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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파더 Aug 31. 2022

'엔트로피'를 읽고

부제: 제발 그만해~ 이러다 다 죽어~ 


열역학 제 1법칙: 우주안의 모든 물질과 에너지는 불변하다. 창조되지도 파괴되지도 않는다. 단지 그 형태만 바뀔뿐이다.

열역학 제 2법칙: 엔트로피의(무질서)의 총량은 계속 증가하며, 에너지는 변환될 때 필연적으로 손실이 발생한다.


대학교 3학년 때였나, 아마 경제사 수업시간이었던 것 같다. 멜서스의‘인구론’과 마르크스의‘자본론’이 갖고 있는 한계점이 무엇이지 서술하라는 문제가 있었다. 배운 기억에 따르면 이들은 사회의 역동성에 따른 기술발전 즉, 기술상수 k를 고려하지 못했다는 것이 답이었다. 


‘인간은 길을 찾을 것이다. 언제나 그래왔듯이’라는 문구로 대표되는 기술진보에 대한 믿음은 이처럼 현대를 지탱하는 원동력이다. 그 어떤 난관도 인류는 해결할 수 있다고 믿어왔다. 허나 돌이켜보면 인류는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바꾼것에 불과했다. 항생제로 질병을 이겨냈다고 생각했지만, 항생제 자체가 인류의 적이 되었다. 원자력은 우리에게 전에 없던 풍요와 힘을 주었지만, 동시에 돌이킬 수 없는 파괴를 선사하기도 했다.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사회과학에서의 엔트로피 법칙이다. 우주의 에너지 총량은 정해져있기에 형태를 바꿀 수 있을지언정, 에너지를 창조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엔트로피 발생에는 대가가 따른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는 유한하며, 기술의 발전은 일시적인 효용을 가져다줄뿐, 궁극적으로는 더 큰 무질서를 만들어낸다. 자동차의 역할은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는 시간을 줄여주는 데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반대의 효과를 낳는다. 자동차가 널리 보급됨에 따라 사람들은 점점 더 멀리 있는 직장에 다니기 시작했으며, 많은 시간을 꽉 막힌 도로위에서 보내게 되었다. 


무질서의 예는 비단 산업사회의 폐해뿐이 아니다. 많은이들이 태양열 에너지나 풍력에너지 등을 환경문제를 극복할 미래의 에너지원으로 생각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또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현대사회는 본질적으로 효율성을 위해 에너지가 중앙으로 집약되어야 유지되기 때문이다. 태양과 바람은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어느 한곳만 100도로 태양이 내려쬐거나 초속 100m의 강풍이 불 지는 않는다. 탈중앙적인 에너지원은 기껏해야 전구를 키거나 엘리베이터 한대정도를 움직일 수 있을 뿐이다. 설상가상으로 대체에너지 발전장치를 만드려면 역설적으로 구리, 헬륨 등의 많은 천연자원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처럼 문제를 해결하려 발버둥치지만 풍선효과처럼 한 곳을 누그러뜨리면 다른 곳이 부풀어 오른다. 따라서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 엔트로피 법칙을 인정하고 우리의 생활수준을 조정해서라도 에너지와 소비를 줄일것인가? 아니면 낭떠러지로 가는 열차를 계속 탈 것인가를 말이다. 걱정스럽게도 많은 인류가 후자로 가는 길을 마다하지 않는것이 저자가 걱정하는 부분이다. 우리는 필요이상의 풍요를 누리고 그 풍요로 인해 더 불행해지고 있다. 


정신의 엔트로피 또한 급속히 증가중이다. 현대인들에게는 너무 많은 정보가 주어진다. 이제 정보의 독점이란 없다. 인터넷의 등장은 우리에게 완벽한 자유와 민주주의를 가져다 줄 것으로 생각했지만, 에너지의 형태만 변환됬을 뿐 더 많은 무질서를 가져다 주었다. 숨겨져 왔던 진실과 중요한 정보들은 가짜뉴스와 의미없는 정보사이에 묻히고 감추어 진다. 우리는 몰랐던 정보를 알아내는 것보다 수많은 정보속에서 진실을 발견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을 이제 알고있다. 중세의 왕이 평생 알고 만나는 사람보다 지금 대학생의 카카오톡 목록에 있는 사람의 수가 많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속에서 현대인들은 더욱 외롭고 소외감을 느낀다. 작은것에 감동할 수 없고, 모든것이 시시하다. 내 정신과 생각의 에너지가 사용되며 엔트로피는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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