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란12.3을 보았다.
2026년 4월 22일, 저녁 7시, 마산 내서 한 극장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마산YMCA미디어 사업위원회가 주관하고 내서 수요시네마와 같이 한 ‘란 12.3’을 보기 위함이었다. 약속했던 저녁 7시 되었다. 참석률이 저조할 까 걱정이었는데 자리는 가득 찼다.
‘란12.3’은 2026년 4월 22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주제는 제목 그대로,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기습적인 비상계엄 선포로부터 탄핵까지의 여정을 보여준다. 나레이션이 없다. 뉴스에선 보지 못했던 절박한 순간들과 국민들의 지켜내는 싸움이 그려져 있다. 명령을 내리는 자와 그것을 따라야 하는 자의 고뇌도 느껴진다. 군인들의 당황함도 보였다.
러닝타임이 96분이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 ‘96분동안 볼 수 있을까? 다 아는 내용인데.’라는 걱정도 되었다. 하지만 기우였다. 이 영화는 여느 다큐멘터리 영화와 달랐다. 영상과 음악, AI로 제작된 장면과 애니메이션이 절묘하게 섞여 있다. 앞자리에 앉아서 그런지 초반엔 좀 어지러웠다. 화면 넘김이 빠르고 절박했다. 그래서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이명세 감독 작품이다. 1984년 ‘고래사냥’ 조감독부터 ‘나의 사랑 나의 신부’ 감독,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지독한 사랑’, ‘남자는 괴로워’, ‘더 킬러스’ 등 많은 작품활동을 했다. ‘란 12.3’ 작품으로 이명세 감독을 확실히 인지하게 되었다.
두 번정도 울컥한 장면들이 있었다. 그 시간을 같이 견뎠다고, 보냈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적어도 12월 3일 밤, 12월 4일 새벽, 나는 집에 있었다. 하지만 12월 3일 밤부터,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순간까지, 국회에, 광화문 앞에, 길 위에, 국민들이 있었다.
2026년 4월 23일 현재 박스오피스 2위, 관람객 평점 9.93, 누적 관객수 3.8만병이다.(출처 네이버) 관람평을 몇 개 소개한다.
“그날 밤 폰만 붙잡고, 뜬 눈으로 새웠던 사람이라면 꼭 봐야 함. 희미해진 12.3 사태의 황당함과 분노, 공포를 생생하게 되살려 내 기억의 퍼즐을 맞춰주고, 우리가 얼마나 대단한 시민인지 다시 느끼게 만드는 작품”
“새로운 다큐 형식, 음악이 압도합니다. 극장에서 꼭 보는 걸 적극 추천합니다.”
“위대한 우리 국민들, 역사의 한 페이지를 기록한 영웅들, 존경합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몰입해서 봤습니다. 그 날 집에서 머리 위로 들리던 헬기소리가 다시 생각이 나더군요. 현장에 있지 못했던 부채감이 있었는데 영화를 통해서 현장의 긴박했던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보고도 한동안 생각을 하게 되는 영화였습니다.”
2026년 4월 7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열렸던 영화 ‘란12.3’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이명세 감독은 이번 작품을 위해 일반시민부터 국회 보좌관 등 283명의 사람들로부터 자료를 제공받았다고 밝혔다.‘150명의 시민이 제공한 영상, 사진 등 거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183명이 동영상을 제보했고, 기사와 소감, 자기가 처했던 일에 대한 소감을 일기장에 올렸던 것까지 하면 정확하게 283명이다. 더불어 국회 보좌관 65명이 동영상과 그 때 있었던 일들을 전달해줬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료를 선택한 기준은 ‘편집할 때 목표가 하나 있었다면 직관적으로 알아야 한다는 거였다.’고 말했고 그 목표는 충분히 달성된 것 같다. 한 마디의 나레이션 없이도 충분히 당시 분위기와 감정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전, 현직 정치학회 회장이 비상계엄을 이겨낸 ‘대한민국 시민전체’를 올해 1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에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 이 기사를 접하고 개인적으로 약간 놀랬었다. 하지만 ‘란 12.3’을 보고 나니, ‘대한민국 시민전체’는 충분히 노벨평화상 후보임에 부족함이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모두의 희생 덕분이었다.
만약 그 때, 국민들이 국회로 모이지 않았다면, 국회 보좌관들이 막아내지 못했다면, 헬기가 제 시간에 국회에 들어왔다면, 군인들이 서강대교를 넘었다면, 국회의원들이 국회에 담을 넘어 들어오지 못했다면, 탄핵이 되지 않았다면...
이 모든 경우의 수를 이겨내고 대한민국 국민들은 계엄을 막아내었다.
대한민국의 살아있는 역사를 확인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우리는 오늘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