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농터뷰 [5월호] 인물 편
저는 조하림이고요. 미국에서 경영, 마케팅을 전공했어요. IT 마케팅을 6년 정도 하다가 최근에 여행사 마케팅을 시작하게 되었고, 이제 5개월 정도 되었네요.
Q. 꽃 농부를 결심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직장에 다니면서 직장인들의 삶이 너무 팍팍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팍팍한 삶 속에서도 조용하고, 느리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꽃 농장을 준비하면서 흙을 만지고 잡초를 뽑을 때, 직장에서 받았던 스트레스가 조금은 풀리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Q. '모네 정원' 이름은 누가 지으신 건가요?
이 부분은 이모부님이 조금 더 설명을 잘해주실 것 같은데요. 저 나름대로 농장 이름을 지어보려 했지만 떠오르는 이름이 많이 없었어요. 이모부님이 항상 이곳을 '모네의 정원'이라고 부르셨거든요. 아마도 지베르니에 있는 모네의 정원처럼 야생화가 많고 꽃길이 많은 정원을 만들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다만, 제가 생각하기에 모네의 정원은 부를 때 어감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아서 '모네 정원'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Q. 짱구 누나가 생각하는 모네 정원은 어떤 공간인가요?
누구나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혹시 들어오시면서 입구에 Live better Life 라고 적혀진 문구 보셨나요. 제가 지은건데요. 누구든 힘들고 지친 사람들이 와서 힐링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자연이라는 게 저만의 것이 아니잖아요. 아이들, 어른들 상관없이 누구나 와서 자연에서 좋은 에너지를 받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모네 정원을 힐링의 공간으로 만드는 게 저의 목표거든요.
Q. 모네 정원에서 어떤 업무를 맡고 있으신가요?
주로 모네 정원을 알리는 홍보,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요. 본업이 마케터이기도 하고 농장을 가꾸는 일은 엄마, 이모 두분이서 잘 맡고 계시거든요. 초기에 모네 정원을 시작할 때 셋이서(엄마, 이모, 저) 투자해서 시작했어요. 물론 수익의 목적은 없지만, 최소한 사람들이 올 수 있도록 알리는 건 중요하단 생각이 들어서요. 사람들에게 모네 정원을 알리는 역할을 주로 맡아서 하고 있어요.
Q. 대략 몇 가지 종류의 식물을 키우시는 건가요?
목본류로는 꽃오동나무, 매실나무, 쥐똥나무, 밤나무, 수국이 있어요. 초본류로는 허브류(민트, 세에지, 로즈마리, 라벤더)가 있고 그 외에도 아이리스, 장미, 디키달리스, 달리아, 양귀비, 수레국화, 캐모마일, 에키네시아, 백일홍 등이 있어요. 다수의 야생화들도 키우고 있고요.
Q. 농사를 지으면서 흙을 만지는 기분은 어떠셨나요?
흙을 만질 때 첫 느낌은 무서웠어요. 혹시나 지렁이나 거미 같은 벌레가 나올까 봐서요. 그래서 예전에는 장갑이 없으면 흙을 만지지도 못했어요. 어느 순간, 이 벌레들이 자연을 도와주는 애들이란 생각이 들고나니깐 더는 무섭지 않더라고요. 그때 '아, 이제 조금 더 자연과 가까워졌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 흙을 만질 때 느낌은 힐링인 것 같아요. 저는 어릴 때부터 흙을 밟고 자랐거든요. 등교할 때 항상 흙을 밟곤 했었는데 그 기분이 마치 자연을 밟는 느낌이었어요. 흙을 밟는 것과 시멘트를 밟는 느낌은 완전히 다르잖아요. 사람들이 그 기분(흙을 밟고, 만지는 기분)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커요.
Q. 본업도 있지만 농장도 같이 운영하시잖아요. 친구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다들 처음에는 "왜 일을 벌여"라고 얘기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친구들이 저보다 모네 정원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아이들이 있다 보니 그런 것 같은데요. 아이들은 차에 타고서 1시간만 지나도 금방 지치거든요. 부모들도 마찬가지로 힘들고요. 주변에 부천, 목동 지인들은 보니 아이들과 함께 멀리 나가는 건 꿈도 못 꾸겠더라고요. 그래서 친구들이 모네 정원을 더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가까이에 있으니 서울까지 멀리 나가지 않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방문할 수 있는 곳이 생겼잖아요.
Q. 브런치 매거진에서 본 짱구 누나의 꿈 이야기가 상당히 흥미로웠거든요. 아직도 유리 온실을 지어서 힐링 공간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이신가요? 아니면 꿈에 대한 변화가 있으신가요?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제 목표도 바뀌는 것 같은데요. 개인적으로 정원에 있는 꽃들을 조금 더 많이 판매하기 위해, 서울에 카페를 만들려고 했었어요. 모네 정원을 조금씩 확장하려고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작은 다툼이 있었고, 이 농장이 온전히 제 것이 아니라 가족들과 함께하는 곳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온실 카페를 너무 짓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제가 본업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온실 카페를 만들 수 는 없겠더라고요. 가족들이 여기에 본업으로 하고 있으니깐, 반대로 제가 가족들을 도와주면서 맞춰가는 게 더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온실 카페가 아니더라도 다 할 수가 있더라고요. 엄마는 체험 농장을 맡고 있고, 이모는 전반적인 농장의 디자인을 담당하고, 이모부는 그림에 관해 조예가 깊으셔서 가끔 사람들을 불러서 강연도 하시고 있고요. 포기할 건 포기하고 같이, 같이 갈 수 있는 방향으로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지난 몇 개월을 잠도 못 자고 달려왔다. 직장인 취미에서 투잡으로 옮겨가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화려한 오프닝도 아니고, 작지만 행복한 고민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은 밤잠을 이루지 못하게 했다. 그래도, 그 시작을 밞았다. 올봄, 정말 내가 그린 그린하우스가 완성된다. 모네 정원이 새로워진다.
-짱구누나의 브런치 일기 중-
안녕하세요, 저는 변향숙이라고 합니다. 하림이 엄마고 모네 정원에서 여러 가지 체험 학습을 담당하고 있어요. 모네 정원 블로그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Q. 꽃 농사를 짓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현재 모네 정원이 있는 이 터가 선조 분들께 물려받은 땅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어렸을 때부터 이곳에서 놀고 자랐고, 우리 가족들도 이곳에서 행복하게 자랐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우리끼리 꽃을 심었어요. 다들 꽃을 너무 좋아하다 보니깐. 그런데 요즘 아이들을 보니 너무 각박하게 자라는 것 같더라고요. 그 아이들에게도 이 꽃들과 자연환경을 보여주면 좋겠다 싶어서 개방하기 시작한 거예요.
Q. 모네 정원에서 어떤 업무를 맡고 있으신가요?
저는 주로 체험 학습을 맡고 있어요. 체험 학습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원예, 모래, 숲 체험이 있는데 12개월 과정이고 계절에 따라 체험하는 것들이 달라요. 아이들도 그렇지만 어른들도 별로 여가를 즐길 만한 게 많이 없잖아요. 원데이 클래스라고 해서 가드닝, 꽃꽂이를 어른들과 함께하기도 해요. 그리고 모네 정원 블로그를 제가 맡아서 운영하고 있지요.
Q. 모네 정원에서 변여사님만의 목표가 있으시다면요?
제 목표는 제가 행복했듯이 다른 사람들이 행복하기를 원해요. 우리 남편, 제부 세대를 보면 이제 다들 은퇴할 나이거든요. 이왕이면 이곳에서 재능을 다시 계발해서 자아실현도 하고 사회에 이바지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가끔 경력 단절된 작가분들이 오셔서 함께 야생화 그림을 그리고 있거든요. 그런 분들에게도 너무나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이곳에서 '복합문화단지'의 장이 열렸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충분히 잘되어 가고 있고, 보람을 많이 느끼고 있어요.
Q. 청년세대와 함께 일하다 보면 부딪히는 부분들이 많잖아요. 따님과도 약간의 마찰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농장에서 같이 일해보니 어떠셨나요?
일단 보는 시각이 많이 다르더라고요. 화분을 예로 들면 우리 딸은 쌈빡한걸 좋아해서인지 몰라도 시멘트로 된 걸 좋아하고요. 저 같은 경우는 변하지 않는 걸 선호하다 보니 토분으로 된 화분을 좋아해요. 경제적이냐, 정서적이냐 하는 차이인데. 이것을 마케팅적인 측면에서 보니 젊은 사람들의 취향에 더 맞는 제안은 딸이 더 잘할 수 있겠더라고요. 우리 세대들이 좋아하는 토분보다는 시멘트 화분에 더 많은 사람의 마우스가 클릭 되니깐요.
지금의 세태를 보면 젊은 사람들은 앞만 보면서 쫓아가야 하잖아요. 반면, 우리 세대들은 조금 뒤로 물러나 있고요. 분기점에서 절충과 보안을 잘 해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절대로 서로가 같을 수가 없거든요. 각자가 가지고 있는 재능이 서로 달라서 오히려 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고 생각해요. 남들보다 느릴지는 모르지만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지베르니에 있는 모네의 정원 가보셨죠? 거기도 미술과 자연이 함께하는 따뜻한 자리거든요. 예술이라는 것은 나만 가지는 것이 아니라, 나눌때가 진정한 가치 있는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모네 정원도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어요.
아래 링크로 들어가시면 좀 더 자세하고 재밌는 서른 살 꽃 농부 이야기 및 모네 정원의 이야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일부 사진은 아래에 있는 블로그에서 발췌 하였고 그분들의 저작권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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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에서는 [5월호] 모네 정원, 꽃 농부들 이어서 2부가 연재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