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주년이던 지난해, 결혼은 좋은 사람과 해야 한다는 글을 썼었다. 그 기준에는 답하지 못하고 대화로 노력해야 한다고 맺은 후, 더 좋은 글을 쓰고 싶었지만 많은 분들이 보시는 플랫폼이라 쉽게 다음 글을 낼 수가 없었다. 일 년 반이 지나고 좋은 사람의 기준에 대해 좀 더 밀도 있게 고민해봤다.
걱정과 반대를 무릅쓰고 호기롭게 해 버린 결혼. 과거의 지질함은 잊은 채 정답은 미래에 있다고 큰소리쳤지만, 현실은 모든 사람들의 걱정과 놀랍게도 일치했다.
연애 때는 인간적이었던 그의 작은 결점이, 결혼 후 치명적인 갈등의 원인이 되어 사사건건 부딪힐 땐,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은 절망감에 우울증을 겪기도 했다.
세상 모든 일이 다 내게로 오는 듯한 결혼. 매력적이었던 그의 개성은 때로 불편하게 느껴진다. 제각각이었던 삶에 모든 것이 개입되는 결혼이, 좋은 것만 공유했던 연애 때처럼 마냥 낭만적일 수도 없다. 그저 묵묵히 버티면 되랴 싶지만, 그 또한 이 사람과 함께 해야 하고 그 과정은 때로 천국과 지옥을 오갈 수도 있다.
오랜 시간 함께 지냈다고 그를 다 아는 것도, 안다고 해서 결혼생활을 잘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전에 결혼을, 결혼 생활을 잘한다는 말이 과연 적합할까?
잘한 선택일지 고민돼요.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 앞으로 맞닥뜨릴 무수한 갈등 앞에 실체 없는 사랑이 벌써부터 불안하다면, 그가 좋은 사람인지 먼저 되물어보자.
크고 작은 일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방식이 상식적인지.
화내는 것을 너무 쉽게 선택하진 않는지.
약자와 동물을 대하는 태도가 친절한지.
반대의 의견을 수용하는 태도가 평화적인지.
과음한 다음날, 자신이 했던 말과 행동을 기억하는지.
자기 성찰과 성장에의 의지가 꾸준한지.
결혼할 배우자는 이와 더불어,
말로만 사랑하지 않고 여가 시간을 함께 보내려 노력하는지.
자신보다 어린 사람과 약자의 말을 귀담아듣는지.
마지막 항목은 결혼 후, 배우자에게 대할 태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철저히 내 기준으로 작성했지만 몇 가지만 부합해도 좋은 사람이지 않을까. 좋은 조건을 찾는 것보다 중요한 건 좋은 사람을 보는 눈이다.
결혼을 후회하세요?
분명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왜 행복하지 않은지 그 이유가 나 때문인지 그 때문인지 모르겠다. 챙겨야 할 건 많고 복잡한데 나만 힘든 것 같고 괜히 억울한 생각도 든다. '안 맞아도 너무 안 맞아. 더 좋은 사람이 있을 텐데…' 하루에 수 십 번도 더 생각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린 이미 잘 알고 있다.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 여자도 남자 하기 나름?
어릴 적부터 들어온 이 말에 느꼈던 은근한 불편함의 실체를 알게 됐다. 때 되면 결혼을 해야 하고 자녀는 둘은 있어야 한다는 은근한 사회적 압박 또한‘결혼을 해야 행복이 완성된다’는 바보 같은 편견을 만든 데 일조해 버린지 모른다.
이 말들은 행복의 주권이 내게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넘겨준 꼴이다. 결혼은 내 인생의 한 부분이고, 내 행복을 위한 내 선택임을 잊지 말자. 다만, 행복의 방식을 결정하는 과정은 그와 함께 해야 함도 잊지 말아야 한다.
풍부한 삶은 한 사람과의 다양한 대화에 있다는 말이 생각난다. 행복한 삶은 상대에 대한 존중과 상식이 어우러져야 함을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