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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Mar 03. 2022

튀니지라는 나라를 아시나요?

chapter.1 “삶은 깨지기 쉬워서 소중히 다뤄야 한다”

“삶은 깨지기 쉬워서 소중히 다뤄야 한다”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이제는 언제 시작된지도 모르겠는 팬데믹 이후 카카오친구톡 [나와의 대화]에 늘 떠있는 말이다.


몇 주 전부터 부쩍 일하기가 싫어지더니 오늘은 하루 종일 런던 브이로그, 파리 브이로그, 뉴욕 브이로그를 계속 검색하는 나를 발견했다.


손바닥 만한 오피스텔에서 일하고, 먹고, 자고. 침대와 책상만을 왔다 갔다 하는 내가 너무 가여워졌다. 햇살, 테라스, 꽃, 커피, 바다, 사막, 박물관 내가 가장 행복했던 해외 생활이 지겨운 일상일 그곳의 사람들이 밉기까지 했다.


그러다가 튀니지가 떠올랐다.

어디에 있는지 설명하려면 지도를 켜서 아프리카 대륙의 맨 위와 이탈리아 사이를 가리켜야 하는 나라. 다리는 아프리카, 가슴은 아랍, 머리는 유렵을 향한 나라. 아프리카 대륙 최북단에 위치한, 서울 인구와 비슷한 수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나라. 국토의 40%가 사하라 사막인 동시에 지중해의 푸른 보석이라고 불리는 나라. 아랍과 프랑스의 문화를 함께 가지고 있어 ‘아프리카의 파리’라는 별명이 있는 나라.


어리고 용감했던 그리고 혼자서도 행복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었던 22살의 나는 튀니지에서 1년을 보냈다. 수년이 지난 지금, 평생 온몸으로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았던 그곳에서의 추억들이 점점 희미해짐을 느끼는 동시에 또 가끔은 어제 점심에 뭘 먹었는지 보다 튀니지에서 사먹은 3천 원짜리 샤와르마가 더 생생하게 기억나는 날도 있다.


어쩌면 나는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스무 시간에 걸쳐 유럽과 아시아 대륙의 하늘을 가로지르며 이미 생각했던 것 같다.

지독하게 그리워했던 한국으로 돌아가고 겨우 몇 년 후면 지독하게 떠나고 싶어 했던 이곳을 무척 그리워할 거라는 걸.


무엇이든 쉽게 시작하고 또 쉽게 끝을 내는 나라서 이 이야기를 얼마나 써내려 갈 수 있을지 벌써 막막하지만 기록해보려고 한다.

튀니지, 나의 무명하고 아름다운 아프리카 나라를 기억하고 싶어서. 그리고 경이로운 몸짓과 눈짓으로 삶을 바라봤던 그때의 나를 기억하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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