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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heera Sep 19. 2019

34 : 4와 5의 만남

연애 에세이 : 그냥,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거잖아

너의 색이 번지고 물들어


34 : 4와 5의 만남          

연애 에세이 : 그냥,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거잖아


     

 다르지만 비슷하고 비슷하지만 다르다는 말이 있다. 나는 이말을 사람은 다르지만 삶은 비슷하게 살아왔다는 말로 고쳐 써 보고 싶다. 고되고 아프고 힘들더라도 가족을 바라보며 희망과 사랑으로 살아온 그들만의 아름다운 삶의 감정이 비슷해서.     


 “상견례 4월 즈음에 할까?”     


 그가 고민하다 말한 날짜. 그렇게 해서 잡힌 4월의 상견례. 그는 우리 가족과 술 한잔 기울이며 느꼈던 것을 말해준 적이 있다. ‘우리 가족이랑 비슷해’ 그 말에 그냥 그렇구나 하고 말았었다. 보지 못했으니 알 수는 없어서. 그래도 기대감은 있었다. 비슷하다는데 상견례를 하면 부모님끼리 서로 말씀을 잘 나누실 것 같다는 기대감. 약속된 날짜에 광화문의 한식당에서 상견례를 했다. 전주에 계시는 시부모님의 따뜻한 배려로 서울에서 할 수 있었다.     


 처음 뵙는 부모님들의 어색한 만남. 술 한잔 두잔 기울어지자 점점 어색함이 풀려갔다. 아버님과 우리 아빠, 어머님과 우리 엄마의 공통점이 두드러졌다. 두 아빠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즐기시고 술과 음악을 상당히 좋아하신다는 점. 두 엄마는 그런 아빠들 옆에서 걱정하시며 술과 전쟁하셨던 분들이었다는 점이었다. 종종 술이 원수가 될 때도 있지만, 기분 좋은 자리를 더 즐겁게 만들어주는 것은 맞는 것 같다. 술이란 좋은 메신저를 이용해 두 아빠는 화기애애했고, 두 엄마와 우리는 그 모습에 동화되어 어색한 공기를 가르며 슬며시 웃고 즐길 수 있었다.      


 상견례를 하면서 그리고 그의 가족과 관련된 삶을 들으며, 나는 우리 집안도 그의 집안도 서로 비슷한 힘든 환경을 겪어왔고 지금껏 희망을 안고 성장하며 살아왔다는 걸 느꼈다. 결혼은 가족과 가족이 한다는 거라던데 소위 사람들이 말하기를 비슷한 집안끼리 결합 되어야 평안하다고 했다. 그 집안이란 말이 보통 경제적 수준이나 사회문화적 수준을 말하는 경우가 많지만, 나는 생각과 마인드에 관련된 것이라 생각이 든다. 물론 경제적인 이유로 마인드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경제적 물살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들은 그 차이를 굳이 상관하지 않는다.  

   

 금전은 그저 금전일 뿐, 많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고, 적다고 행복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부모님과 부모님의 만남이 즐거울 수 있었던 이유는 금전적 또는 물질적 배경 때문이 아니라고 본다. 어떻게 살아왔고, 무엇을 느꼈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사람의 인격이 형성되는 것처럼, 그렇게 살아와 이렇게 만난 집안이라 서로가 서로를 배려한 덕분이었던 것 같다.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공감과 유대감을 느끼고 관계의 거리를 좁히느냐 마느냐를 다루듯이 모르는 누군가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상대방을 탐색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판단을 한다. 만일 그 방식이 올바르지 못하다면 공교롭게도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인연을 놓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사람은 물질적인 배경, 환경을 떠나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의미를 지니며 사는지 알 필요가 있지 않을까. 자신이 누군지 알아야 스스로 만들어낸 순간들을, 살아온 삶을, 더불어 타인의 삶까지 편견없이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을테니.                    




결혼은 한 명과 한 명이 만나 하는 것이지만
자연스레 가족과 가족이 합쳐지게 됩니다.
내가 존재하는 이유가 가족으로부터 왔기 때문이겠죠.
상견례를 하며 크게 느낀 것은 배경과 배경이 아닌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란 생각이었습니다.
선입견과 편견은 사람의 눈에 불투명한 막을 씌웁니다.
그리곤 올바른 것을 잘못된것으로, 잘못된 것을 올바르게 보이도록 만들기도 하죠.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고 싶다면
포장되어진 것은 벗겨내고 내 눈의 불투명 막을 걷어내어
있는 그대로의 '사람'으로 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너의 색이 번지고 물들어> 출간된 에세이 책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사랑이라는 커다란 주제를 토대로 자아와 인생의 성찰을 보여주는 인문학적인 사랑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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