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와 1박 2일 해외여행을 떠나게 된 이유

by 브로콜리



나는 스위스인 남편과 결혼하면서 그 집 식구들과도 가족이 되었다고 살고 있다.

국제결혼을 해서 문화, 언어적으로 다르다 보니, 시댁식구들과의 대화에서 미묘한 갈등을 알 때도 있고 모를 때도 있다. 같은 모국어라면 말씨 하나 혹은 무의식적에 나온 제스처로 큰 오해를 불어 키기에 충분했을 텐데 우린 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원천자체가 없다. 그래서 복잡하지 않고 생각보다 평화롭게 살고 있다.


결혼하고 나서 한 1~2년쯤 지나면서 나의 마음에 평화와 여유로움이 생겼다. 그전엔 나 살아남기 바빴는데, 말이 트이고 내 주변이 편안해지면서 그제야 주변사람들을 둘러볼 수 있게 되더라. 그리고 연이어 "며느리병" 이 시작됐다. 게다가 그 시점 친정아버지는 항시 나에게 "어른들은 전화받는 것 좋아한다. 어린 네가 전화해서 안부도 묻고 해라"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다. 처음엔 이 말을 새겨듣지 않았다가 계속 듣다 보니, 왠지 내가 시댁식구들과 친해지려고 노력을 별로 하지 않았네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 않은가

친구들과도 친해지려면, 서로 시간을 쓰고 애정을 쏟곤 하지 않는가?

그래서 시댁식구들, 특히 시어머니와 시간을 의무적으로라도 보내야 우리의 친밀감이 더욱 쌓일 것 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들의 모국어인 스위스독일어를 쓰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게다가 서로 멀리서 살다 보니 명절에 몇 번 보는 게 전부인지라 억지로라도 내가 나서서 유대감을 쌓일 뭔가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결혼 2년 차

처음으로 시어머니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다.

그것도 기차 타고 1시간이나 떨어진 취리히로 어머니를 불러냈다. 내가 좋아하는 싱가포르 식당에 가서 볶음 면요리를 먹고,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취리히 디자인 박물관으로 2차 장소를 잡았다. 당시엔 독일어도 부담스러울 때라 연속 1시간 대화이어 나갈 경우 두통이 몰려왔었다. 나도 그 당시 어려서, 그리고 잘 몰라서 그런지 어머니 취향은 생각 안 하고 그냥 내가 좋아하는 식당과 박물관으로 데이트 코스를 잡아버렸다. 둘이 시간을 보내는 게 가장 중요한 거지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시어머니의 기준에 너무 동떨어진..... 코스들이었다.


나는 친정엄마가 뭘 좋아하는지 이제야 조금 알게 되었다.

여행 갈 때 어떤 걸 좋아하는지 그런 것들

근데 시어머니는 도통 아는 게 없더라

남편한테 물어봐도, 이 관심 없는 아들내미는 전혀 모른다.


그렇게 나는 매년, 1년에 하루 정도 어머니와 데이트 시간을 가지면서 뭘 좋아하시는지, 어떤 쇼핑스타일인지 점차 알게 되었다. 특히 가족여행으로 다 함께 해외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확실히 시부모님의 여행 "기준"이 있다는 것도 1회 경험 후에 알게 되었다.


그렇다. 해봐야, 친하려고 노력해 봐야

그래야 서로 더 알게 되는 것이 맞다. 그래서 올해는 시어머니와 1박 2일 해외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조금 전 티켓이랑 이것저것 상의하려고 전화를 한 20 분했는데.......

아.....

갑자기 티켓을 변경을 원하신다.

여기가 버스가 좀 많이 저렴해서 버스탈려고 처음부터 제안한거고 ok 해서 간건데

생각에도 없이 갑자기, 1등석으로 ...

아..저도 1등석 좋긴한데....부담이 ㅠㅠ


아... 어머니랑 여행가면 어머니가 쏘는거 그런거 없음!

각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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