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 <카렘 Cálem 와이너리>
포르투갈의 ‘트로트 음악’인 파두 공연을 직관하고 싶었다. 레스토랑에서 저녁 만찬과 함께 진행하는 파두 공연이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방법인데, 혼자 가서 보기에는 부담스러웠다. 관련 정보를 찾아보다가 카렘 Cálem 와이너리에서 파두 공연을 한다기에 방문 예약을 했다. 30분 동안 와이너리 투어를 마치면, 와인하우스에 모여 포트와인을 마시면서 파두 공연을 약 45분 동안 들을 수 있다. 파두는 가사가 주는 메시지보다는 멜로디와 음색에서 전해지는 무드가 백미인 음악이다. 같은 노래라도 부르는 사람의 감정 전달 능력에 따라 다가오는 감흥이 다르다. 여성 가수 분의 호소력이 내게는 더 진정성 있게 밀려 들어왔다. 파두는 도시 노동자 계층의 고달픈 삶과 정서를 반영한 유형이 가장 일반적이고, 코임브라 대학에서는 남성 대학생들이 밤에 여성을 향해 사랑을 고백하며 불렀던 것이 기원하였다고 한다. 아무튼 파두는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그리움, 슬픔, 사랑, 운명 같은 인간의 내면 감정을 진하게 표현하는 퍼포먼스다.
1859년에 설립된 카렘 Cálem은 세계적으로 인정하는 대형급 포트와이너리다. 7년 전에도 방문했었는데, 이번에는 파두 공연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다시 한번 찾았다. 포트와인 투어의 시작 멘트는 회사를 막론하고 비슷하다. 포트와인의 개념과 역사, 도우루강에 와이너리 터전을 만들게 된 계기로 서론을 풀어낸다. 이어서 도루 밸리의 테루아, 포도 품종, 와인 양조 방식 등을 설명하였다. 포도 품종 이야기를 해보자. ‘투리가 나시오날’은 가장 대표적인 포르투갈 포도 품종으로, 포트와인의 구조와 복합성을 책임지는 핵심 품종이다. ‘투리가 프랑카’ 품종은 카렘 포트와인의 우아함과 부드러움을 더해준다. ‘틴타 카잔다’ 품종은 재배가 까다롭지만 품질이 뛰어나서 고급 포트와인에 자주 쓰인다. 기타 토양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여기부터는 피로감이 몰려와 내용을 흘려들었다.
다음으로 오크통이 가득한 숙성 셀러를 둘러보면서 포트와인이 어떻게 숙성되며, 각 종류별로 어떤 특징을 가지는지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수천 리터의 용량을 가진 대형 오크통은 와인의 산화 접촉을 최소화하여 신선한 과일 향을 유지하게 해 주로 루비(Ruby) 스타일의 포트와인을 숙성하는 데 사용된다. 약 550~600리터 용량의 소형 오크통은 와인과 산소의 접촉을 증가시켜 산화 숙성이 촉진된다. 캐러멜, 견과류, 말린 과일 등의 복합적인 풍미가 형성되며, 토니(Tawny) 스타일의 포트와인에 사용된다. 수확된 포도는 전통적인 방식인 '라가르(lagar)'에서 발로 밟아 압착한다. 이 방법은 포도씨가 으깨지는 것을 방지하여 떫은맛을 줄이고, 포도의 색과 향을 효과적으로 추출할 수 있다고 한다. 포도즙은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되며, 이 과정에서 당분이 알코올로 변환된다. 그러나 포트와인의 특징인 자연스러운 단맛을 유지하기 위해 발효 중간에 포도주 증류주인 아과르덴테를 추가하여 발효를 중단시킨다. 이로 인해 알코올 도수는 약 19~22%로 높아지고, 와인의 당도와 풍미가 보존된다. 포트와인은 달달하다고 계속 마셨다가는 나도 모르게 취해버리는 앉은뱅이술이다. 투어 중 진행자가 대형 오크통을 배경으로 쏘는 프로젝트 퍼포먼스가 부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