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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woo Dec 03. 2023

2024년에는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

개발 2년차 회고

Embrace the light while it burns. Because it won't always last forever.
언제나 타오르는 순간에 충실하라. 그것은 영원하지 않으니.  


이번 해는 정말 길었다. 회사에 봄에 입사해서 벌써 겨울이라고 생각하면 분명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은데, 그럼에도 올해 초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까마득히 먼 옛날로 느껴진다. 우리의 뇌는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면 그 시간들을 하나의 사건으로 압축한다고 한다. 2023년 한해동안 나의 신분은 취준생에서 회사를 두개나 거친 개발자가 되었고, 자취를 시작하면서 생활반경도 바뀌었다. 그래서 길게 느껴지는 것 같다.


글을 쓸 때는 보통 두괄식을 선호하지만, 이번 회고글은 타임라인에 맞춰서 올해 1월부터 했던 것들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적어보려고 한다. (글의 구조를 고민하기 귀찮아서 그러는 게 절대 아니다)


2022.08 ~ 2023.02

1. 전산학 공부

앱개발자로 일하던 중 좀더 깊이 관심이 생겨서 전산학을 공부하는 6개월 과정에 참여했다. 주로 운영체제에 대해 살펴보았는데, 많이 어렵고 꽤 재미있었다. 누군가 나에게 무모한 선택이 아닌지 물었었다. 그 공부가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잘 따져보았는지도 물었다. 당시에 나는 나름의 근거를 들어서 대답했지만, 사실은 그냥 전산 지식에 대해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단지 좀더 알고 싶었다. 그게 다였다.


2. 대전

차와 사람이 많은 서울 한복판과 달리 대전은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집중해서 공부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었지만 가끔, 특히 밤에는 고요한 어둠에 삼켜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대낮처럼 환한 밤거리를 걷는 데에 익숙했기 때문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필요했다. 평소에 빵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성심당 빵은 맛있었고, 맛집도 꽤 있었다. 몇블록 걸어가면 맛있는 돈까스집과 분식집, 파스타집, 맥주집이 있어서 종종 갔다. (내가 살던 동네에)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 건 불편했다.


공부하러 간 곳으로서는 만족스러운 동네였다. 살기에는? 잘 모르겠다. 동네에서 편의시설이나 놀러갈 만한 곳들을 열심히 찾아보면 많았을 수도 있겠지만 거의 기숙사 안에서만 생활해서 살기에 좋은지 아닌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Liked : 온전히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행복했던 것 같다. 그날 그날 할일이 주어졌기 때문에 불안이나 고민도 별로 없었다.


Lacked : 갈등과 태스크가 겹쳤을 때, 태스크에 지나치게 높은 우선순위를 매겨서 동료들에게 매몰차게 굴었다. 이런 면들이 예전에 비해 많이 보완됐다고 생각했지만, 궁지에 몰리는 상황에서는 여전히 많이 부족하다.


Learned : 전산학 지식들도 배웠지만 나에 대해서도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내가 집중과 몰입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Longed for : 무엇을 하든 책상에 앉아서 생각하는 개인 시간을 확보해 두어야겠다고 다짐했다.




2023.03 ~ 2023.04

3. 첫번째 회사

잠시 출근했던 스타트업이 있었다. 크리에이터들이 게임을 만들어서 올리고 가상화폐로 수익화하는 플랫폼 사업을 비즈니스모델로 가지고 있는 곳이었다. 로블록스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게 될 것이다. 메타버스가 예전보다는 인기가 사그라들었지만 그래도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 회사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기도 그중 하나였다.


캔버스 API 와 three.js 에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던 시점이라 기대를 많이 하고 입사했고 연봉도 내 기준에서는 꽤 높게 제안받아 짧지만 정말 최선을 다해 일했다. 고민되는 지점들이 몇가지 발생했지만, 완벽한 회사가 어디 있을까 싶어서 일단 해야할 업무에 집중했다.


Liked : 동료들이 정말 좋았다. 좋다는 기준은 성장에 대한 욕구와 개발에 대해 흥미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런 동료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나와 관심사가 비슷해서 빨리 친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Lacked : 조금 많이 권위적인 분이 계셨고 회의시간에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 받지 않는 분위기였다. 나는 적어도 스타트업에는 높은 수평적인 문화를 기대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이러려고 스타트업에 온 건 아니라는 생각이 종종 들었다.


Learned : 웹 그래픽 공부를 시작하는 계기를 얻었다.


Longed for : 개발팀을 선택할 때는 내가 포지셔닝을 잘할 수 있는 팀으로 선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2023.05 ~


4. 두번째 회사

스타트업 입사와 거의 동시에 1차면접을 본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2차면접을 봤고, 합격해서 입사 기회가 주어졌다. 더 나은 기회와 더 나은 동료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퇴사면담을 신청했다. 그리고 약 한달 후, 새로운 개발팀에 합류했다. 약 반년간 일하면서 좋은 팀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Liked : 내가노력하는 만큼 사람들도 노력해준다. 업무 면에서나, 관계 면에서나.


Lacked : 팀원들의 배경과 성격이 서로 많이 다르다. 사람에 따라 판단이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선호해서 지극히 조금 아쉽다. 이러한 선호는 어쩌면 내가 바뀌어야 할 부분일 수도 있다.


Learned : 페어프로그래밍, 코드리뷰에서 팀원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고, 좋은 설계에 대한 논의를 자주 나누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 특히 나의 약점인 부분 - 생각이 너무 많거나 삼천포로 빠지는 것 -이 많이 보완되었다.


Longed for : 몇년 정도 일을 하는 게 가장 나에게 좋을지 잘 생각하고 성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다. 사실 해외취업의 꿈을 아직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2024년에는 더 똑똑하고 더 성실한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외부의 압력이 많이 줄어드는 만큼, 내재적인 동기를 끌어내어 올해만큼 부지런하게 시간을 써야 할 것 같다.

 


회고 끝!



TMI

내일 출근이다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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