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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한얼 Haneol Park Dec 10. 2023

지난날을 후회할 필요가 없는 이유

오늘의 생각 #67


나는 요즘 자주 지난날을 떠올린다.

연말이라 그런지 지난 한 해를 돌아보는 시간이 많아진 것 같다.

그럴 때마다 후회와 추억들이 뒤엉켜 복잡 미묘한 감정이 떠오른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럴 때마다 이렇게 생각하 있다.


"과거는 추억으로, 미래는 희망으로."


이렇게 생각해야 마음이 편안하고 발전적인 생각로 이어진다.


우리는 추억으로 살아간다.

오늘의 성공적인 경험, 어제의 좋은 추억이 없다면 내일에 대한 기대나 희망도 느껴지지 않는다.

오늘 하나씩 좋은 경험을 쌓으면 그게 어제의 추억이 되고 자연스럽게 내일의 희망이 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종종 과거의 선택을 후회한다.

내가 그때 왜 그랬지...? 후회하며 자책해 봤자 계속 의문투성이로 남을 뿐이다.

후회가 의문인 이유는 자기가 왜 그런 선택을 내렸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어. 그때는 그 방법 밖에 몰랐잖아. 시행착오를 겪어본 지금에서야 후회하는 거지."


이렇게 생각하면 어느 정도 위안이 되지만 완전히 후련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어쨌든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전제가 깔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뇌가 먼저 반응하고 그다음에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인간의 자유의지란 반쪽 자유의지라는 것이다. 우리가 자유롭게 그렇게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뇌가 먼저 반응하고 우리가 행동으로 옮긴 뒤 그런 결심을 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실험으로 입증된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신체적(뇌) 반응에 어느 정도 조종당하고 있는 존재다.


하지만 그 뇌 자체를 직접 연습시키고 바꿀 수는 있다. 뇌에는 신경가소성이 있어서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새로운 생각과 행동을 반복하면 그것과 관련된 새로운 회로가 생성되고 연결되며 과거의 반복적으로 해왔었던 부정적인 패턴의 회로는 천천히 체된다.


우리는 평소에 원하던 것에 자연스럽게 반응한다. 우리가 그걸 결심해서 선택한 것이 아니라, 평소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가치관, 혹은 부정적인 경험으로 인한 불안으로 인해 뇌가 먼저 반응하고 내가 직접 선택을 내렸다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우리가 종종 불행을 원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냥 그게 익숙하고 편해서, 어렸을 때부터 불행한 삶의 패턴을 학습받아서, 나도 모르게 주변인들의 불행한 메시지들을 믿어버려서 등등 복잡하고 수많은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만약 그 사건이 내게 불행하다는 감정과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결과로 이어졌다면 그것조차도 사실은 내가 원했던 결과, 이미 예정되어 있던 결과다. 이것은 미래에서부터 과거를 바라보는 결정론과 같은 장이다.


우리는 모두 우리가 원하는 대로 살고 있다!

(누가 이해되지 않는 말이나 행동을 해도, 저 사람은 평소에 저걸 추구하는 사람이구나, 생각하면 되는 것 같다. 어차피 상식이란 건 누구에게나 통하는 것이 아니고 내 가치 판단의 잣대가 많이 묻어있기 때문이다.)


다 내가 원했던 것이라고 생각하면 억울할 것이 없다. 어차피 이 모든 게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세상은 우리 뇌가 편집해서 필요한 것만 바라보고 있는 것일 뿐 그 누구도 100%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바라볼 수 없다. 나는 주관적이라고 착각하거나 객관적이라고 착각하는 반쪽짜리 자유의지를 가지고 한심하고 귀엽게 살아가는 인간일 뿐이다. 내가 보는 것과 내가 경험하는 것과 내 떠오르는 생각들과 내가 느끼는 감정들이 지금 여기 존재할 뿐이다.


따라서 그 반쪽짜리 자유의지를 반대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정립해놓아야 한다. 내가 나도 모르게 불행을 원해버리지 않도록, 내 소망과 감정과 생각을 늘 바라보고 알아차리고 보듬어주고 다듬고 깨워주어야 한다. 그렇게 자동적으로 내가 행복을 원하는 뇌를 만들어 자연스럽게 행복해지는 선택을 더 많이 내릴 수 있도록, 뇌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 그 반쪽짜리 자유의지로 우리가 이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어쨌든 우리는 지난날을 후회할 필요가 없다. 다 우리가 원해서 일어난 일들이다. 끔찍하게도? 혹은 감사하게도.


물론 자연재해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끔찍한 경험처럼 인간의 힘이 닿지 않는 영역도 있다. 나도 당신도 선택에 대한 후회나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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