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나는 너무 많이 웃었다. 뭔 말만 하면 그 사람은 웃었고, 나는 덩달아 기분이 좋아 또 한 번 웃음을 쏟아냈다. 소개팅이라기보다 개그 콘테스트 참가자 마냥 우린 경쟁적으로 서로를 웃겼고 서로의 능력을 한껏 치켜세웠다. 자정이 조금 넘어 헤어졌고 그날 이후 연락을 안 한다. 난 그가 내게 반한 줄 알았다.
사흘이 지나도 연락이 없자 안 되겠다 싶어 내가 연락을 해보자 했지만 그마저도 차일피일 미루다 어느 시점이 되자 연락하고 싶은 마음이 싹 가셔버렸다. 오늘 같이 폭염주의 경보가 울리는 날, 얼어붙은 그와의 대화창을 보고 있노라면 더위가 싹 가신다. 고.. 고맙습니다... 고작 다섯 시간 대화를 나눈 사이에 온 신경을 빼앗겨버리다니. 앞으로 타이밍을 놓치지 말자. 그보다 우선 착각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2016.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