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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들이 논문 쓰는 학교

김해금곡고 3학년 논문 프로포절

by 김용만

지난 7월 11일(금) 오전 9시에 김해금곡고엔 특별한 발표회가 있었습니다. 고3학생들의 논문 프로포절 발표가 그것입니다.


'고등학생이 무슨 논문을 써?'


맞습니다. 고등학생이 대학원생들처럼 어찌 논문을 쓰겠습니까? 김해금곡고 학생들은 학위 취득을 위한 논문이 아니라 본인의 고등학교 3년 생활을 정리하고 개인적 프로젝트를 기획, 조사, 정리 후 논문 형태로 글을 씁니다. 즉 3학년 학생들의 논문쓰기는 실제 3학년 공통 교과인 '비판적 사고와 철학'이라는 교과시간에 진행하는 프로젝트 활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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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들은 아니지만, 비록 고3이지만 논문 주제는 진지하고 준비도 열심히 했습니다. 학생들의 논문 주제를 소개드리면

1. 김해금곡고등학교 학생들이 추구하는 학교 점퍼 디자인 연구

2. 서브컬처 게임이 정체성 형성에 미친 영향

3. 숨겨진 진짜 '나'를 찾는 여정

4. 시골 마을에 숨겨진 역사 조사를 통한 마을 이야기의 동화화 방안 연구(김해 도요마을과 찬새내골마을 중심으로)

5. 김해금곡고 교육과정으로 미대 진학을 하기 위한 방안 연구

6. 김해금곡고 교육과정으로 연극영화과 진학 방안 연구

7. ADHD를 지닌 학생에 대한 일반 연구

8. 기숙학교 학생의 운동 활동이 학교 생활 스트레스 완화에 미치는 영향 연구

9. 김해금곡고등학교에서의 양봉 가능성에 대한 연구

10. 스토리텔링 게임 속 세계관이 본인의 세계관 변화에 미치는 영향 연구

11. 소규모 사업장의 마케팅 방안 연구

12. 환경 디자인 관점에서 본 밀양시 버스 정류장 불편 해소 방안(3D 디자인 제안)

13. 4세~7세 아이들의 성향과 심리적 특성분석 : 인턴십 경험을 통한 연구

14. 김해금곡고등학교 카페 운영 방안 연구

15. 기숙학교 학생의 수면 양식이 학교 생활에 미치는 영향 연구

16.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들의 피부 트러블 개선 가능성에 관한 연구

IMG_7147.jpg 학생 발표 후 피드백 하시는 선생님

2025년 7월 현재 김해금곡고 고3학생들은 총 16명이기에 주제도 16개 입니다. 혹시 눈치 채셨을까요? 학생들의 논문 주제는 이 활동을 위해 억지로 짜낸 것이 아닙니다. 평소 자신의 관심 분야, 연구해 보고 싶었던 분야, 자신이 실험체인 주제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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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순서는 이렇습니다. 우선 학생이 나와 본인 논문의 목적, 진행과정, 현실적 어려움, 목표 등을 발표합니다. 1명당 발표 시간은 5분에서 7분입니다. 발표가 끝나고 나면 지도 선생님께서 피드백을 하십니다. 학생 준비 내용에 따라 '잘 하고 있다.'는 긍정적 피드백과 '이런 부분 보충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연구하는 지 모르겠다. 이 내용이 학생 삶과 어떤 연관이 있는가?'등 다양한 피드백이 오고 갑니다.


이 행사는 논문 프로포절이기에 학생들은 청중의 질문과 지도 선생님의 조언을 메모합니다. 추후 본인의 논문을 더 잘 쓰기 위함입니다.


지도교사 피드백이 끝나고 나면 청중들(친구, 후배, 부모님들, 교사들)의 질문을 받습니다. 질의 응답이 끝나고 나면 참석하신 부모님께서 자녀의 발표를 듣고 난 소감을 말씀하십니다. 그 후 다음 학생이 발표합니다. 자녀의 발표를 듣고 나서 말씀하시는 부모님들은 모두 긴장된다고 하셨고 아이가 잘 자라주어서 고맙다고 하셨습니다. 듣는 모두가 뿌듯한 순간입니다.


16명이 발표했고 9시에 시작한 행사는 거의 오후 1시가 되어서야 끝났습니다. 그만큼 학생들이 발표 준비를 많이 해 왔습니다.


2학기가 되면 김해 금곡고 3학년 학생들은 논문 마무리를 위해 또 열정을 불태워야 합니다. 당연합니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요구하고 다그치는 선생님의 끈질긴 헌신(?)이 동반되어야 가능합니다. 미루려는 자와 마무리 하려는 자의 사투가 시작됩니다.


논문이 완성되면 지도교사가 도장을 찍습니다. 완성되지 않은 논문은 도장을 찍지 않습니다. 모든 논문은 취합되어 논문집 형태로 나옵니다. 학생들은 졸업할 때 졸업장과 논문을 받습니다. 3학년들이 졸업하면 학생들은 없지만 논문은 학교에 남아 후배들의 귀감이 됩니다.


모르는 사람이 16명 학생들의 논문 프로포절을 거의 4시간 정도 앉아서 듣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4시간 동안 앉아서 듣는 과정이 흥미로웠습니다. 그 학생이 3년을 어찌 살아냈고 지금 마지막 1년을 어찌 살고 있는 지 선생님들, 친구들, 후배들은 알기 때문입니다.


김해금곡고는 훌륭한 학교가 아닙니다. 대단한 학교도 아닙니다. 학생들이 모두 성장하고, 훌륭한 선생님들만 모인 학교도 아닙니다. 다만 같이 해 보려고 노력하는 학교입니다. 서로 상처도 많이 주고 받고, 학생, 학부모님들과 갈등이 있기도 하며 그래서 서로 지쳐가는 학교입니다.


김해금곡고 진학을 희망하는 분들은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기르는 학교"라는 학교 철학이 마음에 든다고 합니다. 미리 경고!! 합니다. 누구나 힘을 기를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학생 본인이 의지가 있어야 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합니다. 활동도 열심히 해야 합니다. 기숙사 생활도 견뎌야 하고 수 많은 공동체 규칙도 이행해야 합니다. 수업 시간 졸아선 안되고 과제도 제 때 해내어야 합니다. 간식을 먹을 수 없고 폰도 제출해야 합니다. 나만 생각해선 안되고 나와 맞지 않는 친구, 선배, 후배들과 어울려 견딜 수 있어야 합니다.


올해 논문 프로포절을 한 16명의 학생은 3년을 견뎌내었습니다. 그리고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3학년들이 말합니다.

"선생님 3년이 짧아요. 벌써 졸업이예요. 웃긴 말이지만...이제 이 학교에 적응하는 것 같은데...졸업 하기 싫네요..^^"


이제 2학년, 1학년의 소소한 날(소소하지만 소중한 우리들의 이야기) 발표가 남았습니다. 소소한 날 발표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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