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 안아보다
출산 후 병원에서 6일, 병원 안에 있는 산후조리원에서 1주일을 보냈다. 임신중독증이었기 때문에 혈압과 단백뇨를 계속 체크했고 심장초음파 검사 등도 진행해야 했다. 임신중독증은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데 처음엔 혈압도 잘 안 잡히고 소변에 거품도 많아 걱정도 했더랬다. 하지만 산후조리원 퇴소할 때쯤엔 모든 게 정상수치로 돌아왔다. 신기한 건 몸무게다. 산후조리원 밥이 너무 맛있어서 꼬박꼬박 다 챙겨 먹었는데도 임신 중 불은 몸무게가 거의 빠졌다. 커졌던 코도 다시 작아지고 부었던 다리도 많이 괜찮아졌다. 몸은 많이 가벼워졌지만 신생아중환자실에 있는 치즈푸딩을 생각하면 마음은 무거웠다. 아이를 혼자 두고 집으로 가야 했다.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 불안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남편과 둘이 집으로 돌아왔다. 아기를 맞이할 준비가 하나도 안 되어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할 일이 많았다. 남편은 아기침대, 기저귀갈이대 등을 조립하고 나는 아기 옷과 가재수건 등을 빨았다. 주방 한편엔 젖병소독기와 분유포트가 자리 잡았다. 거실엔 신생아를 키우는데 필수라는 타이니모빌과 역류방지쿠션도 가져다 놓았다. 욕실 벽에는 목욕용, 헹굼용 욕조 2개가 나란히 걸렸다. 치즈푸딩은 2kg이 되어야 집으로 올 수 있었다. 그녀를 기다리는 시간은 설렜지만 마냥 설레기만 한 건 아니고 걱정이 더 많았다. 대부분의 시간을 이른둥이에 관련된 유튜브를 보며 보냈던 것 같다. 이른둥이들에게는 두 개의 생일이 존재했다. 진짜 태어난 날과 원래 태어났어야 하는 날. 태어났어야 하는 예정일을 교정일이라고 불렀다. 태어난 날로 치면 발달이 느리기 때문에 이른둥이들은 교정일 기준으로 발달을 보는 듯했다. 또 이른둥이들은 자궁에서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 근육과 관절 때문에 뻗침이라는 근긴장이상증이 나타날 수 있어 말아주기를 해야 하고 또 필요한 경우엔 지속적인 재활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또 만삭아들에 비해 IQ가 낮거나 ADHD 발병 위험도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는 것까지 알게 되었다.
좀처럼 늘지 않던 치즈푸딩의 몸무게가 갑자기 늘기 시작했다. 병원에선 하루 이틀 사이에 치즈푸딩이 퇴원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기쁨도 잠시, 막상 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온다니 갑자기 두려워졌다. 겨우 2kg밖에 안 되는 아이를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잘 케어할 수 있을까. 혹시나 잘못되는 건 아닐까. 빨리 안아보고 싶다는 생각과 좀 더 클 때까지 병원에서 돌봐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하지만 선택권은 나에게 없었다. 그녀를 데리고 오기 전날 수많은 걱정에 한숨도 자지 못했다. 다른 산모들은 산후조리원에서 아이와 함께 지내며 분유 먹이는 법, 기저귀 가는 법, 목욕시키는 법 등을 배웠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기에 아이를 맞이하는 마음이 조금 무거웠다. 그리고 아이의 퇴원 날이 왔다. 대기실에서 의사에게 아이의 상태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치즈푸딩은 작게 태어난 것에 비해 건강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고 했다. 다행이었고 정말 감사했다. 다만 망막 혈관이 완전히 발달되지 않은 상태로 산소에 노출되면서 망막혈관들이 수축해 장애가 생길 수도 있어 한두 달 안에 다른 병원에서 망막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간호사에게는 아이가 먹어야 하는 미숙아 분유 타는 법과 먹어야 하는 영양제, 발라야 하는 연고 등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복잡한 일도 아니건만, 당시엔 왜 그렇게 어렵게만 느껴졌는지 나는 두 번 세 번 물으며 재차 확인했다. 모든 절차가 끝나고 간호사가 치즈푸딩을 데리고 오겠다고 하고 방을 나섰다. 드디어, 드디어 아이를 안아볼 수 있게 됐다. 심장이 요동쳤다. 그리고 작디작은 치즈푸딩이 간호사 품에 안겨 대기실에 들어왔다.
“안아보세요. 그리고 지금 마침 분유 먹을 시간이니 분유 먹여보시면 좋을 거 같아요.”
간호사가 조심스럽게 치즈푸딩을 나에게 안겨주었다. 어정쩡한 자세로 아이를 안고 눈물이 날 것 같지만 울지 않기 위해서 잠시 숨을 참았다. 간호사가 건네준 젖병을 아이 입에 물리니 아이가 젖병을 빨았다. 그 모습이 어찌나 예쁘던지 모든 걱정이 잊혔다. 잘할 수 없을 거 같았던 두려움은 잘 해내야 한다는 결심으로 바뀌었고 용기가 생겼다. 치즈푸딩과의 앞으로의 날이 기대됐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남편은 더없이 조심스레 운전했고 나는 아이가 담긴 바구니카시트가 조금도 흔들리지 않도록 두 손으로 꼭 잡았다.
“너무 예뻐.”
남편도 말했다.
“응. 너무 예뻐.”
우리는 그 말을 집에 가는 내내 반복했다. 육아라는 터널에 진입하기 바로 직전이었다. 그때는 몰랐다. 육아가 그렇게 힘든 건지. 그리고 그 힘듦 안에서 어떤 고난들이 기다리고 있는지. 아이는 매일이 예뻤지만 엄마가 되고, 아빠가 되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