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호임 Dec 17. 2022

오늘 기분 어때?

수업 시작 전 아이들에게 오늘 기분을 묻는다.


우리가 만나는 시간은 일주일 중 한 시간 뿐,

일주일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오늘은 무엇을 했는지, 지금 기분이 어떤지 파악한다.

일주일의 한 시간이 단지 수업을 위한 목적있는 대화가 되지 않도록.


코로나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다보니

화면 속 오늘의 아이들 컨디션과 기분을 파악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다.

그래서 시작한 질문 ‘오늘 기분 어때?’


어느 날 미리 물어보지 못했던 나에게 지연이(가명/10세)가 물었다.

"선생님 다음엔 수업 시작 전에 물어봐주세요."

"왜?"

"왜냐면 미술을 시작하면 당연히 기분이 좋아져서 대답이 기분이 좋다고밖에 말할 수 없어요."

웃음이 터져나온다.


어떤 날은 기분이 없다고 한다.

좋기도 하고, 우울하기도 하고, 심심하기도 하고, 신나기도 해서 그렇단다.

기분이 너무 많아서 기분이 없을 지경이라니. 아이들의 표현력은 항상 상상을 넘어선다.


어린이는 예술적이다.

직설적이지만 은유적이고, 예리하지만 포용적이다.


가만 듣다 보면 기가 차서 웃음이 나올 때도, 허를 찔려서 뜨끔할 때도, 그냥 마음이 울렁일 때도 있다. 물론 철렁할 때도 있다. 미안할 때도 있고, 고마울 때도 있다.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을 때도 있다. 아이들에게 귀엽다는 말을 안하려고 노력하지만 귀엽단 말밖에 표현이 안되어서 마음 속으로 백번 환호하고 얼굴을 살짝 찡긋 한 후 호탕하게 웃어줄 때도 있다.


마치 예술작품을 감상할때와 같다. 그래서 나는 이 시간을 통해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감히 빌려 듣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