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주부 Nov 30. 2023

돈에 집착했던 이유

시간의 무서움 

나는 돈을 무척이나 사랑한다. 어려서부터 없이 살아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 돌아가신 어머니는 아버지의 월급으로 대가족을 이끌었다. 아버지의 월급으로 네 가족(아버지, 어머니, 동생, 나) 살기도 힘들었을 텐데, 어머니는 큰 며느리라는 책임감을 갖고 시동생들의 대학 학비도 지원했다. 뻔하디 뻔한 월급쟁이 한 달 월급으로 우리 가족과 시동생 5명의 학비 지원을 하려고 하니, 주어진 월급에서 돈을 아끼는 방법 밖에는 없었던 것 같다.  


전기료를 아끼기 위해 온 가족은 잠잘 때 까지 한 공간에서 생활 했다. 수도비를 아끼기 위해, 손 씻은 물은 바로 버리지 않고 변기 물을 내리는데 사용했다. 화장실에서 큰 일을 볼 때 화장지 4칸만 사용해야 했는데, (가수 김종국 씨는 2칸만 썼다고 하니, 김종국씨 집 보다는 잘 살았나 보다.) 그나마 사용하던 휴지도 너무 질이 나빠서 일 보고 난 후에는 엉덩이가 화끈 거렸다. 


동생과 내가 입고 있던 옷들은 죄다 사촌 형으로부터 물려받은 것들뿐이었고, 신발은 한 번 사면 오래 신어야 한다며 어머니는 발 크기보다 두 단계 큰 신발을 신겼다. 발에 맞지 않는 신발을 신다보니 자주 걸려 넘어졌고,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발가락은 삐뚤게 자라있었다. 돌아가신 어머니는 삐뚤어진 내 발가락을 볼 때 마다 본인 탓을 하시면서 눈시울을 붉히셨다. 


이렇게 없이 살았지만, 어린 시절 불만은 없었다. 80년대는 다 같이 못 살던 시절이었으니, 내가 가난한 건지도 몰랐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하루 종일 축구를 했고, 그러다 배가 고파지면 친구 집에 가서 간식을 얻어 먹었다.  


가난하다는 감정을 처음 느낀 것은 미국으로 유학하면서 부터였다. 한국에서 살 때는 주변에 다 고만 고만한 친구들만 있었기 때문에 내가 부자인지, 가난한지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었는데, 미국에서 만난 친구들은 내 상상을 넘어설 정도로 잘 사는 친구들이 많았다. 집에 돈이 넘쳐 흘러서 미국에 온 친구들이 대부분이었고, 나는 아버지의 은퇴 자금이었던 주식을 팔아 유학을 갔다.  


미국에서 만난 친구 중에 A라는 친구는 유명 정치인을 큰 아버지로 두고 있었다. A가 유명 정치인의 조카인 줄도 모르고 나는 친구 앞에서 실수를 했다. 


“어제 K 의원 비리 사건 터졌던데, 그 사람 진짜 너무 한거 아니냐?”


그러자 친구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너무 심하게 말하지 말아줘. K의원은 우리 큰아버지야.” 


그러던 어느 날 학교 식당에서 A를 만났는데, 그는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었다. 


“야, 무슨 일 있어? 왜 이렇게 심각한데?”


나의 말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응, 얼마 전에 형이 가수로 데뷔해서 앨범을 냈는데, 판매량이 저조하네. 그래서 몇 장을 사줘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어. 앨범 천장을 사줄까 아니면 3천장을 사줘야할까? 너무 많이 사주면 순위 조작한 티가 나려나?”


그의 고민을 듣고 어이가 없어 입이 딱 벌어졌다. 세상에 모든 사람이 걱정의 바다에 살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형의 앨범을 몇 장이나 사줘야하는지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 


며칠 뒤에 만난 A는 또 다른 일로 고민하고 있었다. 


“야, 또 무슨 일 생긴 거야?”


A가 한숨을 푹 쉬면서 말했다. 


“실은 얼마 전에 한국 들어가서 사귄 여자 친구가 자취방을 구해 달라고 하는데, 어느 동네에 구해 줘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어.”


그의 말을 듣는 순간 뒤통수를 망치로 한 대 맞은 것처럼 어질어질 했다. 그리고 한국에 있을 때 돈을 아끼기 위해 했던 수많은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화장지 3칸 쓰기, 손 씻은 물로 변기 내리기, 옷 물려 입기, 등이 떠올랐다. 


한 달에 몇 만원이라도 아껴보려고 아둥 버둥 거리면서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내 앞에 등장한 A는 돈을 물 쓰면서 살고 있으니 마음 속에 나도 모르게 장벽이 생겨났다. 


A를 처음 만나고, 부자인지 몰랐을 때는 서로 친하게 지내고 밥도 같이 먹곤 했는데, 그가 어마어마한 부자라는 사실을 알고 난 이후부터는 그가 너무나도 멀게 느껴졌다. 


한 학기가 지나고 학교 식당에서 오랜만에 만난 A는 캘리포니아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사실 A는 캘리포니아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매일 수업을 빼먹고 술과 여자에 빠져 살았다고 했다. A의 학점이 너무 떨어지자, 부모님은 중서부의 시골 학교인 이곳으로 강제 유배 시켰다고 말했다. 당시 다니던 학교는 도시 내에 유흥업소가 전무했기 때문에, 대도시에서 사고 친 유학생들의 유배지로 인기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갑자기, 캘리포니아로 돌아가게 되었어. 여기는 놀 곳이 없어서 너무 갑갑했는데, 대도시로 다시 돌아가게 되어서 다행이야!”


그리고 A는 묻지도 않은 말을 내게 했다. 


“넌, 너무 삶을 팍팍하게 사는 것 같아. 한번 뿐인 인생을 좀 즐기면서 살아.”


친구가 날 생각해서 한 말이었을 텐데, 이상하게도 이 말을 듣는 순간 기분이 확 나빠졌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야, 나도 너처럼 매달 용돈으로 천만 원씩 받으면 인생 즐기면서 살 수 있겠다!’


머리 속에서 맴돌던 이 말은 당행히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헤어진 A와는 자연스레 연락이 끊어졌는데, 세월이 흘러 대학 동기들 모임을 통해 우연히 A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야, 너희들 그거 알아? A가 입학할 때 샌프란시스코에서 구입했던 집이 10배나 올라서 졸업할 때 백만 불이나 벌었때!”


그 말을 듣는 순간 어질어질 했다. 


‘백만 불이면 10억 원이 넘는 돈인데, 그렇게 많은 돈을 대학 졸업과 동시에 벌었다고?’


그 말을 듣고 대학 시절 내내 궁상맞게 아끼면서 살았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식비 아껴보겠다고 주말 마다 성가대 봉사하고 교회에서 남은 음식을 받아왔던 일, 교통비 아껴보겠다고 영하 20도에 자전거로 장보러 갔던 일, 교과서 값을 아껴보겠다고 중고책만 구해 보던 일, 방학이 되면 정신병동에서 아르바이트 했던 일 등이 떠올랐다. 


하지만, A 덕분에 인생의 중요한 사실 하나도 깨닫게 되었다. 그동안 나는 노동을 통해서만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투자를 통해서도 돈을 벌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뿐만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서는 돈이 몰려올 곳을 예측하고 미리 선점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샌프란시스코에 살았던 A는 실리콘 밸리에 들어오는 회사가 많아지고 투자가 증가하는 것을 보고 앞으로 돈이 몰려올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샌프란시스코에 집을 1990년대 후반에 매수했고, 2008년 부동산 버블이 꺼지기 직전인 2006년에 집을 매각하여 큰 수익을 거두었다고 한다. 그는 돈의 흐름을 읽었기 때문에 인생을 행복하게 지내면서도 큰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악착같이 살았던 나는 몇 백만원 아꼈을지 모르지만, 대학 졸업과 동시에 아버지 은퇴 자금을 몽땅 다 써버렸다. 


이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주면, 듣는 말은 이렇다. 


“A라는 친구는 애당초 부모를 잘 만났기 때문에 샌프란시스코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었던 것 아니에요?”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만약 우리가 부모를 잘못 만나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이 책을 바로 덮고 평생 소확행하며 살면 된다. 젊을 때야 잘릴 걱정 없어 소확행 하는 자신을 너무 사랑하겠지만, 나이가 들고 정리해고가 남의 일 같지 않은 순간이 올 때면, 회사에서 짤리기라도 할까 전전 긍긍하게 된다. 


A처럼 금수저로 태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초기 투자 비용 10만 불은 없지만, 우리는 시간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간의 무서움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데, 투자 시간 증가에 따른 복리의 마법은 여러 번 강조하고 또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여기서 여러분이 얼마나 시간의 무서움을 체감하고 있는지, 문제를 내보겠다. 


내가 지금 100만원이 있고,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고 가정하자. 연평균 25%의 수익률로 10년을 투자했다면 원금은 얼마가 되어있을까? 


정답은 745만원이다. 


10년이나 투자했는데, 고작 745만원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러면 20년 후에는 얼마가 되어있을까? 


정답은 6939만원이다. 


같은 질문을 반복해 보면, 30년 후에는 6억 4천 만원으로 불고, 40년 후에는 60억 원으로 불게 된다. 25살에 취업했다면, 65세가 되는 해에 60억 원을 받는 다는 뜻이다. 혹은 부모님이 내가 태어났을 때 100만원을 주셨다면, 40세가 되는 해에 60억 원을 받고 파이어 족에 합류할 수 있다.   


고작 100만원 밖에 안 되는 돈이 40년이라는 시간을 만나면 60억 원으로 증가하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40년까지 기다리지 못한다. 한국 사람들의 평균 투자 기간은 3개월이 채 되지 않는다. 1년도 안 된다는 뜻이다. 한국 사람들의 대부분은 하루동안 25% 상승할 종목을 찾아 헤매인다. 장기 투자는 성과가 빨리 나오지 않기 때문에 오랜 기간 참고 견디지 못한다. 장기 투자한 돈은 선형함수로 증가하지 않고 지수함수의 형태로 증가하기 때문에 적어도 10년 이상은 투자해야 한다. 


필자는 7년 전에 천만 원으로 미국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특별한 주식을 찾아 헤매였던 것도 아니고 누구나 다 알만한 주식을 매수해서 지금까지 팔지 않고 보유하고 있다. 그때 시작한 주식 덕분에 미련 없이 퇴사할 수 있었고, 내가 느낀 경험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워런 버핏 또한 시간의 힘을 잘 알고 있었다. 그간 현재의 부를 이루게 된 것도 60대가 되고 나서 부터였다. 10대에 그가 주식 투자를 시작했으니, 50년 동안의 장기 투자를 통해 지금의 부를 이루게 된 것이다. 


앞서 말한 초기 투자금 백만 원은 50년이 지난 뒤에 560억 원으로 불어나게 된다. 믿을 수 없다면, 필자가 만든 엑셀 표를 활용해서 직접 계산하고 확인해 보시라. 


하지만, 부정적인 사람은 여기서 이런 질문을 또 한다. 


“매년 25%로 꾸준한 수익을 얻는 게 쉬운 줄 아세요?”


맞는 말이다. 그런데 필자가 하필 수많은 숫자 중에 25%를 왜 사용했을까? 


이에 대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전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기업들(시가 총액 기준)을 떠올려 보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등이 떠올랐을 것이다. 이들 기업들의 최근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이 어떠했는지 확인해 보아라. 그러면 시총 TOP5위 안에 드는 기업들의 연평균 수익률이 25%에 수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세계 최고 투자가인 워런 버핏도 누구나 알만한 기업들을 장기 보유해서 수익률을 극대화 하고 있다. 2023년 하반기 기준으로 그가 보유하고 있는 회사들은 애플, 뱅크오브어메리카, 코카콜라 등인데, 코카 콜라는  90년대에 시가총액 TOP3 안에 들던 기업이고, 애플은 2010년대 이후로 TOP3안에 드는 기업이다. 그의 연평균 수익률은 매체 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약 20% 정도 된다. 그는 연평균 20%의 수익률로 지금의 부를 이루었는데, 한국 사람들은 3달 안에 20%의 수익을 보려고 한다.  


시니컬한(?) 독자는 여기서 또 이런 질문을 한다. 


“아니, 지금까지 미국 우량 기업들의 연평균 수익률이 25%로였다고 해서 앞으로도 25%를 유지할 거라고 장담할 수 있습니까?”


완전 공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미국 우량 기업들의 연평균 수익률이 앞으로도 25%의 수익률을 유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하다. 결과가 두려워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 수익률은 지금 바로 정해진다. 하지만, 두려움을 이겨내고 투자를 시작한다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결과가 생긴다.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을 때, 데이트 신청이라도 해야, 데이트를 할지, 여자에게 까일지 알 수 있다. 하지만, 데이트 신청을 하지 않으면, 쪽팔림은 없겠지만, 독거노인으로 사는 경우 밖에 생기지 않는다. 당신이 정우성과 원빈을 뺨칠 정도로 잘 생겼다면, 굳이 데이트 신청을 하지 않아도 여자들이 줄을 서겠지만, 태생적으로 가진 것이 없을 경우에는 뭐라도 당장 해봐야 한다. 돈을 벌고 싶으면 투자를 하던, 사업을 하던, 복권을 사던 뭐라도 해야 결과가 생긴다. 그리고 막상 무슨 일이든 시작하면, 신기하게도 두려움은 사라지고 다음에 가야할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남이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갈 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