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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가게 Oct 01. 2021

혐오를 멈추기 위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과거에 쓴 일기들을 찾아본다. 일기 속 나는 과거에 있지만, 현재의 나와 많이 닮아있다.


2020.01.29


<내 인생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가 찬찬히 돌아본다. 인생을 되돌릴 수 있다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 수 있을까? '나'라는 사람은 변하지 않았는데 되돌아간다고 과연 좋아질 것인가?>




 2014년의 난 당시의 상황을 벗어나려 했던 것 같다.

 훨씬 더 이전엔 불행한 현재를 벗어나고 싶지만, 답이 없어 주변을 원망하던 내 고민이 묻어난다. 하지만 삶은 생각대로 되지 않고 실망과 절망이 반복되면서, 분노와 미움이 커져 온통 혐오하던 못난 내가 떠오른다.


 남들의 작은 일상이 내겐 호사가 되고 편의점 음식이 일상이 될 때, 누렇고 시커먼 곰팡이가 번진 집을 사글세로 들어가면서 다이소 스티커 벽지를 직접 붙이는 쨍한 현실이 십 년 전과 똑같다는 걸 기억해낸 순간, 내 미래가 여기에 박제될 거란 확신이 든다.

 

 반짝이는 꿈을 얘기하던 학창 시절의 친구를 만나면, 이런 인생을 살게 된 내 변명 가득한 얘기를 듣는 그들의 진을 빼고, 연락이 안 되면 ‘걔는 나랑은 안 맞아’라며 또다시 혐오의 대상을 늘렸다.


 TV 속에서 행복해 보이는 연예인들을 만들어진 이미지라며 질투하고, 처세술에 능한 직장 동료는 가식적인 사람이라며 선을 그었다. 바꿀 수 없는 영원한 출신을 원망하며, 내가 불행한 이유로 부모를 탓하기도 했다. 그렇게 미움의 대상은 가까운 사람이 되고 남 탓은 미움의 가장 쉬운 도구가 됐다. 



 결혼을 하면, 상황은 좋아질 거라 생각했다. 부족한 면은 서로 채워주고, 함께 있으면 외롭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2년 전 일기 속 나는, 바뀌지 않는 상황에 좌절하며 내 맘대로 되지 않는 모든 것에 일일이 화를 내고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분노하는 '감정의 노예'였다.  


결혼 전엔 몰랐다. 결혼은 혼자서도 잘 사는 사람이,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사람이 결혼 후에도 계속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혐오로 인생을 원망하던 나는 스스로 상황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내가 가난한 것도, 일이 잘 풀리지 않은 것도, 꿈을 포기한 것도, 결국 내가 선택한 일이란 걸 뒤통수 맞듯 깨달았기 때문이다.





미움이 가득한 마음의 씨앗은 결국 자기혐오로 가득했고 그 씨앗이 내 낮은 자존감에서 발화되어 자괴감을 먹고 자라나 분노라는 열매가 되어, 원치도 않는 사람들에게 나눠준 셈이다. 그 열매를 조심히 수확해 감정 쓰레기차에 실어 보내고, 이해와 사랑이라는 씨앗을 심는다. 나무는 천천히 자라지만 때맞춰 물 주고 신경 쓴 덕에 깊이 뿌리를 내리는 중이다. 

 혐오를 멈추기 위해, 긍정이 삶의 태도가 되기 위해. 삶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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