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과 결혼 이후 모두 행복한 출장
결혼하기 전에는 혼자 있는 것이 싫었다. 외롭고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배우는지 알지 못했다는 것이 조금 더 정확할 것 같다.
결혼 후에는 혼자 있는 시간이 좋다. 혼자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결혼하기 전에 외로웠던 그 시간이 필요해진 것이다. 혼자 있는 시간을 빼앗겨 보니 혼자 있는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 것이다.
결혼 전에는 출장을 가더라도 그냥 새로운 곳에 대한 설렘 그리고 비행기를 회사돈으로 타고 회사돈으로 맛있는 레스토랑도 가고 회사돈으로 좋은 호텔에도 머무를 수 있어서 좋았다. 거기다가 보통 해외출장의 경우는 추가적으로 매일 출장비를 추가로 지급해 준다. 월급도 많아지고 비행기도 타고 꽤 괜찮은 호텔에도 머무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지금은 비록 회사에 소속되어 있진 않지만 여전히 출장은 꽤나 설레는 일이기도 하다. 주로 집에서 일하는 나의 경우는 출장이 집을 잠깐 벗어나서 바깥세상(?)을 잠깐 지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아이들이 많이 자라서 아내가 혼자 집에서 애들을 케어하기에도 예전처럼 힘들지 않은 것도 한 가지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출장이 꽤나 긴 경우에는 망설여진다. 거기다가 나의 경우엔 강의가 주업이기 때문에 강의시간이 적은 경우에도 고민이 된다. 최소 8시간은 해야 출장의 의미가 생기는데 때론 4시간 강의에도 출장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번 경우가 이 경우였다. 그런데 그 기간도 꽤나 길었다. 3주간의 긴 강의 일정이 하루에 4시간, 그것도 저녁강의다. 이 일을 할지 말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에… 그때 당시 일정이 없었기에 별다른 선택권이 없었다.
그냥 강의 없이 빈 일정보단 하는 게 괜찮았다. 그리고 3주는 온라인이었고 나머지 3주였기에 전체 강의 일정으론 나쁘지 않은 수입이기도 했다. 어쨌건 3주간의 출장으로 큰 소득을 올리긴 힘들고 또 한 번의 경험, 그리고 오래간만에 출장을 가서 나만의 시간을 조금 보내자!라는 의미도 부여했다.
그렇게 진행된 출장이었는데, 일정이 다가와서 출장지(대구알파시티)의 숙소를 알아보니 모텔이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건 호텔뿐, 선택권은 2가지가 있었다. 조금 멀리 조금 저렴한 모텔을 잡고 이곳에서 일하는 것과 조금 비용이 들더라도 일하는 곳이랑 가까운 숙소를 구하는 것이었다.
고민하는 데는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후자로 3주간 호텔에서 지내기로 결정했다. 4시간 강의라 큰 수입이 없지만 호텔비용까지 포함하고 차비와 식비등을 고려하면 정말 남는 게 없었다.
그렇게 결정을 하고 나니 이번 출장은 일도 일이지만 나머지 시간에 나를 위한 시간을 주기로 결정했다. 그게 휴식이든 밀린 일들을 이번 기회에 하는 것이든 조금은 편한 환경에서 홀로 시간을 지내면서 이것저것 창의적인 생각도 조금 하고 앞으로의 미래도 나름 고민하는 시간들을 가지기로 마음먹었다.
프라이빗한 수영장이 있는 나만의 집에 살면 어떨까?
3주간의 일정기간 중 이곳에 수영장이 있는 호텔이 있는 걸 발견했다. 호텔이 당연히 수영장이 있어야 하지만, 아주 좋은 5성급은 아닌 3성급 정도 되는 호텔이 2개 있다. 새롭게 조성되는 도시이다 보니 아직 많은 게 없었다. 그래도 나에겐 3주 모두 수영장이 있는 호텔을 선택하기엔 부담이 되었다. 그래서 첫 주는 수영장 없는 호텔에서 나머지 기간을 수영장 있는 호텔에서 지내고 있다.
사실 출장 중간에 와이프라 장모님께 아이들을 맡기고 잠깐 이곳에 여행을 왔다. 그 타이밍을 기점으로 수영장 있는 호텔로 변경했는데 변경하는 찰나에 아내가 떠나고 나 혼자 있을 때도 나에게 보상을 주기로 했다. 그렇게 보상을 준 첫날이 오늘이다. 혼자 있으니 시간이 확실히 많다. 아침에도 수영하고 오전에 잠깐 카페에서 할 일을 하고 점심 먹고 와서 점심 이후의 수영을 하고 이렇게 글 쓰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금이 휴가를 떠나기에는 약간 늦은 감이 있는 건지, 아직 이곳을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꽤나 큰 수영장을 거의 혼자 사용하고 있다. 왠지 이 호텔의 주인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수영장 있는 집을 얻은 것 같기도 하고 꽤나 기분 좋은 날들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진짜 나의 집에 이런 수영장이 있다면 관리도 꽤나 힘들 것 같고 가끔 이렇게 잘 만들어진, 그러면서도 조용한 곳을 찾아서 가끔 이용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아니라면 1년이 계속 여름인 나라에서 사는 것도 꽤 괜찮을 것 같다.
수영을 하고 나와서 그 기분 좋음은 수영을 즐겨하는 사람들만 알 것 같다. 그리고 여유 있는 곳에서 조용히 글을 쓰는 좋은 기분도 해본 사람만 안다. 호텔 총지배인의 배려인지 꽤나 이 늦여름에 어울리는 음악도 흘러나오니, 이곳이야 말로 내가 느끼기에는 지상천국이다.
물론 이러한 기분을 간직하고 있더라도 또 현실의 일 앞에 날 던져 넣어햐 하는 시점이 온다. 그런 시기가 오더라도 그 어려운 일들을 잘 처리하고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이런 여유와 글쓰기를 통해서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많은 이들이 일을 할 때 난 노는 게 좋고, 많은 이들이 놀 때 난 일하는 게 좋다.
그냥 너무 많은 무리들 속에 비슷하게 사는 건 자꾸 나를 바보로 만들어가는 것 같다.
어떠한 거대한 시스템 속에 작은 부품같이 말이다.
비록 그 부품을 완전히 벗어날 순 없겠지만, 부품이라도 주체성 있는 부품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