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 출판사 토론 테마
* 2022년에 세계사출판그룹에서 진행한 토론 테마에 대한 글을 옮긴다.
섹스는 성기와 성기 사이의 결합이라고 단순하게 정의할 수 있다. 섹스라는 행위 그 자체를 설명하는 건 그렇게 어려울 것이 없다. 단지, 그 목적을 통해 살펴볼 필요가 있을 뿐이다. 생명체에게 성행위의 첫 번째 목적은 유전자의 전달과 종족을 유지며 두 번째 목적은 쾌락이다. 조금 더 고상하게 얘기하자면 행복이나 사랑으로까지 얘기할 수 있다. 종족 유지 본능은 생물에게 가장 중요한 본능이기에 그 행위는 좋은 것이어야 한다. 동반되는 감각이 쾌락인 것은 당연한 것이다.
결혼은 가족을 만드는 하나의 방법으로 쌍방 합의에 의해 이뤄지는 법률 행위다. 결혼이라는 것은 법으로 인정하는 법률혼이 있고 함께 살아가는 사실혼이 있다. 결혼은 합의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기에 둘 사이에 사랑이나 부부관계의 유무는 중요하지 않다. 함께 살아가기로 했다면 성립할 수 있다. 동성애 결혼이 허용되는 나라는 이런 기준을 따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두 문제를 풀기 전에 기계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당장 상상할 수 있는 기계는 차가운 금속으로 만들어진 휴머노이드 정도다. 누가 봐도 기계다. 조금 더 기술이 발전해서 인간의 피부와 동일한 소재를 사용하며 체온을 느낄 수 있는 기계라면 어떨까? 더 나아가서 수정과 세포 분열이 아닌 단순히 세포를 쏘아 만든 인간과 별반 다르지 않은 기계라면 어떨까? 그건 기계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반대로 그것을 인간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미래의 문제는 어느 지점에서 선을 긋고 생각하기 어렵다. <알쓸신잡>에서 유시민 작가와 정재승 교수의 '삶과 죽음'에 대한 토론을 보면 이 말에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우리는 디지털과 같은 명확한 기준을 가질 수 없다.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바꿀 땐 어느 지점에서 둘로 쪼개야 한다. 하지만 그 기준은 절대적일 수 없다.
마치 에반게리온과 같은 인공의 피를 가진 생명체가 만들어지고 그것이 인간보다 우월한 존재가 된다면 어느 선에서 구분지어야 할까?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질문을 살펴보자.
기계와의 섹스는 가능한가? 가능하다. 그것이 쾌락을 목적으로 한다면 지금 당장도 가능하다. 기계와의 결혼은 가능한가? 기계가 존재를 인지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른다면 가능하다. 결혼의 법률혼이든 사실혼이든 합의를 할 수 있는 의식 체계만 만들어진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그 수준까지 달성되지 못한다면 결혼은 불가능하다.
가끔 뉴스에 반려 동물과 결혼하는 사람들이 나오는데 정확하게 말하자면 결혼이라 할 수 없다. 반려 동물의 의사를 인간이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거절하지 않았기 때문에 합의한 것으로 간주한다면 그것은 기만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계와의 결혼은 기계의 존재 인식의 문제 해결에 걸려 있다.
그것보다 먼저 맞닥뜨려야 할 미래는 '클론'일 것이다. 그것이 윤리적으로 하나의 인간으로 정의되지 않는다면 그것이 기계와 다를 것이 뭐가 있을까?
섹스와 결혼은 결국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냐 없냐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