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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석 Nov 14. 2018

미소를 띤 컬러감자

월간농터뷰 [9월호] 인물 편




월간농터뷰 [9월호] 청년 농부 이미소 컬러감자 농사 이야기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좀 부탁할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강원도 춘천에서 컬러감자 농사를 짓고 있는 이미소입니다. 제가 농사 짓고 있는 감자는 흔히 시중에서 볼 수 있는 감자가 아닌 노랗고, 보랗고, 빨간색을 띈 컬러감자인데요. 그중 생식용 감자인 보라밸리를 이용해서 한 끼 식사 대용으로 좋은 간편식을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어요. 또 감자가 재배되는 걸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고 커피도 마실 수 있는 농장카페도 같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Q. 농사를 짓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패션디자인과를 졸업했고, 부전공으로 경영학을 전공했어요. 졸업하기 전에 취업계를 내고 기획분야로 입사를 했어요. 6개월 동안 회사를 잘 다니고 있던 차에 아버지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되었죠. 그 당시를 떠올리면 지금도 속상한데요. 10톤가량의 감자를 땅에 묻어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일반 감자보다 맛도 영양도 뛰어나지만, 소비자들에게 컬러감자가 대중적이지 않기 때문에 늘 판매에 고충을 겪고 있다고 하셨어요. 고향에 내려와서 아버지 일을 좀 도와줄 수 없겠느냐고 부탁하시더라고요. 직장 일은 너무나 좋았지만, 아버지께서 처하신 상황을 도와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직장을 그만두고 고향인 춘천으로 내려오게 되었어요. 



Q. 아버지 일을 돕기 이전에도 농사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비록 아버지께서 10년 동안 해오신 일이지만 저는 농사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었어요. 농사일을 배운지 3년차가 되어가지만, 막상 농사일을 해보니 맘처럼 쉽지가 않더라고요. 춘천에 내려온 해 8월에 미국에 있는 아이다호(Idahoan)주의 OPA (organic potato association) 협회로부터 저희 농장이 초대를 받게 되었어요. 아이다호주는 미국 감자 생산량의 1/3을 담당할 만큼 아주 유명한 곳이었는데, 그곳에서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과 감자에 대해 품평회를 하게 되었어요. 저희가 재배하고 있는 감자가 얼마나 우수한지에 대해서 듣게 되었고, 종자 주권을 지키는 일 또한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어요. 그 이후로 조금 더 사명감을 가지고 감자 종자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Q. 부모님과 함께 농사를 짓다 보면 불편하다거나 마찰이 되는 부분은 없으신가요?


왜 안 그랬겠어요. (웃음) 처음에는 가족들과 소통하면서 잦은 마찰이 있었어요. 그런데 햇수로 2년이 지나고 3년 차가 되다 보니 어떻게 소통을 해야 할지 조금씩 알게 되더라고요. 생각해보면 성인이 돼서 부모님이랑 얘기할 때 어떻게 소통 해야 하는지 방법을 잘 몰랐던 것 같아요. 한동안 알게 모르게 부모님께 상처를 많이 드렸던 것 같은데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물론, 요즘은 별다른 마찰 없이 잘 지내고 있지만요. 



사진출처: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6128044&memberNo=12396532



Q. 아버지께서는 어떻게 컬라감자 농사를 시작하시게 된 건가요?


청양에서 고추농사를 짓지만 실제로는 몇천억의 로열티를 매년 해외로 지출하잖아요. 그 이유가 바로 우리의 작물 종자권이 해외로 넘어갔기 때문인데요. 외환위기 당시 아버지께서도 이런 문제에 대해 심각성을 느끼셨다고 하셨어요. 그 무렵에 강원대에서 우수 품종을 개발하는 소식을 듣고서 연구비를 지원하셨어요. 종자를 지키겠다는 소명의식이 있으셨던 거죠.


밸리감자의 품종은 잘 개발되었지만 이를 키우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거에요. 또다시 종자가 해외로 넘어갈 위기에 처하게 된 거죠. 그때 아버지께서 직접 농사를 짓기로 하셨어요. 그렇게 농사를 시작하신 지 벌써 8년이 되셨고, 지금까지도 컬러감자의 종자를 굳건히 잘 지켜오신거죠. 사실, 저희가 키우는 컬러감자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미국으로부터 로열티를 받고 있거든요. 맛도 영양도 우수한 감자이지만 국내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에요. 





Q. 몇 종류의 컬러감자를 키우고 있으신가요?


품종의 종류는 총 13가지인데 그중에서 주력으로 심고 있는 건 4가지 종류에요. 우선, 보라밸리라고 해서 안토시아닌이 블루베리보다 높고, 생식이 가능한 품종이 있고요. 로즈밸리는 겉은 붉은색이지만 안에 숨겨진 색깔은 샛노란 색이고 옛날 감자처럼 분질이 많아요. 태복 감자는 흰 감자인데 수미감자와는 다른 품종이고 비타민C 함량이 높지만 열량은 낮은 특징이 있고요. 끝으로 고구마 감자는 고구마처럼 길쭉하게 생겼는데, 천연 항생제 효과가 있어 건강식으로도 좋아요. 





Q. 고향으로 내려와서 아버님을 돕기 위해 어떤 일을 하셨나요?  


처음 춘천에 내려왔을 때 대략 금액으로 1억 5천원의 감자를 땅에 묻어야 했어요. 그 당시에 아버지께서 4만 2천 평 정도 규모의 농사를 짓고 있었는데요. 자경농지가 2만 1천 평, 계약 재배가 2만 1천 평 정도였어요. 아버지께 큰 규모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지 여쭤봤더니, 가락동시장에 납품을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물량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라고 얘기하시더라고요. 


투자 대비 수익률을 계산했을 때, 수확한 감자를 다 팔더라도 유지를 하기 힘든 수익구조로 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그때부터 제가 몇 년 동안 했던 일이 최대한으로 규모를 줄이는 거였어요. 지금은 자경 1천평에 계약재배 7천 평 정도로 유지하고 있어요. 또 물량의 판매방식도 대량으로 가락동시장에 납품하던 방식에서 직거래로 변경했어요.





Q. 이타카(ITHACA) 레스토랑에 납품하신다고 들었어요. 컬러감자는 또 어떤 곳으로 납품되고 있나요?


얼마 전에 청년 농부들이 직접 수확한 재료를 가지고 요리를 해서 나눠 먹는 밭 파티 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어요. 그때 인연으로 몇 몇 쉐프님들을 알게 돼서 그분들께 컬러감자를 납품하게 되었어요. 이타카(ITHACA)  레스토랑도 물론 그중 하나고요. 생산 중인 컬러감자는 대부분은 직거래로 판매되고 있어요. 헬로네이처, 마켓컬리, 아시아나 기내식, 몇몇 호텔에도 납품되고 있고요. 



사진출처: https://blog.naver.com/farm_nevertheless/221144402514



Q. 농촌에서 지낼 때 좋은 점이 있다면요?


우선 가족들이 함께 있어서 좋고요. 4계절이 흘러가는 걸 볼 수 있어서 매우 좋아요. 늘 일에 치여 살다 보니 도시에서 지낼 때는 계절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잘 모를 때가 많거든요. 사실 도시에서의 4계절은 크게 다르지 않잖아요. 사람들이 입는 옷만 바뀌는 거죠. 하지만 여기는 계절이 마다 피는 꽃들이 다르거든요. 바람 소리도 다르고요. 자연과 조금 더 가까이 지내는 지금이 조금 더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족들끼리 붙어서 사니깐 힘들 때 곧바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좋고요.



Q. 미소씨는 어떤 농부인가요?


어느덧 농사도 3년 차에 접어들고 있어요. 아직은 농부라고 불리기 보다 저 스스로는 기획자에 더 가깝지 않느냐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전에 배웠던 전공이 경영이기도 하고, 실제로 흙을 만지고 밭을 매는 일 보다는 기획하는 능력이 조금 더 부모님께 도움이 되는 것 같거든요. 누군가 제게 앞으로도 계속 농사를 업으로 삼을 거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그렇다고 말하고 싶어요. 농촌에 계신 많은 분께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릴 수 있다면 매우 기쁠 것 같거든요. 농부와 기획자의 중간에서 농촌에 도움을 줄 수 있고,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지금 제가 취해야 할 행동이 아닐까 싶어요.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우선 아버지를 따라서 계속해서 컬러감자의 종자를 지키는 일에 힘을 쏟을 예정이에요. 그것과는 별개로 제가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 꽃, 정원인데요. 현재 운영 중인 농장카페 옆에 꽃따밭(가명)이라는 정원을 만들려고 기획하고 있어요. 꽃따밭은 농촌에 있는 청년들, 사회적 약자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그런 공간으로 만드려고 하는데요. 실질적으로 그분들이 직장과 같은 개념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려고 구상하고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 세계 곳곳의 정원을 탐방하기 위해 떠날 예정인데요. 훗날 10년, 20년이 지났을 때 되려 전 세계의 많은 사람이 저희가 만든 정원에 찾아올 수 있고, 그분들에게 행복을 드릴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Q. 농사를 시작하려는 청년들에게 조언을 해드리자면?


글쎄요, 어떤 조언을 해드려야 할까요. 우선 농사를 떠나서 본인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어요.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무턱대고 농사에 뛰어드는 것만큼 낭패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이건 농사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고요. 핵심은 본인이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를 찾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것이 본인이 시작하게 될 농사에서도 분명히 나타나야 하고요. 당장 눈앞의 이익을 위해 쫓아가기보다는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해 경험을 많이 쌓는 것이 오히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끝으로 농업에 종사한다고 해서 꼭 농업인들 끼리 뭉치는 것보다는 조금 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어떨까요? 그분들과 함께 서로 알고 지내면서 영감을 받아도 좋고, 기회가 된다면 같이 협업함으로써 배우는 것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미소 농부의 인터뷰를 마치며


어느덧 가을이 찾아왔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여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거리는 온통 단풍나무로 물들고 있다. 노랗고 붉게 물든 나무들 사이로 부는 서늘한 가을바람을 맞고 있노라면, 연신 기분 좋은 웃음을 짓게 된다. 부디 조금 더 이 가을의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싶다. 


생각해보면 마트에서 장을 볼 때 컬러감자를 본적이 없는 것 같다. 가끔 TV에서 하는 요리프로그램에서나 몇 번 봤을까. 컬러감자는 왜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까? 형형색색의 감자를 눈으로 즐길 수 있고, 맛과 영양도 매우 뛰어난데 말이다. 문득 그 이유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인터뷰는 미소씨가 운영 중인 핑크세레스 카페에서 진행되었다. 준비했던 질문을 하나씩 꺼내어 얘기하고 듣다 보니 어느덧 해가 어둑어둑해졌다. 청년 농부로서 또 기획자로서 그녀의 스케줄 달력은 무척이나 빼곡히 채워져 있다. 무엇이 그녀를 이토록 움직이게 하는 것일까. 모르긴 해도 지금 하는 일들이 그녀가 좋아서 하는 일임은 틀림없다는 생각이 스쳐 갔다. 


미소씨의 말처럼 본인의 색깔을 찾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 그렇기에 가끔은 나를 돌아보는 일도 필요하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를 알면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예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멋진 색으로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그런 미소씨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월간농터뷰 [10,11월호]로 곧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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