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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희쌤 Jan 08. 2022

20원으로 온 가족이 행복했던 추억

선풍기도 없던 한여름 더위를 잊게 해 준 미숫가루 

여름은 점점 더 길어지고 더워지는 것 같다.

그렇지만 견딜만하다.

냉장고를 열면 시원한 물, 얼음, 음료수, 과일들이 있기 때문이다.

더위를 쫓아내기에는 충분하다.

이걸로 부족하면 선풍기를 튼다.

선풍기로 부족하면 에어컨을 켠다.

어떤 더위도 현대 문명의 발명품으로 견딜 수 있는 세상이다.

내가 7살 때 미숫가루에 대한 기억이 떠오른다.

선풍기도 없었던 더운 8월 초 여름날...

더위에 짜증이 났다. 그 짜증은 엄마를 향했다.


"엄마~ 나 더워서 죽을 것 같아"


엄마는 큰 양은그릇과 20원을 주셨다.


"얼음가게 가서 얼음 20원어치만 사와라"


그 더운 여름날 발걸음도 가볍게 얼음가게로 달려갔다.

돌아오는 길, 얼음이 녹을까 봐 집까지 단숨에 뛰어왔다.


"엄마, 얼음 사 왔어~"


엄마는 그 사이에 큰 양은그릇에 미숫가루 물을 만들어 놓았다.

아빠는 얼음을 망치와 송곳으로 먹기 좋은 크기로 쪼게셨다.

그 얼음을 엄마가 만들어 놓은 미숫가루 물에 넣었다.

엄마는 국자로 휘~휘~ 저었다.

나는 그 과정을 즐겁게 바라봤다.


"조금 있으면 시원하고 고소하고 달콤한 것을 먹을 수 있다"


입 안에는 이미 침이 한가득 고였다.

드디어 엄마가 밥그릇에 얼음이 동동 떠있는 미숫가루 물을 떠주셨다.

나의 작은 두 손으로 밥그릇에 잡았다.

손을 통해 시원함이 온몸으로 전해졌다.

밥그릇을 얼굴에 가져다 댔다. 시원했다.

그리고 드디어 얼음 한 덩이와 미숫가루 물을 한 모금 들이켰다.

꿀맛이다. 

이 맛을 더 오래 느끼고 싶어서 천천히 먹었다.

얼음이 다 녹을 때까지.

50년 전 그때의 맛과 시원함과 풍경이 생생하다.

20원짜리 동전으로 온 가족은 행복했던 그때가.

모든 것이 풍요로운 요즘.

가끔 불만이 많아지는 나를 발견한다.

작은 것으로도 행복했던 그 시절을 잊고 사는 나를 발견했다.

눈을 지그시 감아본다.

7살 때 그 더운 여름날로 돌아간다.

행복하다. 편안하다.  내 가슴이...

이 마지막 여름이 지나가기 전에 추억놀이를 해야지.

큰 얼음을 사서 아빠가 송곳으로 얼음을 쪼갠 것처럼 나도 쪼개 봐야지.

그리고 투박한 양은그릇에 미숫가루 물에 얼음 동동 뛰워야지. 

생각만 해도 얼굴에 미소가 지어진다.

10년 뒤, 지금의 추억을 소환해야지.

그때도 내 얼굴에 미소가 지어지겠지.

행복은 만들어 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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