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디저트 매장을 차린 지 3주차가 되었다.
아파트 단지 사이에 자리 잡은 테이크아웃 매장은 작은 골목에 인접해 있어, 유동인구가 적다.
식사빵을 파는 것도 아니고, 비건쿠키, 글루텐프리 쿠키는 대중에게 생소하다.
에스프레소 머신도 없어 유혹적인 커피향을 내뿜지도 못한다.
플리마켓 진출(?)은 매장을 열기 전부터 다짐했던 것이다.
브랜드를 알리려면 젊은 직장인들을 만나야 했다.
주력상품인 쿠키와 버터바는 "즐거움"을 자극하는 제품군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플리마켓에 멈춰선 사람들의 들뜬 기분이 구매 촉매로 작용할 것 같기도 했다.
성수낙낙의 야외 공간에서 펼쳐지는 마켓.
전날 새벽 1시까지 제품 준비를 하고 잠깐 눈만 붙이고 다시 나와 바쁘게 짐을 쌌다.
뻑뻑한 눈을 달래가며 성수 낙낙에 도착.
여자 혼자지만 씩씩하게 트렁크에서 끌차를 내려 짐을 실었다.
자유롭게 매대를 고르라고 하셔서 건물 중간 입구 옆에 자리를 잡았다.
햇볕이 잘 들었고, 양쪽의 매대는 실버 악세사리와 예쁜 양말을 파는 셀러분들이 짐을 부리고 계셨다.
부산하게 오픈준비를 하다가, 아차, 열심히 구웠던 사브레를 놓고 왔다는 것을 인지했다.
직장인 친구들이 가장 좋아했던 제품인데 난감하다.
응원 차 지원나와준 시동생에게 매대를 잠시 맡기고 바쁘게 다시 핸들을 잡았다.
매장이 마켓과 가까웠기에 망정이지! 바보바보바보를 백만번 외치며 매장을 찍고 다시 돌아왔다.
12시 20분이 넘어가자 점심식사를 마친 직장인들이 공연에 관심을 가지고 마켓으로 들어섰다.
양말 사장님은 젊고 잘생긴 남자분이었는데, 20매 만원이라는 파격적인 미끼 상품을 크게 광고판으로 걸었다! 정작 팔리는 것은 색감이 예쁜 4개 만원 짜리 양말과, 3개 만원 짜리 극세사 양말이었다.
응대를 주워듣고 있자니 대단하다. 과학적으로, 잘 만든 제품이라는 티가 나게 멘트를 다듬었다.
~~한 극세사로 만들어 잘 때 발로 빠져나가는 열기를 붙잡아둡니다.
~~한 프리미엄 원단으로 만들어진 프리미엄 양말입니다.
남성분 양말은 라지사이즈로 별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발 사이즈 ~~까지 편안하게 신으실 수 있습니다.
나도 다음에는 멘트를 잘 다듬어와야겠다. 오늘도 선배님들께 한 수 배운다.
우리도 가만있을 수 없지. 양말보러 간 여성 손님들을 불러와야 한다.
DP용 바구니를 비워 식품지를 깔고 인스타 팔로우 이벤트로 준비했던 서비스용 사브레를 싹 까서 부었다.
"맛있는 비건 사브레 시식하고 가세요!"
시식을 열자마자 손님들이 몰린다. 먹어본 손님은 이게 뭐에요?! 80%이상 되묻는다. 그래!! 내 사브레는 맛있다고!!!!
손님들이 보는 앞에서 팔던 사브레 봉지를 부욱 찢어 시식통에 털어 넣는다.
시식을 기다리는 손님들 입 안에 침고이는 소리가 들린다.
시식한 손님들이 사든말든 상관 없다. 사람이 사람을 모은다. 시식없이 관심만으로도 쿠키를 살 사람도 모아준다.
결과는 3시간 만에 완판이었다. 짜릿했다. 그리고 놀랐다.
상품과 브랜딩이 변한게 아니다. 위치와 분위기가 변했다. 매장에서 하루에 3만원도 못팔던 나는 바게트로 뒷통수를 맞은듯 얼얼한 기분이었다.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생산량은 턱없이 모자랐다. 순수익은 10만원도 남지 않았으니까.
어제 16시간 노동, 오늘의 7시간 노동의 댓가로 약소했지만 나는 100만원 짜리 레슨을 얻었다.
그래서 오늘 꼭 후기를 적어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플리마켓에 나가는 초보사장님들을 위해, 정리한 KPT를 아래에 정리한다.
(KPT : 프로젝트 회고의 형식이다.
K: Keep(잘했기에 앞으로 지속할 점)
P: Problem (아쉬웠기에 앞으로 고쳐나갈 점)
T: Try (다음에 적용할 것, 아이디어) )
Keep
DP가 예뻤다.
여성 손님께는 비건, 중년 이상은 쌀가루, 글루텐프리인점, 남성에게는 선물용 어필
시기가 좋았다 : 빼빼로 데이
위치가 좋았다.
양말가게 옆, 오전 햇볕이 잘드는 곳, 공연장에서 빠져나오는 곳, 건물 출입구 옆
일부 셀러분들과 다정하게 인사 나눈 것
시제금 챙겨간 것
빠르게 완판 시킨것
인스타 이벤트를 빨리 접고 시식으로 돌려, 양말 보러 가는 손님을 모아들인 것
인터넷 매장 홍보를 틈틈이 한 것.
시식 사브레를 한번에 많이 풀지 않고 조금씩 풀어, 손님들이 시식 사브레 뜯는 손을 기다리게 한 것
Problem
너무 빠르게 완판하여 자리 이득을 제대로 챙기지 못함
시제금 사전 정산이 되어 있지 않아 현금 매출 파악이 부정확함
제품 가격이 중구난방이라 계산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음
계좌이체 및 결제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음
플리마켓에선 현금결제에 대한 거부감이 없음
현금결제를 용이하게 할 것.
물건 배치 : 굳이 쪼그려 앉아서 물건을 꺼내야 했나
잘 좀 챙기자 : 암사동 한번 더 왔다갔다 했잖아 ㅡㅡ 기름값…
시식은 사브레로 하고 사브레 수량은 많이 챙기지 못한 것
손님이 몰리는 상황의 사진을 찍지 못한 것
Try
DP와 위치, 셀러들과의 관계는 계속 잘 다져 나갈 것
완판 → 온라인 상품페이지 내에 녹일 것
다음에는 사람이 몰릴 때의 사진을 확실하게 찍어둘 것 : 점심 시간 찍사가 필요하다
제품 수량 늘릴 것 : 대략의 지출을 계산해보고, 일일 판매 목표를 정할 것
모객 : 시식용 사브레를 작은 사이즈로 별도 생산할 것
제품 네임택 다시 만들 것 → 있을 때, 없을 때 손님체류시간이 다름
시제금 : 정확히 얼마인지 파악해서 가져갈 것
결제 : 제품 가격을 통일할 것.
현재의 제품가 구성은 너무나 데이터적이고 복잡함.
구매 고민하는 손님들과 응대 시 사용하는 뇌용량을 줄이자
포스기를 활용할 것 : 핫스팟 연결하여 현금 결제로 진행할 것
결제를 편안하게 > 옆집은 카카오페이 QR코드 출력해왔더라?
갤럭시폰에 받아놨음!! 이걸로 인쇄물 출력하여 POP에 넣을 것
성수 낙낙은 뒤에 벤치처럼 의자가 잇었음.
여기 아이스박스 올려놓고 꺼내면 됨
준비물 리스트업 제대로해서 체크할 것 : 다음은 연남동이다.. 놓치면 끝임
멘트 준비할 것. 매끄럽고 유려하게. 외운 티는 안나게
모객 멘트 / 제품설명 / 굿바이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