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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샘 Apr 03. 2022

임신 축하해! 근데, 아이는 여자야? 남자야?

 6년차 부부의 임신 소식을 들은 주변에서 가장 많이 나에게 해 준 말이었다. 


"임신 축하해! 근데, 여자아이야? 남자아이야?"



 30대에 접어들자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결혼은 언제 해?” 라는 말이었다. 동생이 나보다 먼저 결혼을 하던 하루동안에는 귀가 닳도록 들었다.


 그 후 결혼을 하니 “아이는 언제?”라는 말로 바뀌었다. 난임치료를 하는지 모르는 몇몇 분께는 “아이를 일부러 안 갖는거야?”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그리고 이제 아이가 생기니 “성별이 뭐야? 남자?여자?”라는 말을 듣게 된다. 나는 그저 웃으며 그 사람이 선호하는 성별을 가늠하는 정도로 되묻곤 한다. “뭐 였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것도 아니면, “저는 어떻게 나오든 좋아요.”라고 말하곤 했다.


 누군가에겐 안부인사이겠지만, 태어나기도 전에 아이가 가장 많이 듣게 된 말이라서 글쓰는 예비 엄마는 생각에 잠겼다. 성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 민감성 촉이 발동한 것이다.


 짝꿍(나는 남편을 평생 짝꿍이라 생각하므로)과 이야기를 처음 나눌 때에는 임신 초기라 성별을 알 수 없기도 했고, 워낙 내가 ‘성’에 민감한 걸 아니까 말을 아꼈다. 


 “건강하게만 태어나주면 되지~.”

라고 나에게 이야기하던 그는 시어머니와 통화 할 때 이렇게 바뀌었다.


 “엄마, 내가 아이들 기원한 그대로 되었어~!!”

그도 내심 원했던 것(?)이 있었나보다. 아마 주변에서 많이 들었던 게 있었겠지…?

(이래서 주변 사람들이 중요한가보다..^^)


 부모님이나 주변사람들과 뱃속의 아이 성별 이야기를 할 때 이 방법을 써보면 어떨까? 


“00이는 성기가 밖으로 있고, **이는 성기가 안으로 있데.”


 사실 원장님과 초음파실 선생님의 실제 말씀하신 내용은 위와 달랐지만 나만의 해석을 덧붙여 이렇게 말하고 있다. '성기는 고추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여자도 남자도 모두 둘 다 있다'는 의미를 내 주변 양육자에게 만큼은 알려주고 싶었다.


 엊그제 임신 20주가 된 기념(?) 정밀 초음파 검사를 했다. 쌍둥이라 1시간정도 천장을 보고 누워있었는데, 손이 저릴 정도로 숨이 차기도 했다. 다행히도 위기(?)를 잘 넘기고 아이들 손과 발을 다 확인했다. 뇌랑 심장도 기형없이 건강하고, 언청이도 없고, 양수도 정상이라 너무 감사했다!


 아무튼, 초음파로 보는 성별은 ‘외형’만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즉, 성기가 밖으로 있고, 성기가 안으로 있는 것만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아래 4가지 성과 관련된 개념 중 한 가지만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성 정체성은 안밖으로 들어난 생물학적 성과 스스로 인지하는 정신적인 성이 일치하는가를 보는 것이다. 


자주 언급되는 ‘트랜스 젠더’는 성전환자(트랜스 섹슈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두자! 겉모습과 내면이 다른 것을 인지한 사람이라고 보는 것이 보다 나은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중학교에서 학생들은 간혹 성 정체성의 혼란(?)으로 상담을 요청하는데, 이는 발달단계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부분이므로, 시간과 여유를 가지고 대화를 나누곤 한다.



 두번째, 성지향성은 ‘지향=끌리는 대상’이 누군가에 따라 포커스가 다르다. 

즉, 내 감정을 잘 살펴야 할 수 있는 것이므로, 성적인 취향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아두면 좋다!



세번째, 성별은 말 그대로 겉으로 드러난 외형적인 성별이다. 여기에는 ‘간성’이 있다. UN에 따르면 1천명당 7명 즉, 1.7%의 비율로 간성을 가지고 태어난다. 

 1.7%의 비율은 한국에서 임씨 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비율과 같다. 간성 역시 제 3의 성으로 인정하는 독일 등 외국사례에 비하면 아직 우리나라는 숨기는 데만 급급한 채, 그 속에 아파하는 한 사람은 보지 못하는 듯 하다.



네번째, 젠더표현은 사회적인 성 표현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사춘기를 주로 만나는 나로서는 다양한 젠더표현을 가진 아이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를 고정관념없이 있는 그대로 보려 노오력 하지만 잘 안될 때가 있다. 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나인걸 알기에 좀 더 나아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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