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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절 Sep 24. 2020

박보검이 그리는 젊음, 드라마 ‘청춘기록’

젊음아, 파이팅이다


안 쓰고 아껴둔 젊음이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젊음, 청춘. 이 두 단어의 의미가 지나치게 무겁다고 느껴 되도록이면 입에 올리지 않았다. 더구나 더 특별하게 의미 부여하다 보면 이 젊음과 청춘을 애매하게 보내는 게 아까워서 배가 자지러지게 아플 것 같았다. 젊음, 청춘이 뭐길래 어른들은 뽀얗다고 하는 걸까.

청춘 기록의 혜준은 자신의 젊음을 어떻게든 후회 없이 보내려고 애쓰는 인물이다. 그래서 혜준이를 보면 때아닌 울렁거림이 밀려온다. 야무지고 확실한 철학 덕분에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갈 줄 알고 무엇보다 인성도 훌륭하다. 그런 혜준이가 참 대단하다 싶다. 가장 친한 친구와의 경쟁 속에서도 열등감에 빠지지도 않고, 묵묵히 제 갈 길 간다. 풀리지 않는 미래, 진절머리 나는 불합의 연속에도 어떻게든 담담하다. 그런 혜준이 판타지 같았다.

청춘과 젊음에는 또 다른 이면이 있다. 실패에 완충작용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면이 사회적으로 말하는 젊음 아닐까. 정작 젊은 청춘들은 애당초 실패는 겪고 싶지 않고, 반복되는 실패는 더없이 피하고 싶다. 젊은이들은 실패가 싫다. 하지만 자주들 어릴 때 더 많이 겪고 실패하고 배우라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동안의 생을 돌아보면 실패와 거부 속에서 헤쳐 나오기 위해 더욱 부단히 움직였던 것 같다. 그걸 성장이라 일컫는다.

혜준이의 직선적으로 시원한 선택과 도전들이 자꾸 내 마음을 콕콕 찔렀다. 우유부단한 태도로 고민만 하다 이도 저도 제대로 못한 시기들이 떠올랐다. ‘나는 내가 잘 됐으면 해’라는 믿음보단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불신으로 20대 초중반을 보냈다. 흐르고 보니, 남는 건 여전히 걱정과 고민뿐. 혜준이 엄마 애숙이 그랬다. “재밌는 건 누가 공짜로 안 줘” 재미는 내가 움직이는 만큼 나오는 게 분명한가 보다.

지지부진한 이 젊음을 도대체가 이렇게 눈뜨고 볼 수 없겠다 싶었다. 각을 재고 결과를 예상하며 벌이는 일들이 주는 안정감도 너무 좋다만, 재미도 성취도 덜 한 건 사실이다. 재미와 성취 없는 삶은 그야말로 눈물이다. 그러니 내 젊음 아무것도 안 쓴 채로 바닥에 숭덩숭덩 버리지 말고 청춘이라는 타이틀로 오글거려도 좋으니 양껏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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