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어순? 그게 무슨 상관인데
웹툰을 먼저 보고 오시면 글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이해돋는 영문법'은 영어도 한국어나 일본어처럼 앞에서부터 단어 순서대로 듣고 읽어나가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영어는 한국어와 어순이 달라서 일본어처럼 단어 순서대로 해석하기가 힘들다'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거 같아요.
그럼 미국인들도 영어를 거꾸로 해석하거나 블록 단위로 끊어서 재조합하는 식으로 영어를 이해하고 있는 걸까요?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우리도 그럴 필요가 전혀 없고요. 왜냐하면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우리는 아무리 문장의 어순이 뒤죽박죽으로 되어있다고 해도 그 문장의 의미를 파악하는 데 있어서 전혀 문제 될 게 없기 때문이죠. 못 믿겠다고요? 그럼 아래 문장들을 한번 살펴볼까요?
･ 나는 밥을 먹는다 (한국어 어순)
･ 나는 먹는다 밥을 (영어 어순)
･ 밥을 나는 먹는다
･ 먹는다 나는 밥을
･ 밥을 먹는다 나는
･ 먹는다 밥을 나는
어떤가요? 위의 문장들이 모두 같은 의미로 이해가 되죠? 한국어는 이렇게 단어 뒤에 찰싹 달라붙어 다니는 친구 (어려운 말로 조사) 때문에 그 단어의 역할이 정해지게 됩니다. 그래서 아무리 어순이 뒤죽박죽으로 된다고 해도 내용이 달라지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더 다행인 것은 영어 문장을 보고 들을 때 우리는 이렇게 단어 뒤에 찰싹 달라붙어 다니는 조사를 자연스럽게 붙여준다는 거죠!
역시 못 믿으시겠다면 'I love you.'라는 영어 문장을 해석해볼까요? 아마 '나는 너를 사랑한다'라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나는 사랑한다 너를'이라고 단어 순서대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위에서 말했듯이 어떻게 해석을 하던 모두 같은 의미가 되겠죠?! 그런데 I는 너무 명백하니 둘째 치더라도 영어사전에서 'you'를 찾아보면 분명 '너' 또는 '당신'이라는 뜻으로만 설명되어 있는데 우리는 왜 'you'를 '너를'이라고 해석한 걸까요?
예문을 하나만 더 들어보겠습니다. 'She gave him a present.'라는 문장은 어떻게 해석할까요? '그녀는 그에게 선물을 주었다' 또는 '그녀는 주었다 그에게 선물을'이라고 해석했을 거예요! 마찬가지로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she' 나 'him', 'present'같은 단어 뒤에 '는', '에게', '을'이라는 단어를 자연스럽게 붙여줍니다. 우리는 이런 게 너무 당연하기 때문에 그리 대단해 보이지도 않고 놀랍지도 않을 텐데요.
하지만 이렇게 단어 뒤에 찰싹 달라붙어 역할을 정해주는 단어인 조사를 자연스럽게 붙여줄 수 있는 것은 '한국어의 위대한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들은 아무리 문장의 어순이 뒤죽박죽으로 되어있더라도 그 문장의 의미를 파악하는 데는 전혀 문제 될 게 없어요. 그러니 앞으로는 '한국어랑 영어는 어순이 다르기 때문에 거꾸로 해석해야 의미가 파악이 된다'라던가 '영어는 한국어와 어순이 다르기 때문에 블록 단위로 끊어서 해석해야 한다'라고 말씀하시면 안 돼요~!
음... 그런데 여전히 찝찝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요? 위의 설명들이 일리가 있어서 고개를 끄덕거리며 읽기는 했는데... 아직도 막 영어를 거꾸로 해석해야 할 것만 같고 뭔가 가슴 깊은 곳에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답답함이 느껴지는 거 같죠?!...ㅜ
그 이유는 바로 문장의 어순이 뒤죽박죽으로 되어있어도 그 의미를 파악하는 데 있어서 아무 문제가 없는 이런 '한국어의 위대한 능력'을 방해하는 녀석들이 영어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이런 '한국어의 위대한 능력'을 방해하는 주범에는 어떤 녀석들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3 preposition, 전치사_1)
- 한 줄 요약
영어와 한국어의 어순이 다르다고 해서 굳이 영어를 거꾸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