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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sworth Oct 20. 2023

다시 찾아온 "위기는 기회다"

엘에이 자바시장의 역대급 위기

엘에이에서 남편과 같이 사업을 한 지도 어느덧 5년이 거의 다 되어 간다. 엘에이와는 많은 면에서 상이하게 다른 (다르다 못 해 마치 다른 "나라"같은) 중서부로 16살때 이민을 간 1.5세인 나는 엘에이에 정착하기 바로 직전까지 한국에서 다시 5년정도 살며 성인이 된 이후에 나의 인생 커리어를 만나 훨훨 날아다녔다. 대외적으로 인정받고 나 스스로도 90%정도는 만족하는 정말 최고의 커리어였기에 결혼하며 미국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고 계속 한국에 있었더라면 지금쯤 나의 삶이 어땠을지 가끔 궁금 해 질때가 있다. 

아무 연고도 없는 엘에이로 오게 된 건 거창한 계획도 아닌 그저 남편이 한인들이 많은 엘에이가 본인이 정착하기에 편할 것 같다는 단순한 이유때문이었는데 어차피 나는 새로운 곳에 적응을 잘 하는 편이고 중서부에 오래 살아서 대도시에도 한 번 살아보고 싶었기 때문에 엘에이살이 장기프로젝트가 시작 된 것이다. 장기프로젝트라고 하는 이유는 내 마음속 어딘가에 엘에이는 아직까지 permanent home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기 때문에 언젠가 기회가 되면 미련없이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하는 사업은 패션, 그 중에서도 섬유쪽인데 엘에이쪽에 동종업계 사업체들과 우리 고객들까지 죄다 몰려있어 다른 지역으로 쉽게 이사를 갈 수도 없게 만드는 특수성이 있다. 만약 우리가 엘에이와 더불어 패션업의 양대 메카인 뉴욕에 정착했더라면? 그래도 패션업에 종사하고 있을까? 아니면 아예 처음부터 아빠와 할머니가 살고계신 미네소타에 정착했다면? 요즘이 코로나때보다도 최악의 불황이라 이런 비생산적이고 아무 의미도 없는 잡생각을 가끔 하게 된다. 이렇듯 아주 심각한 불황이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 아마도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것이다. 완전 밑바닥부터 시작한 우리는 비지니스가 유지되어야 하는 거의 모든 일을 둘이 다 처리할 수 있어서 직원들이 없어도 크게 상관이 없고, 창고와 오피스 렌트에 가장 많은 비용이 들지만 작년에 극적으로 SBA 대출을 받아 놓은 것이 있어서 그럭저럭 버틸 수 있다. 올 해 1, 2분기 매출이 작년과 비슷하게 꽤 높아서 내년엔 꽤 괜찮은 금액의 추가대출도 가능하여 우리는 한시름 놓은 상태이지만 이런 survival kit가 준비되지 않은 많은 사업체는 현재 답이 없는 상태다. 아마도 동종업계 많은 사업체들이 올 해, 그리고 내년 1분기안으로 문을 닫을 것이다. Downsizing 등 어떻게든 방법을 강구하여 살아만 남는다면 희망이 있을텐데, 내년 초반까지 상황이 어떻게 변할 지 사실 잘 모르겠다.


요즘 남편과 나는 이 전례없는 위기속에도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않고 오히려 이 위기를 기회로 삼기위해 굉장히 많은 공부와 연구와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있다. 사실 우리 대부분의 거래처는 fast fashion에 종사하고 있어 친환경과는 아주 거리가 멀고 1센트라도 싸게 대량으로 옷을 납품하는, 즉 "박리다매"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런 구조는 지구 전체 탄소배출의 3%, 전체 수질오염의 20%기여라는 패션업의 제일 치명적이고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지금까지야 우리 사업이 성장하는 데 발판을 마련 해 준 소중한 밑거름이었지만 1센트로 경쟁해야 하는 구조와 상상도 할 수 없는 갑질에 환멸을 느끼며, 그리고 가장 중요한 환경오염에 큰 일조를 하는 fast fashion에서 벗어나 이제는 조금씩 우리의 사업 방향을 sustainability로 돌려보기로 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2020년 처음 펜데믹 창궐시 처음 찾아온 위기에 어떻게든 대응하여 잘 살아남았는데 2년도 안 되어서 다시 더 큰 위기가 와 버렸다. 하지만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유기적으로 대처 가능한 강한 멘탈력이 생긴 것 같다. 한때 엄청난 호황이었던 우리 업계에는 (소위 자바시장) 지나가던 강아지도 현금을 물고 다녔다는 우스갯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그랬는데 우리가 처음 사업을 시작 한 5년 전부터 이미 자바는 죽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끝물에 사업을 시작 한 것 아닌가 싶더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반 2-3년 정착하느라 개고생, 그랬더니 코로나 오고, 또 열심히 버텼더니 다시 역대급 불황이 왔다. 다시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속에 기회를 찾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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