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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그래퍼 Apr 30. 2020

런던의 세 번째 조각 [Deadly Heatwave]

                                                          



 업을 시작하기 앞서 레베카(당시 나의 선생님)가 우리에게 요즘과 어울릴만한 단어 하나를 알려주겠다며 칠판에 'Deadly Heatwave'라는 단어를 판서하였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33℃라는 숫자와 기호를 적어 넣었다. 


레베카가 말했다.  


"나도 이게 너희들에게 얼마나 우스운 이야기인 줄 알아. 한국, 일본, 브라질, 콜롬비아 등에서 온 너희들의 여름 평균기온을 나도 잘 알고 있거든. 하지만 이건 사실이야. 영국에선 '33℃'만 넘어가면 사람이 사망할 수 있는 기온이라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Deadly Heat wave'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어" 


 레베카는 자신의 발언에 신빙성을 더하기 위해 당일 메트로 신문 1면을 보여주었다. [이번 Heatwave로 500명 이상이 사망할 수 있다]라는 헤드라인의 타이틀이 브라이튼 해변을 가득 메운 인파들의 머리 위에 새겨져 있었다.  


 "무슨 33℃에 사람이 500명씩이나 죽어! 장난치나?!"라는 생각으로 나는 그 순간과 그 신문기사를 향해 콧방귀를 날렸다. 그리고 며칠 뒤, 나의 콧방귀를 콧방귀 뀌듯 이곳의 언론들은 하나같이 이번 Heatwave로 현재까지 영국 전역에서 750여 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하였다. 지난해 서울에서 무지막지한 더위를 경험하고 온터라 33이라는 숫자가 그리 덥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이번 신문기사를 접하고 나니 'Deadly Heatwave'라는 단어의 이미지가 33이라는 숫자와 중첩되어가는 것을 느꼈다. 


 런던의 여름이 덥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서울의 여름이 더 습하고, 무더웠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곳에 더위를 가볍고, 짜증 없이 즐기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사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영국의 냉방시설은 통신망만큼이나 한국의 것들과 비교했을 때 최악이라는 평을 들을만하다. 냉방시설 설치로 인한 오래된 건물의 붕괴 위험, 그리고 실질적으로 여름 평균기온이 20℃ 대를 유지하는 이곳에서 그것들이 절대로 필요한 것들이 아니었기에 보급률이 그리 높지 않았다. 하여 오후 시간대 주택가 내부는 제법 더위를 느끼게 할 만하였다. 젊은이들은 그 더위를 피해 공원을 찾고, 바다를 찾아 떠난다. 하지만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그 더위를 어쩔 수 없이 앉아 마주하여야 한다 생각하니 'Deadly Heatwave'라는 단어의 인과관계가 머릿속에서 어느 정도 정립이 되어가는 듯하다. 하물며 오후 9시가 지나도 해가지지 않는 이곳 여름의 낮은 얼마나 긴가?


 생각해보니 나도 이 Heatwave를 피하느라 요즘 의도치 않게 공부를 많이 하게 되었다. 무슨 이야기인 즉,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서 나의 생활 반경 내에서 냉방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진 곳은 대영 도서관과 우리 학교의 도서관뿐이다. 하여 나는 내 사랑 에어컨과 오랜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학교 도서관이 문을 닫는 그 시간까지 공부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곤 한다. 우스운 이야기이지만, 남들은 나의 영어가 늘었다고 말하지만, 정작 한동안 나는 그것을 느끼지 못하였다. 한데, 이 Heatwave를 피해 도서관에 틀어 박히기 시작한 지 어느덧 3주, 나 스스로가 나의 발전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나는 다음 주 월반을 한다.


"Deadly Heatwave"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찌 들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나에게 '월반'이라는 선물을 안겨줄 기분 좋은 런던의 한 조각이다.

                                           




 

▲ 주말 더위를 피하기 위해 하이드 파크로 몰려든 런더너들 1.

 

 

▲ 주말 더위를 피하기 위해 하이드 파크로 몰려든 런더너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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