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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mi Jun 12. 2023

국제학교 다녀도 영어학원 가요.

[국제학교 초등 저학년 영어공부 환경]

비영어권 국제학교 초등 저학년 교실에서 누가 제일 영어를 잘할까. 당연히 엄빠 모두 또는 한 명이 원어민이라 모국어가 영어인 아이들이다. 그렇다면 다음은? 한국 학군지 영유 출신 아이들이다. 말하기도 놀라운데 라이팅이 엄청나다. 스펠링만 바르게 쓰는 게 아니라 짧은 문단 하나를 쓰더라도 주제 문장과 뒷받침 문장들을 구조적으로 써낸다. 한국 영어 교육은 역시 놀랍다. 호찌민에서 국제학교에 다니는 한국 아이들은 어떻게 영어를 공부하고 있을까.


국제학교에서 분명 하루 종일 영어를 사용하며 생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곳 한국 아이들은 영어 공부에 참 열심이다. 영어책을 읽고, 과외를 하고, 학원에도 간다. 호찌민에는 주재원들이 아주 많이 살고 있는데, 대부분 주재 기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최대한 그 기간을 알차게 활용하려는 부지런한 부모들이 많다. 학교 밖은 곧장 베트남어 환경이다 보니 아이가 국제학교에 다니는 몇 년간을 영어 몰입 환경으로 만들어주기 위해 엑스트라로 영어 수업에 노력을 기울이는 경우가 흔하다. 사업을 하거나 주재 기간이 무한한 경우에는 영어에 국한하지 않고 여러 종류의 자극을 폭넓게 접하도록 방향을 설계하는 것 같다. 유한한 기간 동안 머무를 예정임에도 스포츠에 우선순위를 두는 아이들도 물론 있다. 아래에 적는 내용은, 기본적으로 거쳐야 하거나 의지가 있다면 해볼 수 있는 호찌민에서 가능한 영어 공부법들이다.


대부분의 국제학교는 유료 또는 무료로 EAL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우리 아이들의 학교는 시간표에 English라고 표기된 시간이 이에 해당한다. 기초가 필요한 아이들은 EAL 교실로 이동해서 스페셜리스트 선생님에게 소규모 수업을 받고, 수업을 따라갈 정도의 의사소통이 가능한 아이들은 그들끼리 한 반으로 묶여 영어를 공부한다. 그리고 네이티브인 아이들은 제2외국어 교실로 이동해 프랑스어, 독일어 등을 배운다. EAL반에서는 아이들이 영어에 거부감을 없애도록 놀이 위주의 수업을 진행할 거라 생각했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중간 수준의 아이들이 문장의 오류 찾기, 단어 퍼즐 등 게임 위주 수업을 했고, EAL수업은 체계적인 교재를 가지고 굉장히 인텐시브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면담기간에 EAL 선생님과 따로 약속을 잡아 아이의 포트폴리오를 확인했을 때, 시제, 수일치, 관사 등 기본적인 문법들을 아주 많은 양의 문제들로 연습한 것을 보고 놀라웠었다. 잠시 다른 이야기로, 아이가 EAL에 여러 Term을 머무르면 속상해하는 엄마들을 여럿 만난다. 하지만 적어도 저학년 아이들은 본인이 어느 반으로 가서 수업을 받든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어느 학교나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은 책 읽기이다. 대게 시간표에 Library 시간이 편성되어 있고 도서관에 가서 수업을 한다. 저학년 때에는 도서관 사용 예절, 책의 분류 기호 읽는 법, 책 표지의 역할 등을 배우는데, 직접 책 표지를 디자인하거나 짧은 스토리를 지어보는 등 흥미로운 활동이 많다. 제일 좋은 점은 사서 선생님이 매 시간 적극적으로 책을 읽어주시는 점인데, 빈백에 기대거나 바닥에 턱을 괴고 누워 자유롭게 선생님 이야기에 몰두하는 아이들 사진을 보면, 엄마인 내가 국제학교에 다니고 싶어 진다. 아이들은 학기 초에 한 명씩 책 읽기 테스트를 통해 레벨을 부여받고, 그에 맞는 책꽂이에서 책을 골라 읽고 대출해 온다.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도 도서관에서 쉴 수 있고, 방과 후 수업 중 책 읽는 프로그램을 선택하면 역시 도서관에서 머물 수 있다. 매일 책을 읽고 책 제목과 간단한 내용을 적어오는 것이 저학년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일반적인 숙제이다.


추가로 원서를 구비하기 위해서는, 큰 서점의 원서 코너를 방문하거나 한국에서 구입한 책을 항공 또는 해상택배로 받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 방법들은 가격이 비싸거나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추천하는 것이 중고책 거래 단톡방이다. 중고책만 거래하는 단톡방, 지역 단톡방, 아파트 단지 단톡방 등에 매일 굉장히 많은 책 판매 글이 올라온다. 초등 저학년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책, 챕터북들은 더 구하기가 쉽다.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낮아 원본과 거의 비슷한 퀄리티인 사본 책을 판매하는 단톡방도 존재한다.)


영어학원과 튜터 선택지도 제법 다양하다. Apolo, ila와 같은 베트남 대표 체인 영어학원, 한국인 원장이 운영하는 리딩과 라이팅 위주 학원, 책을 읽고 그림 그리기나 만들기로 관련 활동을 해보는 소규모 놀이식 학원, 귀임을 목전에 둔 아이들이 주로 다니는-문법과 단어를 충실히 훑어주는-학원 등이 있다. 국제학교에서 근무하면서 동시에 튜터를 하는 선생님들도 있고, 베트남에서 유학 중인 영미권 학생들, 필리핀에서 온 교사 자격증 있는 튜터들도 있다. 단톡방을 통하거나 지인의 소개를 받아 연락이 닿으면, 학원의 경우 레벨테스트 후 상담을 해보면 되고, 튜터의 경우 1회 수업을 트라이얼 해본 후 결정하면 된다.


베트남 대형 학원을 잠시 경험해 보았는데, 베트남 부모와 한국 부모가 원하는 아웃풋의 수준이 달라서인지 커리큘럼이 매우 답답하게 느껴졌었다. 원어민이 와서 수업을 하기는 하는데, 뭘 하는지가 불분명하고 진도가 너무 느렸다. 한국처럼 촘촘하게 수업이 구성된 느낌이 덜했고, 모두 감내하기에는 수업료가 비쌌다. 튜터와 관련하여 매우 주관적인 의견을 더하자면, 내가 만났던 세 명의 네이티브 튜터는 수업 준비를 하지 않거나, 쉽게 수업을 취소하거나, 갑자기 본국으로 떠나버렸었다. 반면 두 명의 필리핀 국적 튜터는 폭우가 쏟아져도 반드시 제시간에 수업에 와주었고 교재 준비와 피드백을 꼼꼼하게 해 주는 성실함을 보여주었다. 아이가 튜터에게 배우는 것이 비단 영어만은 아니라는 것을 고려할 때, 나의 우선순위는 발음보다 태도가 좋은 선생님이었다.


영어 공부 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내 아이의 성향과 부족한 점을 얼마나 잘 파악해 그게 맞게 도움을 주느냐에 따라 효과 정도가 다른 것 같다. 큰 아이의 경우 책을 아주 좋아해, 책에 관해서는 투자를 아끼지 않고 매우 부지런하게 마련을 해주는 편이다. 다만, 책을 정확하게 읽고 줄거리를 추릴 수 있도록 리딩과 라이팅에 포커스를 둔 학원에 가끔 보내고 있다. 일 년에 3-4개월 정도만 보내는 식인데, 퀴즈를 풀기 위해 책을 여러 번 샅샅이 보는 점과, 과제를 위해서 긴 글을 거침없이 써내려가는 부분에서 집중적으로 훈련이 된다. 아이의 수준을 반의 레벨로 가늠할 수 있다는 점이 좋고, 학원에서 친구들 만나는 걸 좋아하는 큰 아이에게 잘 맞는 방법인 것 같다.


둘째는 확신이 없다면 답을 말하지 않는 아이라, 또래와 비교가 되는 집단에서는 위축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둘째는 학원에 보내는 대신 책 읽기와 개인튜터 수업을 하고 있는데, 책 읽기를 첫째만큼 좋아하지 않아 리딩펜으로 내용을 들으면서 눈으로 따라 읽는데 집중하고 있다. 튜터는 중간에 교체하지 않고 아이를 잘 파악하고 있는 필리핀 선생님과 최근까지 오랜 기간을 함께 했다.  


속도보다 방향에 초점을 두는 부모라면, 영어로 코딩이나 체스를 배우며 자연스럽게 영어 노출 시간을 늘리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 아이가 온라인 수업에 거부감이 없다면, 저렴한 화상영어 수업을 선택해 매일 짧지만 꾸준하게 자리에 앉는 습관을 만들어줄 수도 있다. 그런데, 몇 해를 보내며 내가 가장 효과적이다 결론지은 영어실력 향상의 지름길은, 바로 한국책을 많이 읽는 것이다. 이것이 다음 편의 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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