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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ZNTHNQ May 26. 2020

첫 자퇴 이야기

자유로운 일곱 살

나는 유치원을 중퇴했다. 엄마는 내게 큰 미션을 던져주셨다. 원장 선생님께 이제 그만 다닐 것을 고지할 것. 여느 날처럼 등원을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나는 원장실에서 울고 있었다. 원장님은 친절하셨다. 하지만 단 둘이 어른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처음이라 매우 긴장했던 것 같다.



원장님이 나를 따로 불렀다는 것, 그것이 나에게는 매우 큰 공포였다. 훌쩍이면서 말했다. "엄마가 이제 유치원 그만 다닌다고 말씀드리래요". 다행히 무사히 유치원을 때려치웠다.



유치원과 이별하고 엄마와 가장 먼저 한 일은 서점에 간 것이었다. 비가 내렸다. 다른 책도 샀을 테지만 수학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홈스쿨링의 시작이었다. 엄마는 거실에 빨간색과 노란색 좌식 테이블 위에 수학책을 펼쳤다.



엄마: 자, "토끼 두 마리가 있었는데 다른 동네에서 토끼 한 마리가 놀러 왔어~, 그럼 토끼가 몇 마리지?"



나:???



같은 과정을 몇 번 반복하시더니 엄마는 수학책을 덮으셨다.

다음은 아빠.



아빠: "토끼 두 마리가 있었는데 한 마리가 더 왔네, 그럼 토끼는 총 몇 마리지?"



나: 총...?


나의 관심은 갑자기 '총'에 쏠리고 만 것이다. 토끼 이야기하다가 왜 총이야기가 나왔을까?



아빠도 같은 이야기를 몇 번 더 반복하다가 나는 수학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주셨다.

아니 거의 모든 과목으로부터 자유롭게 되었다. 그렇다. 나는 자유로운 일곱 살이 된 것이다. 덕분에 한글을 익히지 않은 채 입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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