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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루즈 Sep 15. 2020

당신은 디자인된 세계 속에서 감시당하며 지배당하고 있다

UX 디자이너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를 본 후 느낀 수치심

넷플릭스에 업로드된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는 시작 3분도 안 되어 UX 디자이너 (사용자 경험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나에게 꽤나 큰 수치심과 함께 경각심을 가져다주었다. '소셜 딜레마'는 단순히 소셜 미디어가 인간의 삶을 지배한다는 말을 하는 영상이 아니다. 제품의 디자이너들 그리고 그 디자이너들을 고용하는 기업과 기업의 직원들이 최소한의 윤리의식도 없이 제품을 만드는 게 인간들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제대로 보여준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이 네 가지 제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사용료가 없다는 점이다. 지금도 당신은 누군가가 디자인해놓은 어떠한 알고리즘에 이끌려 무료로 이 글을 읽고 있다. UX 디자이너인 나는 당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 글을 읽고 난 후 당신이 들고 있는 스마트폰 혹은 컴퓨터를 끄지 않을 것이라 장담한다. 온라인에는 봐야 하고, 들어야 하고, 읽어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대부분의 UX 디자이너는 당신이 최대한 오랜 시간 체류하며 당신의 삶 일부를 소비하도록 시스템을 디자인한다. 당신이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당신의 사용 패턴이 어떤 지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제품들이 사용료도 안 받는다는데 개인정보도 좀 주고 시간을 좀 들이는 게 어때서'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과연 기업들은 당신의 정보를 어디까지 수집하며 그 정보들로 무엇을 하는 걸까?

이름과 나이 위치 등을 알아내어 알고리즘이 보낸 광고 수익료로 돈을 번다고 생각했다면 아주 큰 착각이다. 


당신이 가는 곳, 당신이 찍은 사진, 당신과 주변인들의 관계, 당신이 무엇을 검색했는지, 당신이 어떤 영상을 몇 분 동안 봤는지, 당신이 본 어떤 사진에 몇 초간 시선이 머물렀는지 그 외에도 알려지지 않은 수없이 많은 방법들로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알아내며 그 방대한 자료를 모아 당신의 행동 패턴을 아주 천천히 당신이 모르는 사이에 지배한다. 



UX 디자인에서 인간의 행동 심리 분석은 아주 중요한 요소다. 사용자가 어떤 식으로 반응하는지에 대한 행동 패턴을 파악한 후 디자인을 한다. 그러나 그 디자인은 기업의 입장에선 더 많이 팔 수 있고, 더 오래 머물게 할 수 있는 디자인이다. 사용자들이 얼마나 광고를 많이 클릭했는지, 기업에서 원하는 정보를 공유했는지 그리고 디자인한 패턴대로 움직여 기업이 원하는 곳에 다다르게 했는지가 디자인의 성공을 판가름한다. 



USER EXPERIENCE DESIGN 사용자 경험 디자인이라는 이름 아래에 사용자는 상품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전 세계에서 생성되는 거대한 데이터를 통해서 수익을 내는 게 그들의 가장 주된 사업이니 그런 식으로 사업하지 말라는 말은 망하라는 말과도 같다. 그러나 기업 그리고 특히 사용자의 변호인이 되어야 하는 UX 디자이너들은 최소한 그들이 내리는 결정의 무게를 알아야 하며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소셜 딜레마' 에선 소셜미디어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2011년부터 10대들 사이의 불안장애, 우울증이 급증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사용자들이 단순히 스마트폰 사용을 중지한다고 해서 그들의 소셜미디어 중독이 치료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영상에서 아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그들의 행동을 분석해 디자인된 시스템 속에서 진짜인 지 가짜인지도 모르는 정보에 쉴 틈 없이 노출되고 그 행동을 반복한다. 그러는 중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 지, 도움이 되는 게 무엇인지도 모른 채로 살아간다. 생각이 마비되고 자기 자신을 해친다. 전문가들은 영상에서 이 현상을 마약 중독에 비유한다.


인상 깊었던 점은 인터뷰를 하며 나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구글, 페이스북 등 현재의 이 거대한 테크(기술) 왕국에서 일했던 이들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회사에 있으며 무언가가 잘못되어가고 있는 걸 느꼈으나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금부터라도 세상을 더 좋게 만드는 것에 기업들이 초점을 맞춘다면 아주 불가능한 변화도 아니라고 한다.




다행히도 나는 B2B라고 불리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팔아야 한다는 중압감이 B2C보다는 덜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그러나 가끔 당장 앞의 결과만을 보다가 의도적으로 정말 사용자가 필요한 게 맞는지 무시하고 결정을 할 때가 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선 항상 나 자신을 경계하고 내가 내린 디자인 결정에 질문을 던져야 할 것이다.

 

또한 당신도 UX 디자이너라면 Human Computer Interaction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과 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이라는 용어와 어긋나게 인간을 단순히 알고리즘의 발전을 위한 상품으로 보는 게 아닌지 마시고 있는 커피를 내려놓고 생각해 보아야 할 때다.



크루즈 브런치 첫 글 마침.




The Social Dilemma Trailer https://youtu.be/uaaC57tcci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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