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완지시티 훈련장에서 캡틴 기성용과 레전드 마케렐레
날씨가 제법 쌀쌀했습니다. 거리도 장거리였습니다. 비싼 기차비를 아끼려고 코치를 타고 갔습니다. 런던에서 스완지는 꽤 먼거리였습니다. 피곤함과 추운날씨에도 이른 아침 스완지행 버스에 오른 것은 다름 아닌 스완지시티 트레이닝장을 방문하기 위해서였습니다.(스완지시티의 트레이닝센터는 스완지역에서 서쪽으로 택시를 타고 20여분 정도를 달려야 나오는 시내 외곽에 위치하고 있음. 대중교통이 불편함)
스완지시티 트레이닝센터는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참 한적한 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시내에서 택시로 한참을 달려 도착하면 입구에서부터 공사가 진행되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기성용선수가"지금 훈련장을 넓히고 시설이나 잔디를 좋게 하려고 공사중이에요"라고 지난 5월에 방문했을 때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아직까지도 그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약속시간을 맞춰온 관계상 훈련은 볼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다음 날 경기가 있기 때문에 오전에 훈련을 마무리했다고 하네요. 아쉬웠습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리셉션으로 들어갔습니다.
리셉션에 들어가자 기성용선수가 기다리고 있었어요. 훈련이 일찍 끝나서 한참을 기다렸다고 하네요. 어찌나 고맙고 미안하던지^^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누가 뭐래도 기성용선수는 참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
기성용선수와 한참 대화하고 있는데 작은 체구의 한 사나이가 다가왔습니다. 바로 그는 다름아닌 '수비형미드필더의 교과서'이자 '레알마드리드와 첼시의 레전드'였던 클로드 마케렐레 코치였습니다. 물론 예전에 방문할 때는 대부분 기성용선수를 만나기 위한 것이었지만 이 날의 주된 목적은 기성용선수보다는 레전드를 만나기 위함이었습니다. 셋이서 10여분의 대화(수다라는게 맞음)를 나누고 기성용선수는 이따 연락하라며 집으로 퇴근했고 난 2층으로 레전드와 함께 올라갔습니다. 어찌나 떨리던지~~~
2층에는 감독과 코치 사무실과 식당과 선수들 휴게실의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다른 구단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그래도 깔끔하고 아담한 느낌을 주는 곳이라 저는 개인적으로 이 곳의 분위기가 좋네요. 대부분의 선수들은 퇴근했고, 몇몇 스태프들은 늦은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마케렐레와 마주 앉았습니다. 떨렸습니다. 영어울렁증이 아니었습니다. 가장 좋아하던 선수중에 한 명이 직접 내 앞에 앉아서 나와 대화를 나눈다는 사실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참 밝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대화를 나누면서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래서인지 30분이라는 시간이 금새 지나갔습니다. 어느덧 우리는 레전드와 팬이라기보다는 비슷한 연령대의 친구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나 혼자만의 착각인 줄 알았는데 헤어질 때 마케렐레가 'friend'라고 나를 불러주었기에...^^)
그의 이야기는 유익했습니다. 자신이 경험한 박지성과 기성용 그리고 지켜봤던 손흥민선수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레알마드리드시절과 첼시시절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지단과 캉테 등 많은 인연들에 대한 이야기였기에 흥미롭기까지 했습니다. 내일 경기장에서 다시만나기로 약속하고 헤어졌습니다.
http://v.sports.media.daum.net/v/20171108070156151
http://v.sports.media.daum.net/v/20171112165929133
그와 헤어지고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리셉션에서 직원이 불러 준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때 눈에 띄는 곳이 있었어요. 선수들 헬스하는 곳과 마사지 받는 곳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마련된 선수들 실착축구화 전시하는 진열대였습니다. 그 곳에는 'EMMANUEL KI16'이라고 새겨져 있는 기성용선수의 초록색 마지스터도 있었어요.
다음 날이었습니다. 리버티스타디움에서는 스완지시티와 브라이튼의 리그경기가 열렸습니다. 기성용선수는 선발풀전해서 풀타임 활약을 했지만 팀의 1대0 패배를 막지 못했습니다. 아쉬웠습니다. 그 날 경기도 보고 기성용선수도 만난 후에 런던행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피곤했지만 즐거웠던 1박2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월요일 기가 막힌 뉴스가 전해집니다.
"스완지시티 수석코치 마케렐레, 벨기에 1부리그 AS외펜 감독취임"
놀랍게도 내가 훈련장에서 만난 것이 일단은 잉글랜드에서의 마지막시간이었고, 경기장에서 본 그의 모습이 스완지시티훈련복을 입은 마지막 순간이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는 떠났지만 어느 곳에서든지 감독으로도 레전드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그는 최고의 선수이자 레전드였으니까요~
"굿바이 레전드, 굿바이 친구... 감독으로도 승승장구하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