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여섯 시 탄천종합운동장 트랙에 도착해서 발을 딛는다. 투명한 맑은 유리창을 만진 듯 발밑이 쟁강거린다. 한 바퀴를 달리는 듯 걷는 듯 종잡지 못하고 움직이다 돌아본다. 실내트랙으로 들어가다 말고 아쉬워 찬찬 본다. 멀리 달빛 받아 빛이 아릉 아릉거린다. 귀퉁이 트랙에도 입구에도 관람석 아래도 골키퍼 수건 놓는 골대 뒤켠도 영락없이 얼어붙은 안골저수지 모양이다. 얇은 실크 한 마름 가득 풀고 풀어 하늘길 끌어다 내려놓은 들판이다. 지금 이 혹한의 새벽, 별들도 달빛도 고요하고 안심인데 물은 어디서들 내려와 이 얼음길 빛나는 빙경氷鏡 만들어 놓았는가. 누가 이 얼음길 사무치게 미끄러지고 휘둘리고 싶은가. 달빛 혼자 빼곡히 채운 서쪽하늘 길이 없고 땅 위에 반사되어 빛나는 트랙의 빙판 거울 속 하늘길. 누가 가고 누가 오는 길인지 한정 없이 고요하고 속절없이 매끄럽고 투명한 보이지 않는 길. 돌아올 수 없는 하늘길이 트랙 안에 갇혀있다. 오늘 새벽은 꼼짝없이 트랙 위 한 꺼풀 빛나는 빙판 속 하늘길을 달리고 달리다 갇혀 나도 저 먼 빙판 속 길 따라가고 싶다. 어디일까. 하늘길과 얼음길이 가는 그 끝의 길과 문門들. 별은 빛나거나 구름 속에 갇히거나 갇혔거나 숨거나 숨었거나 길이 아닌 길들에 나도 갇혀있다. 빛나는 박빙의 새벽하늘. 설날이 오고 나는 얼음길과 하늘길 사이에서 갈 곳 잃고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