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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곰씨 오만가치 Jul 19. 2024

침묵하는 조직

일과 책임을 모두 회피하는 사람들

  회장님이 대표를 건너뛰고 팀장들을 불렀다. 한 번에 모두 부르지 않고 몇 명씩만 불러 얘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표면적으로는 팀장들도 경영에 대해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취지였지만 그냥 회사 돌아가는 얘기가 듣고 싶었던 것 같다. 바짝 긴장해서 경영서 여러 권을 미친 듯이 읽고 참석했기에 조금 허무한 기분이 드는 건 사실이었다.


  피터 드러커는 경영의 문제가 대부분 잘못된 커뮤니케이션에서 나온다고 했다. 회장이라는 직책과 마주한다는 것이 편할 수는 없겠지만 회사가 작았을 땐 꼭 그렇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그분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회사는 그 말이 무색하게 변해 있었다. 그 원인은 세상이 바뀌어서도 사람이 바뀌어서도 아닐 거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영진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전혀 틀렸다고는 할 수 없다. 세상은 분명 변했기 때문이다. 그걸 몰랐다고 하면 경영 실패이고 그걸 알았다고 해도 경영 실패다. 헤럴드 제닌은 "경영하지 않는 경영자가 너무 많다"라고 쓴소리를 했으니까. 경영을 하며 알아야 하는 것은 '경영에는 법칙이 없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라는 것이라고 했다. 아름다운 이론으로 가득 채워도 현실은 진흙탕이라는 것이다. 


  경영은 전자레인지에 시간 맞춰 돌리면 나오는 인스턴스 식품이 아니라 군불을 때어서 일일이 재료를 준비하고 조리해야 한다. 레시피가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겠지만 결국 불 조절부터 간 조절까지 계속해서 신경을 써야 한다. 제닌은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냄비 앞을 떠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기업이 아무리 거대해도 경영자가 회사를 속속들이 알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경영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은퇴뿐이라고 했다.


  사회생활 전체를 한 회사에서 했다. 가볍고 빨랐던 그리고 뜨거웠던 시절을 지내기도 했다. 그리고 바삐 움직이며 세월이 흐르는지도 모른 채 지낸 적도 있다. 지금은 그저 흘러가고 있다. 


  침묵. 침묵은 회사에서 가장 효율적인 행동이다. 그 혜택은 나에게 즉각적이며 직접적이다. 회사는 구성원들이 침묵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개선해야 한다고 떠들어 댈 때 정확하게 캐치해서 살펴야 한다. 구성원들은 자신이 기대하는 말을 듣고 자신의 얘기가 먹힐 것 같아야 말한다. 침묵한 기업은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이다. 주먹으로 막을 것을 중장비를 동원해도 막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다들 침묵 상태다. 아무리 외쳐도 변하지 않는다면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 자신의 일만 묵묵히 한다. 주위를 둘러보지 않게 된다. 경계와 경계 사이 빈 틈을 아무도 메우지 않는다. 문제는 그렇게 뻥뻥 터진다. 그럼에도 침묵한다. 고성이 오가는 건 상대방 탓을 할 때뿐이다.


  성과가 중요하다고 드러커 얘기했지만 문화라는 거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을 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이상해져 버리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경쟁시켜야 하는 게 아니라 공동체를 인식시켜야 한다. 하지만 나 역시 입바른 말일뿐이다. 진흙탕에서 굴러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큰 기대를 했던 것 같다. 스치는 바람 같은 일이다. 나는 오늘도 그저 일할 뿐이다. 여전히 나의 미래에 대해서만 신경 쓸 뿐이다. 모두의 미래를 함께 얘기하던 시절이 그리운 건 아직은 사회적 동물의 테를 벗지 못했음이다.


  가끔은 격정적인 공헌을 하던 때가 생각난다. 오늘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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