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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완 Apr 24. 2024

30일간 그림을 그려야 하는 곳에서 매일 글을 써봤다

오문님과 아이돌 <서바이벌 챌린지> 후기


어쩌다 그는 그림을 그리는 챌린지에서
혼자 글을 쓰게 되었는가?



사건의 시작

오문님은 내가 본 가장 독특한 마케터이신데, 자기 물건보다 남의 물건을 팔 때 진짜 잘 파는 분이시다. 둘의 암묵적 합의 하에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DM으로 간간히 소통하면서 느슨한 연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문님이 니즈 파악을 위해서 '린하게' 챌린지를 여신 다고 했다. 취지 자체는 쉬는 날 없이 30일간 꾸준히 스스로를 단련하고, 그림과 글쓰기 연습을 하는 것에 목적에 있었다. 최근 들어 개인 글을 너무 안 쓰고 있어서 이 환경에 들어가면 좋겠다 싶었다. 그래서 그림은 그리지 않는 나도 참여할 수 있냐고 물었다. 


"(눈치 1도 없지만) 혹시, 저도 글쓰기로 참여해도 되나요?"


마침 소수지만 다른 분들도 글쓰기로 참여할 수 있냐고 물어보셨다길래, 너무 외롭지 않게 챌린지에 참여할 수 있겠다 싶었다. 물론 챌린지가 시작되자 오문님과 나를 포함한 챌린지 참여자 9명 중에 글을 쓰는 사람은 나 혼자 뿐이었다. 


실제로 슬퍼서 아무것도 못하지는 않았음

사건의 전개

오문님은 이미 사람을 마개조 할 정도의 강력한 부트캠프(a.k.a 지옥캠프)를 기획하고 운영하신 분이었기에, 이번 챌린지가 기대되면서 한편으로 무서웠다. 사실 챌린지 소개글과 규칙만 봐도 어마어마했는데, 보통 일반적인 챌린지는 빡셈보다는 느슨함을 많이 가져간다. 환경을 채워주는 것에 의의를 두고 서로서로 으쌰 으쌰에 환급이라는 돈기부여 장치를 두는데, 여기는 얄짤없다. 모든 규칙이 방장에게도 적용된다.


방장도 강퇴당하는 챌린지

방장은 관리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보통 자신은 치외법권인 경우가 많은데 여기는 지옥캠프를 만들었던 사람이 운영하는 챌린지라 그런지 그런 게 없었다. 방장 권한과 보증금을 양도 후 스스로를 강퇴시키는 미친 챌린지였다. 다른 건 다 괜찮았는데 저기서 남 모를 독기가 느껴졌다. "역시 이 사람은 다르다."


9명 중 글쓰기는 나 혼자에게만 해당되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둘 다 할 수 있다면 무엇을 했을까 고민해 봤다. 챌린지의 규칙 중 내가 정말로 제대로 매일 조금씩 할 수 있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글쓰기였다. 일단 드로잉을 하루에 최소 3장 그리는 내가 그려지지가 않았다. 안 해본 것에 대해 상상할 수 없다고 하지만, 누가 봐도 드로잉이 더 힘들어 보였다.


오문님의 디테일함을 한 번 더 볼 수 있는 건 '필사'라는 스스로 쥐어짜 내는 글쓰기가 아닌 남의 글을 내 손으로 쓰는 게 있는데 이것도 최소 분량을 정해놨다는 게 미친 디테일 같았다. 글쓰기는 공백 포함 1,000자, 필사는 최소 종이 책 두 페이지 분량.


챌린지를 통해 기본기 역량을 강화하고, 양이 질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기획한 챌린지라는 걸 여실히 느꼈다. 



사건의 절정


여태 정말 많은 챌린지에 참여해 봤지만, 참여자 분들의 열정이 이렇게 큰 곳은 처음 봤다. 챌린지도 그렇고 커뮤니티도 그렇고 '무임승차'를 하는 사람들을 배제하는 게 중요한데, 여긴 그런 게 전혀 없었다. 오히려 서로 이 챌린지에서 중도 탈락을 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자신의 모든 일을 마치고서도 그림을 꾸역꾸역 그려내고 취침을 청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자기가 정말 잘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왜 중요한지 다시금 느꼈다. 그래서 결국 모두 완주하면서 챌린지가 성공적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나는 이 챌린지가 이렇게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던 건 몇 가지 요인이 있었다고 본다.


1) 방장뿐만 아니라 참여자가 모두 진심이다 

만약, 느슨하게 이뤄진 챌린지였으면 절대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좋은 게 좋은 거다~ 하면서 지나가면 과연 이 사람들이 성장할 수 있었을까? 참가자가 효능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변했다'라는 걸 느껴야 한다. 실제로 역량이 증가하지 못하더라도 참여 전후로 마인드셋이라도 변화해야 한다. 참여자 분들은 3가지를 얻을 수 있었다.


- 30일이라는 기간 동안 매일 해냈다는 성취감

- 챌린지 참여 전/후의 그림 실력이 확실히 바뀌었다는 성장 경험

- 그리고 눈에 보이는 내가 그린 수십 장의 그림들(아웃풋)


대부분의 성인 대상 강의가 잘 안 되는 이유는 1) 해야 할 명확한 동기/목적이 부족하며(지금 안 해도 됨) 2) 강의를 듣고 나서 변화를 느끼기 어렵다는 점인데, 이 챌린지는 이 두 가지를 명확하게 채워주었다. 자신의 그림 실력을 키우고 싶은 사람이 느끼는 문제점과 니즈를 잘 공략했다. 


2) 가격보다 가치가 더 크다

이 챌린지는 가치 기반 가격 정책(Value-based Pricing)을 잘 활용하고 있다. 보증금 반환 정책을 사용하지만, 무엇보다 챌린지를 통해 참가자들이 얻는 가치가 지불하는 비용보다 훨씬 크다는 점이 핵심이다. 양질의 자료와 특강 등 풍성한 콘텐츠 덕분에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이는 향후 가격 인상의 여지, 브랜드 가치 상승, 고객 충성도 제고 등의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챌린지는 보증금 반환이라는 정책을 쓰지만, 돈기부여보다 확실한 건 챌린지를 통해 얻는 가치가 더 많아야 한다. 그래야 챌린지가 다시 모집이 되었을 때 재참여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위에 언급된 3가지 외에도 오문님이 제공하는 양질의 자료와 다른 멤버들이 제공하는 특강 덕분에 내는 비용 대비 가치를 더 많이 느낄 수밖에 없었다.


종합하면, 이 챌린지는 참여자의 진정성 있는 동기부여와 실질적 성장, 그리고 가치 중심의 콘텐츠 제공이라는 두 축을 기반으로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냈다. 단기적인 이벤트성 모임이 아닌, 장기적 관점의 브랜딩과 고객 관계 구축에 효과적인 마케팅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고객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수렴하고 이를 제품(챌린지) 설계에 반영하는 한편, 장기적인 수익 모델을 고민할 필요도 있겠다.


앞으로도 이 챌린지가 참여자 중심의 가치 제공과 진정성 있는 관계 형성에 주력한다면, 그림 실력 향상을 원하는 이들에게 선호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아가 이러한 성공 모델을 기반으로 유사한 콘셉트의 챌린지를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예 - 글쓰기 / 릴스 / 등등)


그림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잠재 고객들의 문제를 파악하고
해당 고객들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성장하게끔 만드는 것


이게 이 챌린지가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던 가장 큰 핵심이라 생각한다. 



3월 20일부터 4월 17일 챌린지가 끝날 때까지 총 30편의 글을 썼으며 분량으로 따진다면, 하루에 평균 1,200자 분량의 글을 썼으니까 한 달로 치면 36,000자의 글을 썼다. 비유를 해보자면 대략 중편 소설 한 권 또는 학술 책의 한 섹션 정도의 분량에 해당하는 분량을 썼다고 유추해 볼 수 있겠다.



30일 동안 글을 쓰고 내가 얻은 것들


사건의 결말



마케터에게도 그렇겠지만 글로 밥벌이하는 사람들에게 근손실만큼 무서운 건 글손실이 아닐까 생각한다. 매일 글쓰기를 통해 얻은 자기 효능감도 컸지만, 이 중에 몇 개의 글들은 공개적으로 발행하면서 공개적으로 글을 쓰는 건 여러모로 이득이라는 점을 다시금 느꼈다. 이게 꼭 글이 아니더라도 내 이야기, 생각을 전할 수 있으면 상관이 없다. 인스타로는 꾸준히 인터뷰 요청, 제안, 책 협찬이 들어왔고, 브런치로는 기고 제안, 인터뷰 제안, 채용 제안 등이 들어왔다.


재밌는 건 여기서 쓴 글들, 콘텐츠가 조회수를 떡상시키기 위한 노력보다는 그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썼다는 점이다. 물론 개중에 사람들을 의식하면서 만든 것도 있지만 그건 내 예상과 달리 그리 좋은 반응이 없었다. 재밌는 건 조회수가 몇 안되고 구독자 몇이 안되더라도 그런 제안이 온다는 점이다.


사람을 의식할수록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못하고. 그럴수록 오히려 내가 쓰고 싶은 글을 못 쓴다. 사람들은 특별하고 뛰어나고 엄청난 정보를 바라는 것보다 누군가의 이야기에 크게 감명을 받는다. 정보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보다 이 사람의 경험과 정보가 결합되었을 때 더 의미를 갖는다. 한마디로 똑같이 떠도는 정보더라도 이 사람의 관점이 있다면 그 자체로 콘텐츠가 되고 글이 된다.


마케터로 써 내려가는 콘텐츠와 직접 써 내려가는 글의 차이는 거기에 있는 것 같다. 아직까지도 사람들의 니즈를 관통하는 글은 잘 못쓰지만, 그동안 꾸준히 쓰면서 확실히 내 생각, 내 이야기를 전달하는 건 익숙해진 것 같다. 유의미한 트래픽을 잘 만들고 싶다면, 그로 인한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싶다면 앞으로 어떻게 쓸지 잘 고민해 봐야겠다.


30일 간 챌린지로 얻은 것

1) <위픽레터>에서 작가로 등록되었습니다. 제 콘텐츠인 '어쩌다 콘텐츠 마케터가 되었다' 시리즈를 연재해 주시기로 했습니다.


2) <오픈애즈>에서 브런치로 제안이 와 <오픈애즈> 작가로 등록되었습니다. 언젠가 그런 요청이 오면 좋겠다 생각이 들었는데 제 예상보다 빨리 와서 더욱 기뻤습니다.


3) 브런치 스토리 크리에이터 - 커리어 분야로 등록되었습니다! 


4) 30일 동안 제가 쓴 글밥이 생겼습니다. 앞으로 이 글을 또 다르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오문님과 더불어서 함께 챌린지를 이어와주신 멤버 분들 메지님, 수무님, 미녜피님, 냉보리차님, 끼예히님, 쏘님, 희린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 챌린지 대장 오문님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_5.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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