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뷰 책방지기
도수치료를 가는 날이다. 월요일.
일찍 나와 멀티북카페에서 시간을 보낸다.
내 키보다 훌쩍 큰 책장 안 가 만화책이 들어있다.
테이블 좌석이 있고 1층과 1층으로 나뉜 다락방처럼 생긴 아늑한 공간이 있는 곳이었다.
바깥을 보고 싶어 바 자리 앉았다. 그곳에서 잘 팔리는 김치 필라프로 허기를 달래고 독서를 시작했다.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특별한 책방사유]
저자가 전국 곳곳의 책방을 방문한 단상을 담은 이야기다.
책방에 관한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글을 읽으며 책방 속에 들어가 있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확실하게 나를 힐링하게 하는 마법의 단어. 책.
나도 책 속에서 나만의 방을 운영해 보면 어떨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꿈을 포기하고 글쓰기를 취미로 삼은 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이제 간호사로 살다가 육십이 넘어 그만두고 어찌어찌 살겠지?라는 막연하고 게으른 생각만 했었다.
그런 내게 또 하고 싶은 게 생겼다.
남자친구는 귀어가 꿈이니 나는 그가 출조하는 바다 앞에서 작은 책방을 운영하는 책방지기가 되고 싶다.
물론 당장은 어렵지만, 마흔이 넘어 실현해 보면 어떨까?
생각만 해도 두근거린다.
일찍 출근해 음악을 틀고 책위의 먼지를 털고, 바닥을 쓸고 닦으며 오픈준비를 하는 나의 모습.
몽글몽글한 젤리를 만지는 기분이다.
물론 현실은 만만찮다는 것을 안다. 월세며 보증금, 책값, 육체적 노동 등등...
그래도 해보고 싶다. 현실을 순응했지만 온몸으로 현실을 받아들이다 보면
'그래, 이 정도면 인정이다. 하고 싶은 거 해.'라고 꿈의 틀을 잡아주지 않을까?
숨비소리,
해녀들이 물질할 때
깊은 바닷속에서 해산물을 캐다가
숨이 턱까지 차오르면 물밖으로
나오면서 내뿜는 휘파람 소리
강수희 <제주에서 먹고살려고 책방 하는데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