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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석 May 07. 2018

전북 정읍에서 작두콩 농사를 짓는 김지용 농부를 만나다

월간농터뷰 [4월호] 인물 편




월간농터뷰 [4월호] 청년 농부 김지용의 작두콩 농사 이야기


4월호 주인공 청년 농부 김지용




Q1. 농사에 관심을 두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농사를 짓기 이전에는 '경찰 간부 시험'을 6년간 준비했어요. 돌이켜보니 시험을 준비하던 때는 안정적인 직장이 최고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남들과 똑같이 적성과 무관하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 거죠. 시험 준비는 사찰에 있는 고시원에서 했어요. 사찰이 시골과 맞닿아 있다 보니 자연스레 농촌의 모습을 많이 보게 되더라고요. 그때 제가 인상 깊게 본 것 중 하나가 나이 80에 농사를 짓는 어르신들이었어요. 그분들의 모습에서 '아, 가장 안정적인 평생직장은 어쩌면 공무원이 아니라 농업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농업에 관심이 생긴 후로 영농조합에 들어가서 쌀을 유통하는 영업일을 배웠어요. 영업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꼈던 건 쌀이 가지고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준다는 거였어요. 그리고 생각했죠. 앞으로 농업 일을 하게 된다면 꾸밈이나 거짓 없이 있는 그대로를 보여줄 수 있겠구나. 그때 책을 완전히 치워버리고, 농사를 지어보기로 하게 되었어요.   


  막상 농사를 짓기로 했지만 땡볕에서 일해본 경험조차 없더라고요. 그래서 아무 농장이나 들어가서 일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어느 농장에 취직하게 되었고 당시 금액으로 80만 정도 월급을 받으면서 일을 배웠어요. 농장 실습생 중 한 명이 한국 농수산 대학을 다니고 있었는데, 그 동생을 보면서 이왕 농사를 짓기로 마음먹은 거 농업의 전문적인 지식도 갖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늦깎이 나이로 농대에 편입하게 되었어요. 그 이후로 본격적으로 농업에 뛰어들게 된 거예요.


김지용 농부 옆에 낯익은 반가운 얼굴 오창언 농부



Q2. 현재 어떤 작물을 재배 중이신가요?


저는 지금 작두콩 재배를 하고 있는데요. 작두 콩알만 이용해서 커피 대용 음료도 같이 가공하고 있어요. 올해부터는 제가 재배하는 면적은 조금 줄이고, 대신 계약재배 농가를 늘려서 농가 소득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비록 하는 사업이 출발 단계이긴 하지만 상품이 판매되는 양을 보고서 정읍시 농부분들과 계약재배를 시작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어요.


잭과 콩나무에 나오는 그 콩, 작두콩


- 알아두면 좋을 용어 '계약재배'

계약재배란 쉽게 말해 계약을 하고 재배를 한다는 뜻이다. 보통 기업과 농가 사이에 이루어지며 기업으로서는 양질의 농산물의 공급을 받아서 좋고, 농부들은 안정적인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사진출처: https://blog.naver.com/harinco/221205067915

작두콩 사진은 하린식품 블로그에서 퍼왔습니다.




+ 현재 몇 농가 정도와 계약 재배를 맺고 있나요?


우선 오창언 농부(제 동기)도 계약재배를 맺으려고 했지만, 그 지역에는 기후가 맞지 않아서 못하게 된 상황이고요. 현재 7개 농가와 계약재배를 맺고 있습니다. 계약재배를 시작할 수 있었던 건 제가 정읍에 귀농하면서 알게 된 농부분들 덕분인데요. 제가 먼저 물어봤어요. 저를 한 번 믿고 작두콩을 키워보시겠느냐고요. 혹시라도 사업이 안된다면 대출을 받아서라도 콩알을 사겠다고 했죠.


  저로서는 그분들이 저를 믿고 계약재배를 맺어주셔서 너무 감사할 따름이죠. 사실, 농사로만 이득을 보기는 많이 힘든 상황이잖아요. 다들 기존에 키우시는 작물이 있지만, 작두콩이 소득 작물이기 때문에 농부들께 좀 더 도움을 드리고자 하는 마음에서 계약재배를 부탁드리게 되었어요. 지금은 비록 제가 온라인밖에 판로가 없지만, 서로가 가지고 있는 신뢰를 통해 그분들과 함께 상생해 나가려고 해요.


멀칭 작업을 막 끝낸 김지용 농부의 작두콩밭 모습




Q3. 농사를 짓다 갑자기 가공에 눈을 돌리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제 전공이 특용작물 학과인데요. 특작과는 일반 작물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특수 이용가치 작물을 공부해요. 그중에 작두콩도 하나고요. 수업시간에 작두콩 재배 실습을 하면서 여러 서적을 읽게 되었는데 '본초 비요'에 작두콩을 태워 먹었다는 내용을 우연히 보게 되었어요.


  보통 어떤 작물이든 태워서는 잘 먹지 않잖아요. 호기심이 생겨 작두콩을 로스팅하는 실험을 해봤더니 아메리카노 같은 쌉쌀한 풍미가 느껴지는 거예요. 그때 이거를 좀 더 연구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되었어요.


  틈틈이 작두콩 가공에 관해 여러 가지 실험을 했어요. 당시 제 목표는 시중에 로스팅한 작두콩 음료를 내놓는 거였거든요. 가공품이다 보니 안정성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검사가 필요했어요. 다행히 검사 결과 무(無)카페인에 안정성에 문제가 없다는 적합 판정을 받았지요. 이 시기에 각종 공모전에 많이 참여했던 것 같아요.


농부 장터에서 작두콩 음료 킹빈을 알리고 있는 김지용 농부의 모습




+ 공모전 참여가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었다고 들었는데요.


2016년도 말, 공모전에 참여했을 당시 여자친구(현재 아내) 건강상의 문제로 병원비가 필요했어요. 천만 원이 조금 넘게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학생이라 돈이 없었죠. 공모전 1등 상금이 이천만 원 이었거든요. 병원비를 내기 위해 상금이 꼭 필요했어요.


  그때 참여했던 공모전이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어요. 작두콩을 이용해서 만든 커피 대용 음료인 '킹빈'이 탄생하는 순간이기도 했고요. 당시엔 간절함과 아이디어밖에 없었지만,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게 되었어요. 상금으로 받은 천만 원으로 여자친구의 병원비를 내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했어요.


각종 상장과 수료증으로 가득 찬 김지용 농부의 사무실




+ 킹빈이 뭐죠?


킹빈은 100% 작두콩만을 사용하여 로스팅, 분쇄하여 만든 제품인데요. 원재료인 작두콩이 크기가 크고 다른 콩들에 비해 항산화, 단백질, 비타민, 식이섬유 등의 성분을 월등히 많이 함유하고 있어 콩 중의 왕, 건강에 최고라는 뜻으로 지어진 이름입니다.


커피를 닮은 작두콩 커피, 킹빈




+ 커피 대용 음료라고 하셨는데 기존의 커피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킹빈은 일단 커피는 아니고요. 커피와 유사한 풍미와 쌉싸름한 아메리카노 같은 맛이 있어요. 킹빈은 100% 국산 작두콩으로 가공하기 때문에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커피와는 원재료의 출처가 다르다고 볼 수 있겠고요. 요즘 디카페인 커피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디카페인이라 해서 100% 카페인이 제거되는 것이 아니잖아요. 그에 반해 킹빈은 경우는 무카페인이에요.


  커피와 비교하면 작두콩의 기능성이 탁월하다고 보는데요. 최근에 '항산화 물질'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가 상당히 높아졌어요. 실제로 이곳 국가 식품클러스터 연구개발센터에서 연구한 결과 기존의 콩보다 작두콩에서 4배 높은 항산화 성분을 발견했고, 로스팅 시 4배가 더 높아지는 결과를 확인했어요. 옛날 고서에 적힌 '콩을 태워서 먹으면 더 좋다'는 그 말이 진짜 맞았던 거죠.




+ 현재 킹빈은 어떤 분들이 애용하고 계신가요?


30~50대의 여성분들이고요. 좀 더 자세히 보자면 임산부, 수유부 계층 있겠네요. 더 확장하면 비염으로 인해 고생하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아직 신생기업이다 보니 현재까지 통계를 봤을 때는 여성분들이 주로 킹빈을 구매해주시는 것 같아요.




Q4. 킹빈을 생산하는 이곳 '그린로드'에는 어떤 뜻과 가치가 담겨있나요?


그린로드는 '농로', '녹색 길'을 의미하는데요. 녹색이라는 것이 자연을 의미한다고 생각해요. 자연하면 떠오르는 것이 공존이고요. 흙, 나무가 공존해서 자연을 이루듯 저 또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함으로써 사회와 공존하고자 하는 철학을 그린로드에 담았어요.


농로, 녹색길을 의미하는 그린로드 로고



+ 6차 산업형 농장을 지향하는지?


생산, 가공, 판매를 도맡아 하다 보니 6차 산업 범주에는 속해있지만, 제가 직접 6차 산업형 농장을 운영하기엔 아직 기반이 많이 부족한 상태라 당장은 어려울 것으로 생각되네요. 기본 설비, 땅, 하우스, 조경 등 자본이 많이 필요하거든요.




Q5. 국가 식품 클러스터는 어떤 곳이고, 이곳에 어떻게 들어오게 되었는지 알려주세요.


국가 식품 클러스터는 농림축산 식품부 산하에 있는 기관인데요. 최근 농식품부가 6차 산업에 관해서 관심을 많이 가지면서,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를 보고 기준을 잡는 것 같아요. 그 결과로 이곳 익산에 국가 식품 클러스터 단지가 조성된 상황인 것 같고요.


  국가 식품 클러스터 식품벤처센터에서는 저같이 아이디어는 있는데 공장을 지을 여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임대 공장을 빌려주는 지원 사업을 하고 있어요. 저도 한때 킹빈을 사업화하기 위해 공장을 지으려고 알아본 적이 있었는데 가격이 너무나 터무니없이 비싸더라고요. 기반이 없는 상태라 사업을 시작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러던 중 우연히 인터넷을 검색하다 이곳에 공고가 난 걸 보고 예비창업자로 들어오게 되었어요. 지원서 내고 서류통과 후 발표까지 하고 나서야 입주를 하게 되었어요.


  이곳은 10년간 임대가 가능한데요. 임대료는 60만 원 정도 선이고 보증금의 경우에는 정부에서 보증서를 끊어줘서 그걸로 가늠하고 있어요. 주변에 혹시라도 농식품 관련 아이디어가 있는 청년들이 있다면 이곳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네요. 첫 사업을 시작하기에 충분히 괜찮은 곳이라고 생각되거든요.



그린로드 내부 가공실 모습




Q6. 김지용 농부가 생각하는 농업이란?


제가 생각하는 농업은 종합 문화인 것 같아요.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농업의 이미지는 땅을 파고 트랙터가 보여야 하잖아요. 그런데 막상 학교에 다니면서 느낀 점은 농업이라는 것의 범위가 훨씬 더 넓다는 것이었어요.


  오창언 농부와 1년 동안 같이 실습을 했어요. 그 친구 같은 경우는 당시에도 농업에 대해 영상을 만드는 것을 좋아했어요. 다른 동기 얘기지만 디자인을 좋아하는 친구도 있었어요. 지금 현재 두 친구는 각자 농업이라는 영역에서 농업 방송, 농업 디자인 일을 하고 있어요. 단순히 기존에 자기가 좋아하던 취미나 적성이 농업 안에서 가능성이 열리게 된 사례죠.


  그 둘을 보면서 '농업은 참 여러 가지 문화를 꽃피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각자가 가지고 있는 종자를 가지고 그것을 심었을 때의 그 다양성이란 어마 무시하구나 라는 걸 느낀 거죠. 저는 만들거나 연구를 좋아하다 보니 작두콩을 가공해서 커피 대용 음료를 개발하게 되었는데요. 한마디로 농업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부 사진 출처 김지용 농부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greenroad6943/221215277034


다음화에서는 [4월호] 김지용 농부의 작두콩 재배 이야기가 연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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