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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in kwangsu Feb 20. 2023

좋은 브랜딩은 무엇이 다를까? (1)

브랜딩의 시대, 디자인은 브랜딩이 될 수 있을까? (2)

©Aman Group S.a.r.l.



"People, Deep Thought, Want"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로 숨은 욕망을 발견하고, 그것을 가치로 만들 것.


-Theodore Levitt, 하버드 경영대학원 명예교수









01.
좋은 브랜딩은 디자인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디자인 보다 브랜드 가치에 집중할 것.


©Aman Group S.a.r.l.



지금껏 진행했던 수많은 브랜딩 프로젝트 중 유독 기억나는 프로젝트가 하나 있다. 2019년 지금의 팀에 합류해 처음으로 진행했던 어느 호텔의 BI 리뉴얼 프로젝트다. RFP에 대한 제안서와 경쟁 PT를 통해 파트너로 선정되었지만, 몇 개월의 고군분투 끝에 중도에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게 되었다.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는 충분했다. 면밀한 가치 분석을 통해 브랜드가 지향하는 방향성을 파악했고, 임원들과도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프로젝트의 목적은 브랜드 가치를 담아낼 매력적인 브랜드 자산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당시에 나는 브랜딩에서 디자인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고 있었다. 그래서 고급스럽고 이국적이며 누구나 경탄할만한 BI 디자인 개발을 다짐했다. 이것은 임원진의 목표이기도 했다. 디자인과 이미지에 대한 이상적인 아이디어들이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BI 방향성을 잡는 회의에서도 피드백을 주고받는 자리에서도 우리는 오직 디자인과 표현에 대한 이야기를 주제로 삼았다. 디자인에 대한 수많은 의견이 있었고, 다양한 실험들이 거듭되었다. 그러나 그들이 기대했던 에르메스, 몽클레르와 같은 아이코닉한 브랜드 이미지는 디자인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 왔을 뿐이다. 어쩌면 우리는 디자인이라는 표현에 갇힌 채 브랜딩을 해보려고 애썼던 셈이다. 결국 몇 개월 간 개발했던 모든 거추장스러운 이미지들을 다 덜어낼 수밖에 없었다.  



©Aman Group S.a.r.l.



최근 어느 강연에서 들었던 프로젝트 렌트 최원석 대표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프로젝트 렌트를 찾아오는 클라이언트들은 보통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하지 않는다고, 그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프로젝트의 목적, 브랜드의 지향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는 그것이야말로 브랜드 디자인에서 필요한 목적의식이라고 생각한다. 심미성을 넘어선 상징성과 의미를 만들기 위해서는 분명한 목적의식이 필요하다. 내가 맡았던 첫 프로젝트는 이렇게 실패로 끝났지만, 그 실패의 경험은 지금의 내게 브랜딩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언지를 상기 시킨다. 좋은 브랜딩은 언제나 가치에 집중한다. 그것이 디자인 프로젝트일지라도 디자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02

좋은 브랜딩은 가치를 증명한다.

좋은 브랜딩에는 차별화된 가치 설계를 위한

집요하고 지속적인 노력이 숨어있다.



우리나라에서 브랜딩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몇 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그리고 조수용 카카오 전 대표가 대표적이다. 그들은 브랜딩을 통해 고객의 삶에 새로운 가치를 제안했으며, 소비에 당위성을 부여했다. 카카오와 현대카드의 성장세는 브랜딩의 가치를 눈에 보이는 객관적 수치로 증명했다.


그들에게 브랜딩은 어떤 개념일까? 아름답거나, 새롭고 트렌디한 것, 예술적이고 기발하며 창조적인 것일까? 많은 디자이너들에게 미덕처럼 여겨지는 심미성과 창의성은 사실 브랜딩과는 거리가 있다.



20여 년간 지속된 현대카드의 브랜딩 여정을 담은 아카이브, 더 웨이 위 빌드(The Way We Build)  ©HYUNDAI CARD Corp.



현대카드 브랜딩의 핵심은 언뜻 보기에 감각적 디자인과 예술성에 있는 것 같지만 그 이면에는 감성이나 인상과 같은 모호함을 명백한 수치로 증명하기 위한 집요하고 지속적인 노력이 숨어있다.


문화적 가치를 통해 고객의 삶에 영감을 선사하는 현대카드의 브랜딩 프로젝트는 단순 디자인과 제품, 서비스만으로는 더 이상 차별화가 어렵다는 사실에서 비롯된 생존 전략이었다. 현대카드의 생존은 소비자의 카드 사용과 직결된다. 그리고 소비를 효과적으로 촉발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문화 콘텐츠였다. 현대카드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더 멋지고 세련된 삶에 대한 욕망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터치했다.


지난 20여 년간 현대카드가 보여준 일관된 맥락과 명확한 방향성은 현대카드만의 브랜드 가치를 만드는 데 기여해 왔다. 사람들은 이제 현대카드 하면 자연스럽게 빌리 아일리시, 콜드 플레이의 슈퍼 콘서트를 떠올린다. 현대카드를 단순히 소비를 조장하는 카드사가 아니라 문화적 가치를 다루는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하는 것이다. 신한카드, 국민카드 등 경쟁사들이 금융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경쟁할 때, 현대카드는 문화, 예술, 브랜드라는 카테고리에서 공고한 지위를 획득했다.




현대카드의 브랜딩은 디자인, 음악, 미식, 예술과 같은 문화적 콘텐츠를 소비의 중심으로 초대한다. ©HYUNDAI CARD Corp.



좋은 브랜딩이란 이런 것이다. 금융회사인 현대카드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만드는 동력이며, 경쟁사와는 다른 고유한 가치를 증명하는 힘이다. 문화를 통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여 고객의 삶에 가치를 더하는 모든 행위들이 현대카드의 브랜딩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 디자인 프로젝트가 빠질 수 없다. 디자인은 현대카드의 브랜드 철학을 충실히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심미적 가치까지 지닌 훌륭한 표현 방식이다. 그러나 그것은 현대카드가 멋진 브랜드 이미지를 목적으로 꾸며낸 결과물이 아니라 브랜드 지향점을 향한 걸음의 일부일 뿐이다.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호흡인 것이다. 그 자연스러움을 우리는 현대카드다움이라고 부른다. 좋은 브랜딩은 브랜드다움으로 고유한 가치를 증명한다. 


브랜딩에서 디자인이 정말 중요하다고 믿는가? 만약 신한카드가 현대카드와 같은 브랜드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신한카드 또한 현대카드와 유사한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브랜드 경험 디자인이 목적이 된 브랜딩은 아무리 화제가 되고 멋있어 보여도 방향 없는 달음질, 설계도면 없는 조형물, 본질 없는 허상이 되기 쉽다. 브랜딩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이런 단어들이다.


깊은 고민, 고유함과 남다름, 세심한 가치 설계. 명확한 방향성과 일관된 맥락.


그리고 모든 브랜딩의 목적지는 하나.

가치의 증명이다.





다음 연재글에서 이어집니다.


브랜딩의 시대 시리즈

브랜딩의 시대, 디자인은 브랜딩이 될 수 있을까?(1) : 브랜딩에서 디자인은 중요하지 않다

브랜딩의 시대, 디자인은 브랜딩이 될 수 있을까?(2) : 좋은 브랜딩은 무엇이 다를까? (1) (현재글)
브랜딩의 시대, 디자인은 브랜딩이 될 수 있을까?(2) : 좋은 브랜딩은 무엇이 다를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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