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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말 Jun 02. 2022

TWB : 내 손안에 호텔

어지러운
수건들을 보면서


 3개월 전부터 꾸준히 검색하면서 빠져있는 것, 바로 호텔 굿즈이다. 호텔 침대 커버, 호텔 이불, 호텔 어메니티, 호텔 디퓨저, 호텔 수건 등 호텔에서 사용하는 제품들이다. 바스락 거리는 침구, 자극적이지 않는 향, 개운한 느낌을 집에서도 느끼고 싶어서다. 유독 그것들을 찾는데 혈안이 된 이유는 코로나 때문에 여행의 자유롭지 못했던 내 갈증이 폭발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게스트 하우스보다 쾌적하고 개방감 있는 호텔이  좋아진다.  정확히 말하면 호텔에 있는 내가 좋은 것이다. 방을 들어서는 순간 나를 위한 공간이라는 느낌, 가치 있게 느껴지는  순간 말이다. 그래서 집에서도  느낌을 내고 싶어 제품들을 조금씩 바꿔본다. 글래드 디퓨저로 공간 센팅, (THANN) 오일로 아로마 테라피, 몰튼 브라운으로 바디샤워. 그리고 호텔 수건을 찾아보던  TWB 검색되었다.


 그런데 이 '호텔 수건'이라는 단어가 사실 TWB가 처음 사용했다는 것이다. 호텔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하긴 호텔 PB(Private Brand) 제품이 유행한 것이 불과 최근이다. TWB는 그보다 훨씬 전인 2011년부터 이 수식어를 사용해 왔다. 인상적인 부분은 그 당시부터 수건을 돈을 주고 ‘구매’할 수 있는 대상이라고 생각한 그 다른 관점이었다.




TWB

TWB는 타월봄의 영어 약자이며, ‘Only Towel and All About Towels’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말 그대로 타월이 메인 상품인 회사이다. ‘호텔 수건’이라는 단어를 제일 먼저 사용하며 수건의 고급화 내세워 촉감과 흡수력을 높이는 고급 소재의 타월을 만든다. 아무 무늬가 없는 무지 타월을 시작으로 스트라이프 시리즈, 시티 시리즈가 유명하다.



타월의 고급화


 지금은 타월을 구매하는 것이 보편화되었지만 TWB 창업 당시(2011년)만 해도 타월은 돌잔치, 환갑잔치, 체육대회, 창립기념일 등에 전달하는 기념품/판촉물의 상징이었다. 핑크, 하늘색 등 지금 보면 촌스러운 면의 색깔과 플라워, 쟈카드 패턴의 화려한 무늬, 하단에는 기념하고자 하는 행사와 날짜가 프린팅 되어 있었다. 공짜로 받는 물건이기 때문에 '돈을 주고 산다'라는 인식이 없던 시기인 것이다. 타월의 사용 기한이라는 것이 있었겠는가. 타월이었다가 헤지면 걸레로 변한다. 그렇게 하얗게 불태운 후 버려진다.


 김기범 대표는 부모님이 타월 대리점을 하셨기 때문에 이러한 타월의 생애주기를 더 체감하고 있었을 터. 일상에서 자주 피부로 접촉하는 제품인데 제일 하찮게 대하는 것이다. 이 부분이 김 대표는 안타까웠다. 당시 일본 무인양품, 프랑프랑과 같은 소품샵에서 파는 타월들을 보면서 국내 타월도 곧 이와 같이 취향에 따라 소비하는 대상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김 대표는 자신이 갖고 싶고, 쓰고 싶은 수건을 위해 만든 제품이 무지 타월이다. 당시 가장 두꺼운 타월이 업소 용도의 180g 타월이었다. TWB는 그보다 위인 200g으로 만들어 흡수율은 뛰어나고 빨리 젖지 않아 가정에서도 고급 타월의 품질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제품을 고급화하여 구매 욕구를 일으키는 물건으로 리포지셔닝(Repositioning) 한 것이다.



호텔 수건 같아요!

 TWB는 ‘호텔 수건’이라는 수식어를 가장 먼저 사용한 회사이다. TWB 수건을 구매한 고객이 ‘호텔 수건 같아요’라고 후기를 남긴 것에서 시작된 것이다. 사실 호텔 수건은 최고급 재질은 아니다. 도난 사고가 잦기도 하고 험하게 쓰기 때문에 금방 얼룩지기도, 헤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호텔 제품들은 좋다고 생각한다. 왜 그럴까?


 바로 호텔에서의 나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호텔에서 우리는 가장 중요한 존재가 된다. 프런트 데스크부터 룸까지 직원들로부터 대접받으며, 잘 정리된 침구와 어메니티들은 나를 소중히 여긴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러한 기분을 집에서도 느끼고 싶다는 욕구는 호텔들이 앞다퉈 PB 제품을 내놓는 이유일 것이다. 특히 이 현상은 코로나로 여행이 어렵게 되면서 더 극대화되었다.



무지(無地)속에
개성


 TWB가 처음 출시한 무지 디자인의 타월은 당시 업소용 같다는 인식이 있었고 타월 대리점을 50년 이상해온 김 대표의 부모님 또한 누가 그런 걸 사냐고 핀잔을 주셨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에서 시장 조사하면서 접했던 ‘민짜’ 타월의 매력은 김 대표를 사로잡았고, 오히려 이것이 차별화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이러한 타월의 미니멀한 디자인은 촉감에 관심 있었던 소비자뿐만 아니라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소비자의 니즈도 충분히 자극했다.


 이제는 무지 타월을 만드는 업체도 많아졌다. 김 대표는 TWB만의 디자인을 계속해서 고민했다. 무지에 스트라이프 얹히거나 면을 염색하지 않은 목화 본연의 베이지 색상을 살린 제품을 선보였다. 새하얀 타월의 오염이 부담스러운 나는 이 상품이 오히려 취향 저격이었다.


 그렇게 미니멀한 디자인은 TWB의 상징이 되었다. 타월에서의 미니멀은 그만큼 카피의 가능성이 잦다. 그래서 다음으로 선보인 제품은 시티 시리즈이다. 코로나로 인해 여행을 갈 수 없었던 상황에 영감을 받아 시티 이름으로 자수 디자인한 것이 무지면에 포인트가 되어 TWB만의 개성을 만든 것이다. 특히 이 제품은 해외에서도 인기가 많다고 한다. 최근에는 시티 시리즈로 <우크라이나>를 출시하여 그 판매금 전체를 유니세프를 통해 기부하기도 했다.

TWB 스트라이프 시리즈와 시티 시리즈 ⓒTWB



다양한 콜라보


 TWB는 콜라보를 통해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한다. 단순히 판촉물로써 의뢰받는 제작이 아닌, TWB라는 브랜드 이미지에 매력을 느껴 성사되는 브랜드 콜라보이다. 그 예로 하이브로우, 한아조, 이니스프리, 보마켓, 유한킴벌리, 설화수, 삼성 그랑데 등이 있다.


 김 대표는 협업하는 브랜드 규모에 상관없이 진심으로 하고 싶은 브랜드와 콜라보를 한다. 서로 다른 브랜드가 만나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는 과정에 더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TWB의 브랜딩 요소로 활용하기 때문에 수익 측면에서는 오히려 적자가 날 때 도 있다고 한다.

기존 제품이 타 브랜드 로고만 박는 건 진정한 의미의 콜라보레이션이 아니에요. 전에 없던 제품이 나와야죠. 이를테면 타월로 이불을 생산할 수도 있고요. 타월 원단으로 옷을 제작하면 신축성이 전혀 없는 독특한 옷이 탄생하겠죠. 동일 아이템도 어떤 브랜드를 만나는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거예요. 그런 게 진짜 콜라보레이션이죠.

-29CM 인터뷰 중-
TWB와 콜라보한 브랜드 ⓒTWB



All About Towels가
될 때까지


 김 대표는 아직도 타월에 대해 모르는 게 많다고 말한다. 10년 이상 사업을 하면서도 말이다. 그래서 타월과 관련한 모든 논문을 찾아가며 읽는다고 한다. 그렇게 알게 된 지식은 TWB 웹사이트 등 여러 온드미디어 채널을 통해 아낌없이 공유한다. 그 예로 흡수율이 좋은 수건, 실의 굵기, 수건의 수명, 세탁법 등이다. 타월에 이렇게 진심이니 'TWB가 만드는 타월의 품질은 걱정할 필요도 없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충분한 정보 공유를 통하여 소비자가 제품에 대해 학습하는 과정은 곧 구매의 명분으로 이어진다.

TWB 웹사이트에 게재된 타월 관련 콘텐츠들 ⓒTWB




 길게 보면서 TWB 브랜드를 쌓아간다는 김 대표의 말이 인상적이다. 그래야 브랜드가 존재감이 생긴다고. 많은 생각이 드는 지점이다.


 '브랜드'로 자리 잡히는 것은 긴 호흡이다. 긴 호흡을 유지하려면 중심(Core)이 있어야 한다. 무조건 타협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핵심이 되는 기준(Core identity)은 지키면서 고객에게 확장되어(Extended identity) 표현되는 부분은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어가면서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야 브랜드가 확실한 색을 가지고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다.

길게 보고 있어요. 최소 30년. 브랜드는 적어도 그 정도를 버텨내야 진짜 ‘브랜드’가 돼요. 빔즈도 이제 막 40년이 넘었거든요. 지금이야 너무 멋진 브랜드지만 41년 전의 빔즈를 눈여겨본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신입생이 기숙사에 붙일 법한 플래그 같은 걸 잔뜩 걸어놓고 그랬다나 봐요. ‘현시대에 사는 미국 대학생의 방을 재현한다’는 콘셉트라면서요.

-29CM 인터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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