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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절 Oct 18. 2020

언택드 시대라지만 사람들이 좋은데요

재택근무의 딜레마

(*지난여름, 1주일 간의 재택근무를 하며 느낀 점을 글로 옮겼다.)


재택근무한 지 3일 차다. 첫날은 언택드로 일 처리가 가능함에 신기해서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면, 이튿날이 되자마자 불편함을 느꼈다. 몸만 편하지 뭐 하나 쉽고 빠르게 흘러가는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텍스트로 소통해야 하는 시간이 늘다 보니 상대방이 내 글의 의도를 정확하게 이해했을지에 관한 고민이 생겨났다. 고작 메신저 하나 보내는 건데 한 문장을 몇 번을 썼다 지웠다 했는지 모른다. 메일 쓸 때와는 또 다른 어려움을 자주 느꼈다.

공간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낀다. 아무리 언택드 시대가 도래해 재택으로도 충분히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지만, 괜히 ‘미팅’이 있는 게 아닌가 보다 싶었다. 물론 온라인 화상 회의 프로그램들도 많아졌고, 안정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지만 어쩐지 인터넷망 사이로 묘한 벽이 세워진 기분이다. 소통하려 하지만 소통이 덜 된 기분. 이런 생각이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걸 수도 있겠다.

사실 사람이 그립다. 매일 아침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지옥철에 내 몸을 맡겨 겨우 사무실에 도착하는 과정은 싫지만, 싫으나 좋으나 사람들 사이에 부대끼며 조금씩 다른 일상을 만들어 가는 게 생각보다 즐거운 일이었다. 얼마 전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한 지인은 편히 쉬는 공간에서 일한다는 게 꽤 불편하다고 했다. 그 말에 동감이 되더라. 분명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함께 하는데 이상하게 더 공허해진다. 업무를 하다가 소소하게 대화하는 재미도, 어이없는 일에 같이 열 내면서 푸는 즐거움도 모두 텍스트로 압축되었다. 그러니 계속 쓸데없이 먹는 일로 빈자리를 채워나간다.

고작 1주일의 재택이지만, 코로나로 어쩔 수 없이 미리 경험한 언택드 노동은 앞으로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 개인주의, 선별적 교류의 시대라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서 절대 느낄 수 없는 삶의 재미와 풍파를 고루고루 함께 느끼고 싶어 하지 않을까. 고전적인 생각일 수 있겠지만 나는 사람이 좋고 사람들 품에서 오래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뼈저리게 한 요 며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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