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바 알바 사기당한 썰 푼다.
인스타그램에서 내 웹툰에 대한 반응을 가장 가시적이고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는 '좋아요' 개수가 아닐까. 화면을 두 번 누르기만 하면 생겨나는 붉은색 하트. 인스타그램의 상징이자 더블 터치 이상의 가치를 가지는 '좋아요'는 내게 연재를 지속할 힘을 주는 원동력 중 하나다. 차츰차츰 늘어가는 '좋아요' 개수를 보니 뿌듯하긴 했지만 아무리 쌓이고 쌓여도 내가 받을 수 있는 빨간색 하트의 최대치는 50이었다. 그 50개의 붉은색 하트에도 행복했고 감사했지만 동시에 궁금하기도 했다. 과연 이 계정의 운영을 종료하기 전까지 내가 받을 수 있는 '좋아요' 개수의 최대치는 얼마일까? 지금이 50이라면 100으로 높아질 수 있을까? 높아진다면 그건 언제쯤일까? MBTI 검사를 해보면 N의 비율이 70% 이상이 나오는 나는 또 셀프 '꼬꼬무'를 찍기 시작했다.
자신의 일상을 소재로 그린 만화를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람이 '좋아요' 숫자에 아예 신경 쓰지 않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본인의 창작물이 수입과 직결되는 작가들도 그렇겠지만 아무런 수익을 바라지 않고 게시물을 올리는 작가들도 마찬가지다. 관심과 댓글, '좋아요'와 같은 즉각적인 반응들은 돈만큼 중독적이라는 말에 깊이 공감한다. 사람들이 가져다주는 관심은 꼭 소소한 행복을 함께 들고 왔다.
이 행복감을 꾸준히 느끼고 싶다면 유입수를 유지하거나 높여야 하고, 또 그러기 위해선 지속적이고 꾸준하게 연재라도 해야 하는데, 단발적인 소재를 찾아 내 일상을 뒤적거리며 연재를 지속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당연히 피드백에 매몰되어 인스타툰 연재에만 파묻혀 지내고 싶은 건 아니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한계치를 조금씩 높여나가는 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좋아요 100개를 받고 싶다면 말이다.
그래서 면 만들기라는 낮디 낮았던 한계치에서 몇 단계 더 올라 '최소 3편 이상의 시리즈물 연재해보기'를 다음 한계치로 설정했다. 그동안 그림 실력을 핑계로 네 컷 만화나 길어도 열 컷으로 끝나는 만화만 업로드해왔던 나에게는 높은 목표였다고 생각한다. 내 기준에 단발성 만화는 불끈 힘을 주고 질주해야 하는 단거리 달리기라면 시리즈물 연재는 장애물까지 도사리고 있는 있는 장거리 달리기였다. 힘껏 달려내면 그만인 단거리 달리기와 다르게 장거리 달리기는 완주 그 자체를 하기에도 버겁듯, 새롭게 높인 한계치가 나를 비웃으며 내려다보고 있었지만 요즘 인스타툰들이 연재되는 형태를 보면 꼭 필요한 도전이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요즘 인스타툰들은 하나의 소재를 가지고 3편 이상의 시리즈로 연재를 지속하는 경우가 많다. 웹툰처럼 말이다. 이런 작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지막 컷인 10번째 그림에 다다랐을 때, 다음 화가 궁금해서 미쳐버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어렸을 때 엄마 옆에서 본 드라마들의 끊기 신공을 습득한 사람들이 여기 다 모여있는 건지, 다들 왜 이렇게 다음 화가 궁금하게 만화를 잘 그리는 걸까! 이렇게 시리즈로 연재되는 만화를 중간부터 보기 시작하면 다음 화 소식을 얼른 받고 싶으니 팔로우도 하고 재밌게 봤으니 '좋아요'도 누르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몇몇 다른 작가님들을 팔로우하기 시작했다. 나도 여기에 편승하면 좋아요 100개, 가능하지 않을까?
하지만 앞서 말했듯, 내가 그동안 그려온 네 컷 만화와 시리즈물 연재에는 들어가는 품이 달랐다. 네 컷 만화를 그릴 때 가장 중요한 건 소재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소재를 콱 물고 짧고 굵게 만화로 만들어내야 한다. 기억을 탈탈 짜내서 (공감이 가고 웃기고 탁 치고 빠질 만한 데다가 무엇보다 내 그림실력으로 그릴 수 있는) 소재를 찾고 나면 그 이후는 쉬웠다. 후다닥 만화의 형식으로 그려내면 되었다. 하지만 연재물 같은 경우엔 더 많은 것이 필요했다. 일단 그려야 하는 분량의 양부터가 아무리 짧게 콘티를 짜도 거의 8배가 늘어났다. 때문에 그림을 그리는데 투입해야 하는 시간의 절대량부터 무시무시하게 늘었다. 시간과 노력의 투입량과 더불어, 아침 드라마 급의 끊기 신공, 만화의 문법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 새로운 캐릭터 디자인, 이야기에 어울리는 배경 효과 찾기 등 생각보다 많은 것이 필요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3편 이상의 이야기로 풀어내려 갈 수 있는 소재가 있어야 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에게 소재거리는 많았다. 원룸 누수사태만 해도 사건의 당사자인 나의 상황과 기분은 처참한 대신, 거지 같고 짠하며 공감백배인 이 상황 자체는 일종의 썰로 풀기에 더없이 좋은 소재가 아닌가. - 난 이 사태를 글로 풀어 내 처음으로 브런치 인기글이 되어 보았다. 이것이 좋은 소재라는 반증 아닐까. - 하지만 상황이 완결 나지 않은 이 사태를 만화로 그리기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해 다시 머릿속 서랍장을 뒤적거려 보았다. 그렇게 추려낸 것들이 '대학 입학하자마자 사귄 8살 많았던 (최악의) 전 남자 친구 썰', '방탈출 카페 알바 중 자물쇠 묘기를 강요하던 악덕 매니저 썰', '팀플 발표 전 날 발표 예정자가 10만 원을 주며 대신 발표해달라고 부탁했던 썰' 등... 인생에 왜 이렇게 어이없고 웃긴 일이 많았던 건지 오히려 소재가 너무 많아서 탈이었다. 이 소재들을 어떻게 다듬고 깎아낼지 생각하며 내 인생의 이야기들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을 거듭했다. 당장 내가 보유한 그림 그리기 능력치로 표현할 수 있는 소재를 선택해야 하기도 했거니와, 만화로 표현됐을 때 재밌을 소재를 골라내야 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그중에서 골라낸 단 하나의 썰! 바로 '칵테일바 알바 사기당한 썰'이다. 그래서 이게 무슨 내용인지는...
바로 내일 올릴 다음 글에서 밝히려고 한다!
(이게 바로 아침드라마 끊기의 나라에서 자라온 사람이 만들어 내는 콘텐츠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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