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에 근거를 가지면 금방 깨진다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근거가 뚜렷한 자신감은 실패 앞에서 무너지기도 하지만, 근거 없는 자신감은 실패에도 궤도를 수정하며 유연하게 나아갈 힘을 준다”고.
2/ 우리는 보통 ‘자신감’이라는 게 실력, 경험, 데이터 같은 구체적인 근거 위에서 생기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걸 할 수 있는 이유는 뭐야?”라는 질문도 사실 이런 시선에서 나온다. 근거가 있을 땐 나름의 정당성이 생기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근거가 무너지면 그 위에 세워진 자신감도 함께 흔들린다.
3/ 그런데 허준이 교수는 거꾸로 말한다. 근거 없는 자신감, 어찌 보면 허세처럼 보일 수도 있는 그 믿음이 오히려 실패를 견디는 데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준비가 부족해도, 뾰족한 논리가 없어도, “일단 해보자”는 마음이 사람을 움직이고, 실패해도 다시 방향을 틀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는 얘기다.
4/ 실제로 그런 태도는 우리 일상에도 많다. 처음 인스타 계정을 만들 때, 첫 글을 발행할 때, 이걸 해도 될지 알 수 없지만 그냥 시작해보는 마음. 그걸 근거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멈추지 않게 만든다. “아직 부족해도, 지금 이 방향이 맞다는 근거는 없지만, 그래도 해보면 뭔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마음.
그게 결국 실패를 버티게 하고, 궤도를 조금씩 수정해가며 계속 가보게 한다.
5/ 그렇기에 “잘해야 한다”는 생각은 시작을 막는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다.
처음부터 잘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는 늘 ‘잘해야만 시작할 수 있다’는 착각 속에 머문다. 완성도를 걱정하다가 한 발짝도 못 떼고, 기대에 미치지 못할까 봐 아예 시도하지 않게 된다.
6/ ‘잘해야 한다’는 생각은 실행을 위한 기준이 아니라 멈추게 하는 기준이 되기 쉽다.
이건 완벽주의와도 닮아 있다. 부족함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마음, 처음부터 능숙하길 바라는 마음은 오히려 우리의 성장을 가로막는다. 처음부터 결과가 좋은 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지금 이걸 계속 해볼 수 있는가’이다.
7/ 결국 변화는, 잘해서가 아니라 계속해서 생긴다.
잘하려고 애쓰기보다, 멈추지 않고 버티는 쪽이 훨씬 큰 힘을 만든다.
실패해도 되는 마음, 부족해도 괜찮다는 여유, 그러니까 “일단 해보자”는 태도가 실행의 기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