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내가 좋아하는 걸 적은 순간 나는 복잡해진다.
많은 조언들 중에 인상깊은 걸 하나 말해보려한다. 그건 내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것들을 적어보라는 것이다. 리스트가 가지고 있는 힘은 답이 없기 때문에 생각나는대로 적어 볼 수 있다는 점인데, 생각을 하게 되면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 적는 동안에 거짓말을 하게 되어버린다. 정말 이상한 습관이지 않은가. 언제부터인가 내 글이 '보여주기'가 되어버렸고, 한 문장 한 단어가 거침없어지지 못하게 되었다.
이정도면 비상사태가 아닐까?
타일러야할 대상이나 조언을 받아야할 비상구를 찾지 못하겠다. 아니 무엇을 어떻게 건드려야 좋을지 잘 모르겠다. 왜냐하면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직업을 찾아야한다는 큰 문제를 넘어서 단순한 질문에 응답도 못하는 일에 부딪쳤는데 마냥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브리즈번의 대표 앞마당 <사우스뱅크>
그렇게 난 집을 나서봤다.
결론적으로 가장 멀리 집을 나서게 된 일은 워킹홀리데이였을 것이다. 호주에서의 생활은 나에게 첫독립이자 모험심을 가득 품은 일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낯선 땅에 올라서면 생계를 해야할테고, 기초적인 것을 기반으로 삼을 때 비로소 내가 하고 싶은 일이나 좋아하는 일을 실천할 수 있겠구나. 라는 계기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결론은 실패였다. 나는 내가 목표로 삼은 2년이라는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6개월만에 한국으로 다시 돌아와 정착하게 되어버렸다. 다들 각기 자신만의 목표를 두고 살아가는데, 나는 그런 목표들을 흉내내며 살아왔다는 걸 실감하게 되었다. 호주에서의 나는 불안에 떨며 하나라도 더 나은 나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 급급함을 머금고 살아갔던 것 같다. 그렇게 내가 문제 삼아야 할 일들을 알게 됐어도 정작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지 못했다는 말이다. 보드를 타봤고 서핑을 즐겼다. 커피를 마셔보고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집에 혼자서 새벽 내내 글을 써보기도 하고 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녀보기도 했다. 섬도 놀러가보고 여러 바닷가를 탐방하면서 각기 다른 파도를 느꼈고 사람들의 표정을 지켜봤다. 너무 빠듯한 삶을 꾸려서 여유를 가지지 못했기 때문일까.
사람들이 나에 대해 묻는다면 나는 무엇이라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을까?
어릴 적부터 열등감이 많고 꿈이 많았던 나는 지금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 한창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나로써 가져야할 직업은 무엇이며, 그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일까? 에 대한 고민을 너무 많이 하고 있다. 글을 전공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은 다채로워서 선택하기 너무 어렵다는 게 내 최선의 핑계다.
자, 언제까지 핑계만 가지고 있을텐가.
부딪치는 일이 눈 앞에 다가오자 가장 믿음직스러운 방패를 준비하는 게 나다. 생각은 많지만 결과가 없고, 도전해야겠다는 일은 많지만 도전하지 않아서 더 이상 내세울 리스트가 존재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예전의 리스트를 적어본 적이 있다면 그걸 찾아 실행해보는 일도 나쁘진 않을 거라 생각한다. 나는 예전의 리스트를 잃어버린지 오래다. 그저 작은 불씨처럼 작게나마 살아있다면 보고 싶다. 그리고 그대로 하나라도 실천해보고 싶다. 그럼 내가 뭘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게 뭔지 알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