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을 줄 아는 사람이 줄 줄도 안다
어릴 때 아버지는 항상 밖에 계셨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리비아, 호남고속도로, 평화의 댐, 대구지하철, 부산지하철 등 공사장에서 일하시느라 집에 계신 적이 없었습니다. 덕분에 어머니도 항상 우리를 챙기시기보다는 집 안일을 하시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어른이 된 뒤에 안 사실이지만 국민학교만 나오신 어머니는 한글을 모르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를 챙기고 싶어도 챙길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아버지 없이 집 안 일에 바쁜 어머니와 사느라 어디를 놀러가본 적도 별로 없고, 아버지와 목욕탕을 가본 적도 별로 없어서 아버지의 사랑을 크게 느껴 본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중간에 1년 이상을 실업상태로 계신 적이 있는데 그 때 아버지는 실업으로 인해 자신감도 떨어지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에 빠져서 매일 술로 지내셨기에 우리는 눈치보기에 바빴습니다.
세월이 흘러 제가 아버지가 되고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비슷하게 사는 것 같습니다. 그러지 않으려고 주말마다 놀러도 다니고 가족여행도 매년 다니지만 아버지에게서 받지 못한 사랑을 아이들에게 준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거기다 어려서 주위에 공부를 봐줄 사람도 없고 나름 똑똑해서 왠만한 공부는 혼자 하는데 익숙해서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도 눈높이가 높습니다. 15년을 초등학생들을 가르쳤는데 말입니다. 여럿을 가르치는 것과 하나를 가르치는 것은 차이가 있나봅니다.
최근에서야 막내에게 밤마다 책을 읽어주려고 하는데 어색해서 잘 되질 않습니다. 아이는 무척이나 좋아하고 원하는데 제가 자꾸만 핑계를 대고 넘어가기도 하고 그럽니다. 막내 공부를 봐주는 것도 기준이 높아서인지 답답하고 자꾸 목소리가 올라가곤 합니다.
사람이 받을 줄 알아야 줄 줄도 아는데 받아본 적도 별로 없고 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보니 주는 것도 익숙하지 않고 쑥쓰러워서 잘 안됩니다. 이는 주는 연습을 통해서 변하기보다는 받는 연습을 통해서 변해야합니다. 그래야 받는 사람이 어떤 기분인지를 알고 배려하면서 줄 수 있습니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도 나누는 것도 받을 줄 알아야 더 잘 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받는 연습을 해서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래서 상대를 헤아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