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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씨네가족 Jun 22. 2023

12. 아이들은 더 넓은 세계로 나를 나아가게 한다.


푸켓에서 가장 유명한 해변은 빠통비치인데 우리가 있었던 곳은 까따비치라고 조금은 한적하면서 아직까지 한국인들은 많이 오지 않는 곳이었다. 한 달 내내 정말 몇 안 되는 한국인들을 봤으니 조용하게 외국 느낌을 더 많이 느끼려면 이곳 까따비치도 괜찮다.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내가 왔던 시기에 이곳 까따비치는 파도가 그렇게 높지 않다. 그래서 서핑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고(사실 서핑을 할 줄 모르는 게 더 큰 무리다.) 패들보드라고 서핑보드보다 조금 더 크고 누구나 쉽게 탈 수 있는 보드가 있다. 


시간당 만원정도 했던 것 같은데, 오래 타기에는 힘들어서 1~2시간 정도 빌리면 적당하다. 처음 계획은 이걸 타고 저기 보이는 배까지 가려고 했으나 어느새 첫째가 가까이 오더니 이 보드에 같이 태웠다. 겁도 없이 둘째 역시 꽤나 깊은 바다를 지나서 같이 합류했다. 셋째는 아직 수영이 미숙한데 혼자 울고 있길래 보드를 가지고 셋째에게 가서 세명을 같이 태웠다. 결국 내 자리는 빼앗기고 그저 물속에서 아이들의 안전을 지켜주는 안전요원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 모습을 용쾌도 아내가 잘 찍어줬네?)


포기를 통해서 얻게 되는 가치


아이를 낳아서 기른다는 건 여러 가지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포기에 숨겨진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자기가 하고 있는 것 그 이상을 생각하지 못한다.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취미, 일 등 그 한계 속에 갇혀 있다. 그래서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그것을 포기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면 과감히 포기할 수 있다. 아이들은 그런 포기에 큰 동기부여를 해준다. 아니 동기부여라기보다 자연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끈다.


그렇게 자신이 원했던 것 좋아하는 것들을 포기하고 나면 다른 차원의 세계가 열린다. 여기에는 희생으로 인해서 얻게 되는 고귀한 기쁨도 있고 결코 그전에는 경험할 수 없었던 다른 세계를 맛보게 된다. 혼자 패들보드를 타면 처음엔 재미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외롭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다. 그리고 금방 지루해진다. 그런데 그런 지루함과 외로움의 그 공백을 톡톡 튀는 아이들의 예상치 못한 행동으로 그 공간을 바꿔 나간다. 더 공간을 확대해서 알지 못했던 그 무엇으로 꽉 채운다는 느낌이 더 어울릴 듯하다.


그렇게 내 삶은 어느새 기존에 혼자 영위했던 작은 내 공간 속에서 이제는 셋 그리고 아내와 함께 꽤나 많은 인간관계속에서 풍성함을 느끼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여전히 부족하고 그 넓어진 공간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서 헤매는 나이지만 분명한 건 이전보다 지금이 낫다는 것이고 이전보다 더 삶을 풍성하게 배우고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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