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체 Dec 04. 2022

생일

생일



낳으시느라

키우시느라

애쓰셨어요 고생했어요 고마와요

할 분들 없는 첫 생일이다


별 게 다

처음으로 다가오는 이 궁상에

生日이 무척 낯설고 섧다


날 차고 바람 선 오후

21킬로 하프를 달리고 들어왔다

없는 분들이 생길 리 없어 더욱

달리고 달리고 달리다 

탄천에 혼자 멈춘 백로인지 황새인지

길고 긴 다리 사이 흐르는 물소리 듣다

흐르는 것들은 멈추지 않아야 살아있다는 것

산다는 것,  그렇지, 흐르다 흐르다 살아간다


달리고 들어가니

수달 같네, 아빠

추운데 대단해

어제는 달 보고 예쁘다고  사진을 찍어 보내더니

축하한다고 안아주고 보듬어주고 갸륵한 손들

달이 이쁘던가, 네 알아보는 그 눈이 이쁘다

살아있다가

운이 좋아 엄마처럼 엄마처럼

사흘 아프고 흐르는 물처럼 강으로 바다로

가벼이 단호히 돌이킬 재간 없이

훌쩍 사라지는 천복이 있기를


그러하기를

그리하여 더욱 심히 달리다

달리다 흐르다 흐르다 문득 그리운 나라

그 먼바다에 별에 훌쩍 닿기를


그리운 이는 오래오래 멀고

이제 달은 이울어 별이 뜨고 해 지나겠지

언젠가 닿아 볼이 닳도록 비비다 만지다 울다

그리운 이여 그날이 오리니 고마와요 고마와요

아무쪼록 평안하셔요 사랑해요


고마운 이여 그리운 이여 그곳에서 평안하시지요



매거진의 이전글 백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