웃합니다만 저는 대형 게임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만약 1명을 뽑는데 100여 개 이상의 지원서를 읽어야 한다고 가정해 보죠. 업무는 업무대로 쌓여있고 동시에 채용은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없는 시간 쪼개 최대한 효율적으로 서류를 검토하지 않을까요?


저도 그랬습니다. 최대한 빠르게 거르고 거르면서 초스피드로 서류를 검토했죠. 그렇게 서류를 빠르게 넘기기를 멈칫한 바로 그 순간! 그때가 이 문장을 읽었을 때였습니다. 제 일이 평범한 것보다는 창의적인 것을 선호하는 분야거든요. 갑자기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줄이 점점 궁금해졌죠. 이 지원자의 전략이 정말 완전히 먹혀 들어갔습니다.


해당 지원자의 입사지원서 (내용 마스킹)


저 1줄의 Impact 있는 문장으로 '이 프로젝트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구나.' '센스가 있겠구나.' 하는 긍정적 인상을 Hiring Manager에게 각인시켜 줄 수 있습니다. 일종의 후광효과가 발휘되는 순간인데요. 이 친구는 지금까지 다양한 기회를 통해 멋지게 자신의 커리어를 성장시키는 중입니다.




지원자들은 평소 마스터 버전의 자료들을 만들어두지만 하나의 공고에도 오랜 시간 심사숙고 끝에 서류를 작성, 보완하고 진지한 각오로 제출을 할 텐데요. 그렇다면 과연... 이 모든 것을 검토하는데 면접관들은 얼마만큼의 시간을 쓸까요? 




면접관의 10분에 내 미래가 달렸

잡코리아에서 수년간의 인사팀 채용 담당자들에게 설문한 내용에 따르면 면접관 1명이 지원자 1명의 입사지원서와 포트폴리오 등의 모든 자료를 검토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10분~13분 정도로 조사되었는데요. 입사 지원 검토 단계에서 서류를 좀 더 세부적으로 나누어본다면 대부분 이력서, 자기소개서에 할애할 것이고 나머지 시간에 포트폴리오나 에세이 등을 나눠서 검토한다는 계산이 나올 겁니다. 이력서 부분에서 역량 입증이 되지 않으면 뒷부분은 검토조차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생각보다 너무 짧다고요? 글쎄요. 이 경우에는 경력직 검토라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신입 사원이라면 어떨까요? 직무, 역량, 경험 등이 경력직에 비해 훨씬 적으니 검토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더 짧겠죠? 면접관의 10분에 내 미래가 달린 겁니다.



여러분은 넘치는 정보들 중에서 어떻게 중요한 것만 선별해 내시나요? 뉴스를 볼 때 제목만 보시지는 않나요?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해 준 영상 중에 어떤 콘텐츠에 끌리시나요? 썸네일이 재미있거나 어그로를 끄는 제목이 있다면 클릭하지 않으시겠어요? 그래서 수많은 HR 전문가와 마케터들이 바로 이 "두괄식"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지금, 이 브런치 글을 작성하고 있는 저도 이걸 고민하거든요. 그런데, 이 두괄식이 정말 정답일까요?


두괄식 頭括式
  : 글의 첫머리에 중심 내용이 오는 산문 구성 방식으로 반대 개념으로는 미괄식이 있습니다.


일단 두괄식이 정답인 것은 맞습니다. 면접관은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목이나 첫 줄만 빨리 읽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두괄식으로 반드시 본인의 인생을 걸어야 합니다. 2019년 잡코리아의 설문조사 중 이 부분에 주목하세요.



 ‘중요한 부분만 골라서 검토’(40.3%)
‘모든 항목을 대략적으로 검토’(37.6%)


'면접관이 내 지원서를 검토하는데 10분밖에 쓰지 않는구나. 그러니 최대한 두괄식으로 적고 상세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어야겠다.'이렇게 생각하기 쉬운데요. 정말 그럴까요? 지원자의 입장에서 두괄식으로 써야 하는 이유를 정의할 때 면접관이 서류를 검토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0분이라는 그 자체에 의미를 주는 것은 그냥 평타일 수 있습니다.




바쁜 면접관은 "중요한" 것만 "대략" 골라서 검토한다

이게 핵심 포인트입니다!!! "중요한" "대략"



정말 죄송하지만, 진짜 그렇습니다. 너무 많은 서류를 검토해야 하니까요. 그러니 이 부분을 공략할 필요가 있습니다. "두괄식"이 그 해답인 것은 맞습니다. 그 첫 문장에서 면접관을 사로잡지 못한다면 면접관은 그다음줄을 절대 읽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그래서 두괄식이어도 끝까지 읽게 만들고, 면접관이 "이 친구 한번 보고 싶은데?" 하게 만들기 위한 전략적인 글쓰기가 필요합니다.


아래 첫 문장 중에 여러분은 어떤 글을 계속 더 읽고 싶으세요?


A : "저는 OO의 지식과 열정을 겸비한 인재입니다."

B : "OO 기업의 OOO을 사전 예약 15번째로 구매한 사람, 바로 저입니다."


기업의 문화나 담당하게 될 직무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서류를 검토하는 사람이라면 B의 스토리가 궁금할 것입니다. 사전 예약을 할 정도의 기업과 제품에 대한 애정을 하나의 문장으로 함축적으로 표현할 뿐 아니라 15번째라는 아주 빠른 순서의 숫자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열정적인 성향이라는 것도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뒤에 있는 글까지 읽고 싶게 되죠. 그리고 면접관이 이 내용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궁금해진다면 면접장에서 후속 질문을 받을 일종의 "떡밥"이 되는 것입니다. 면접을 지원자의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게 되죠.


제가 "OO 여관 단골손님 OO"이 누군지 궁금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면접관이 내 지원서 검토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 두괄식의 함정" 그 2편으로 같은 두괄식의 글이지만 왜 A의 글이 경쟁력이 부족한지 말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과연 AI가 쓴 자기소개서를 면접관이 알아챌 수 있을지도? 말해볼게요.








참고 자료


https://www.etoday.co.kr/news/view/1461636

https://www.jobkorea.co.kr/goodjob/tip/view?News_No=19086&schCtgr=120001&Tip_Top=1


작가의 이전글 당신의 MBTI는 I인가요 E인가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